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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

충북학연구소장

어쩌다 이렇게 첫 번째 이야기.

이번 주 일요일에는 청원 생명쌀 마라톤대회가 열린다. 나는 몇 달 전부터 마음을 먹고 쉬엄쉬엄 대강 철저히 준비를 했었다. 오늘은 새벽 4시반 쯤에 집 근처 대학 캠퍼스를 향하는데 누군가 벌써 동네를 뛰고 있었다. 이렇듯이 누군가는 준비하고 또 말없이 어디선가 실천을 하는 것이 세상인 듯하여 부럽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

새벽, 대학 캠퍼스는 아마도 축제 준비를 하는 것인지 간이 천막들이 학과별로 인도에 나란히 도열하고 있었다. 이에 오래전 학생 때가 생각이 났고, 새벽까지 정치 문제로 열변을 토하던 교수 및 선후배들과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민주화는 그때와 비교해서 얼마나 진전됐을까. 헬조선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것을 보면 경제적인 문제는 있으나 변화한 듯 싶기도 하고, 아무튼 당시에도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이 많았다. 심지어 후배 한 녀석은 가방 살돈이 없다면서 라면 박스에 끈을 달아서 책을 넣고서는 학교를 다녔었다. 그리고는 국방부 장학금으로 대학을 마친 후 하필 간다는 곳이 내가 군복무를 하던 강원도 양구여서 면회도 갔었던 기억도 났다. 너무나 가난했기에 간호사였던 여자친구 선물하나 살돈이 없다는 등 해서 이러저런 고민을 공유했던 일까지도 가물가물.

아무튼 캠퍼스는 이제 술 냄새에 찌들 준비가 다 된 듯 하다. 예나 지금이나 말이다. 왜 대학 축제에서는 술을 혹은 술만 마시는 것일까. 듣자니 대개의 축제들이 연예인의 공연 그리고 몇몇 동아리 공연 혹은 전시 그리고 학과별, 동아리별 주점 운영이 전부가 아닌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지난 8월, 베이징인민대학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국제 정세에 대해서 토론을 하던 학생도 기억이 나고 버스 정류장에서 영어 단어장을 암기하던 중국의 고교생들도 떠올랐다. 대학간의 서열화만큼이나 대학 교육내용의 질적 차이도 우려가 된다. 과반수 이상이 A학점인데 이 비율조차도 상향조절한다는 말도 있으니 우리 때와 비교해서 10배 이상 A학점이 늘었는데, 최근에 만난 수도권 대학의 어느 학생은 대학2학년 때부터 영어 전공이 아님에도 수업시간에 영어로 토론을 한다고 했다. 영어가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그것으로 가는 길 중에 하나임은 이미 증명된 터, 대학 4년 졸업할 때 즈음부터 토익이니 토플이니 한국사 인증시험이니 하면서 그제서야 준비하는 학생들도 많을텐데, 남의 얘기가 아닌, 자신의 얘기로 토론을 한다니 놀랍기도 했고 반가웠다.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는 기회의 평등이니 공산주의식의 결과의 평등이 아님은 분명하다. 내가 대학 다닐 때에도 대학 주변의 유흥가에 가면 넘쳐나는 술손님, 토한 흔적으로 즐겁고도 불편했는데 여전히 이런 모습들이 캠퍼스의 안팎에 보인다는 것이 반가운 만큼 걱정이 되었다. 비록 꼰대 잔소리지만 한 때 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발표하라고 해도 제대로 하는 학생들이 없었고 토론 수업 자체가 처음이라는, 게다가 대학원생들조차 강의식 수업을 받는다는 말에 놀랐던 기억이 나서 오늘은 한잔 해야겠다. 하하하 술 권하는 사회야 우리의 DNA가 아닌가? 아무튼 어쩌다가 대학 안팍의 문화가 술에 취해버렸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고향장학금의 선순환을 통한 대학가 상권 활성화 일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공부 안하는 민족, 생각안하는 지역에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주제넘은 결론이라는 생각에 서둘러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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