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규원

충북학연구소장

오래 전 이야기이다. 고교생 때, 새로운 생물 참고서를 한권 소개하시면서 선생님께서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셨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과학기술을 통해 미소(美蘇)간의 냉전이 극한으로 치닫던 1957년 10월의 어느 날, 소련이 카자흐스탄의 사막에서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리자 미국은 거의 광분 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즉 감성적인 미국인들은 당장이라도 소련의 핵무기가 미국 본토에 떨어질 것을 두려워했고 이성적인 분들은 소련의 과학기술의 진보에 놀라는 등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른바 스푸트니크쇼크에 빠졌다고 한다.

이들은 몇 년 전 북한의 조악한 수준의 무인기로 난리법석을 떤 뒤 조용해진 한국과는 달리 근본적인, 기초적인 것을 중심으로 뒤쳐지게 된 사태의 원인을 분석한 뒤 체계적인 대비책을 전문가들이 세우도록 했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주목했단다.

기존의 중고생들의 과학과 관련한 수업내용을 예의주시한바 기존 과학과목들이 대부분 이론 중심 수업이고 일년 내내 실험 한번 안하는 방식의 학습이기에 결코 이 방식으로는 응용과학 중심의 우주개발에서 소련을 이길 수 없다는 결론을 제롬 브루너 하버드대 교수 등 교육학자들이 제시했고 이후 몇 년간 전면적인 과학교과서의 개편을 준비했다고 한다.

특히 생물의 경우 미국의 최고의 학자인 B. 글라스 등이 집필에 참여한 뒤 이른바 'BSCS생물' 즉 실험적 방법을 중심으로 단계별로 탐구하도록 되었다고 한다.

감동적인 이야기였지만 당시 우리는 참고서가 교과서를 대체할 수 없는 현실 속에 살고 있었기에 선생님이 직접 번역하신 책을 한권 씩 들고 학교에 단 하나뿐인 생물실험실을 주마간산처럼 보는 것으로 일년치 생물실험을 끝냈는데 지금도 알콜에 표본 처리된 회색 빛의 동물들의 사체들이 기억나곤 한다.

당시에는 대학입시를 핑계로 미술, 음악은 실제 수업을 안했고 실험이 필요한 물리, 생물은 이론 중심이었기에 동물 사체들을 안보게 되고 또 히스테릭한 음악 선생님을 안 만나게 된 것이 다행스러웠지만 말이다.

요즘 알파고로 인한 우리의 대응 모습 몇십년 전과 비교해서 차이가 있는 것일까 혹은 없는 것일까. K알파고식의 비아냥이 난무하던 얼마 전 만난 ETRI의 유망한 과학자는 향후 30년에서 50년간은 무인자동차와 양자컴퓨터가 세상을 바꾸고 산업의 모든 분야를 주도할 것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해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지자체들이 몇 년전부터 중장기 미래계획을 2020계획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2030이나 2050으로 준비했지만 어느 보고서에도 양자컴퓨터나 무인자동차를 활용하여 과학기술은 물론 경제산업계의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과문한 탓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저 단기간에 무엇이든 결과를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일이다.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수행한 1천200대의 네트워크형 컴퓨터, 300개의 GPU는 한 대의 양자컴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분야는 아직은 블루 오션인 듯 하지만 남들이 안하는 것을 잘 안하는 분위기에서는 선택적 함묵증이 작동할 것이다.

그런데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일단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이 운전자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될 것이고 아울러 한 대의 자동차를 여러 사람이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될 듯하며 주정차, 운행, 정비 관련 산업분야에 혁명적인 변화가 예상된다고 하는데 여전히 우리는 공장 유치만이 개발이고 주민들의 행복이라는 식의 단선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