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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12.03 14:52:08
  • 최종수정2017.12.03 14:52:08

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동계만록에 남아있는 신사임당과 그의 남편 이원수의 대화다.

"제가 죽은 뒤에 재혼하지 마세요. 당신과 내가 얻은 자식이 아들 다섯, 딸 셋 모두 팔남매입니다. 더 이상 자식이 필요하겠습니까? 배 다른 자식을 두어 '예기'의 교훈을 어기시면 안 됩니다"

"예를 지키라한 공자는 아내를 내쳤지 않소?"

"노나라 소공 때에 난리를 만난 공자가 제나라 이계라는 곳으로 피난을 갔습니다. 그 때 부인이 따라가지 않고 송나라로 갔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부인과 한 집에 살지 않았을 뿐 공자가 부인을 쫓아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증자도 부인을 버렸다는데 그 까닭은 무엇이오?"

"증자의 부친이 익힌 배를 좋아했는데 며느리가 배를 잘못 쪄서 부모 공양을 소홀히 했다고 합니다. 효의 도리를 어겨 할 수없이 집에서 내보냈지만 증자는 한 번 혼인한 의리를 존중해서 새 장가를 들지는 않았답니다"

"주자의 집안 예법에는 재취한 일이 없었소?"

"주자가 47살 때에 부인 유씨가 죽었습니다. 당시 맏아들 숙이 미혼이라 집안을 돌볼 사람이 없었지만 주자는 불편을 참으며 새 장가를 들지 않았습니다"

남편 이원수에게 자신이 죽으면 절대 재혼하지 말 것을 유교 경전의 예를 조목조목 들어가며 당부한 신사임당의 행동이 신세대 여성보다 당차다. 아내의 말을 대충 수긍치 않고 홀아비로 알려진 공자와 증자, 주자를 들추며 끝까지 반발한 이원수의 의지도 재미롭다.

말이 씨가 되는 법인가. 38세에 서울로 올라온 사임당은 48세에 돌연이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 수운판관에 임명되어 아들들과 함께 평안도로 갔을 때였다. 아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이원수의 나이가 51세였는데 그는 이후 10년을 더 살았다고 한다.

생전에 신사임당이 재혼하지 말라 그리도 간곡히 당부했건만 부인을 잃은 후 이원수는 즉시 여자를 들인다. 신사임당이 살아 있을 때부터 왕래가 잦았던 주막집 여자 권씨로 장남 이선과 비슷한 연배의 여자였다.

어머니가 죽자 자기 집에 들어 온 권씨를 장남 이선은 끔찍이 싫어했다. 해서 서모와 전실 자식 간의 불화로 집안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신사임당은 현모양처(賢母良妻)의 표본이다. 어질 현, 어미 모, 좋을 양, 아내 처로 이루어진 글자 그대로 어진 어머니이자 착한 아내를 뜻한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였을까?

율곡 이이를 아들로 두어 현모의 호칭을 얻었다. 아무리 훈육에 공을 들인 다해도 그처럼 뛰어난 아들을 얻기는 어려운 일인데 참으로 운이 좋은 어머니다. 그런데 남편에게 고분고분한 아내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남편 이원수는 보잘 것이 없는 집안의 자손이었다. 학문도 특출치 못했다. 기우는 집안과 혼사를 치룬 신사임당은 시댁에 소홀했다. 혼인 직후 아버지가 사망 하자 3년 상을 치른다며 시댁에 발길조차 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시댁이나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기가 막혔을 새댁의 행태다. 자신이 죽으면 절대 재혼하지 말라고 들이댄 기록을 보면 성격 또한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최근 방송된 TV드라마에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형태를 지닌 로봇인 인공지능 휴머노이드(humanoid)가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천재 로봇 개발자가 7년 전 아이를 낳자마자 죽은 아내를 모티브로 AI 휴머노이드를 제작했다는 설정인데,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는 이 로봇의 이름이 '보그맘'이다.

짜증도 안 내고 집안일에 지치지도 않는, 실제 인간 엄마는 흉내도 못 낼 최고의 엄마며 주부다. 하지만 세상 어디에 보그맘 같은 현모양처가 있으랴. 보그맘을 통해 현모양처의 웃픈 환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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