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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두

청주시립미술관 학예팀장

누구에게나 세상 속에서 하고 싶은 일 또는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있다. 하지만 일 하는 것이 모두에게 똑같지만은 않다. 일이 즐겁기만 한 것도 아니고, 힘들기도, 때로는 실패나 책임도 따르며 실수를 하거나, 적성에 안 맞는다는 생각에 의기소침 할 때도 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삶 속에서 일한다는 것은 즐거운 것이며 감사할 일이다. 일이라는 것이 고통이 될 것인가, 아니면 즐거운 행복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일하는 방식에 대한 각자의 몫이다.

차앙시우청 감독의 '세상의 끝에서 커피한잔'이라는 영화에서는 "어떻게 하면 돼요?"라며 커피 내리는 방법을 물어보는 상대방에게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천천히, 천천히, 안에서 밖으로 원을 그리듯 부어요. 천천히, 원을 그리듯 천천히 가늘게 가루가 가라앉지 않도록…." 그리고 마지막엔 "누군가가 끓여주는 커피란 좋구나!" 라는 대사와 함께 침묵이 흐른다. 두 주인공은 커피를 함께 나누며 시간을 공유한다. 마치 아무 말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시간을 즐기는 것처럼 말이다.

커피를 내리는 일, 소소하게는 차를 타고, 마시는 일은 이제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적 일상이 되었다. 개인적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졌으며, 손님에게 차 대접을 하는 일은 어디를 방문하든 인사치레의 첫 번째로 자리 매김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해진 일과 행동, 질서의 유지가 온전한 자신의 모습일 수는 없다. 기존 자신의 커피 타는 방식을 벗어나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마치 반복되는 일상적인 행동들에서 벗어나 이미 정리된 동선을 따라 움직임을 만들고 기존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않는 것과 같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일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우선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자신이나 타인이 원하는 결과물을 도출하면 그걸로 된다고, 또 다른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생각이 너무 깊거나 과정에 너무 신경 쓰다 보면 타이밍을 놓쳐 일을 그르치게 된다고, 현대사회 속에서 직장이라는 곳, 아니면 일상 속에서 선택의 문제에 당면 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일이라는 것이 어디 그렇게 근시안적 생각으로 당장의 결과에 만족한다고 해서 완성된다면 세상은 아무 문제없이 평온할 것이다.

일의 순서에 방향성을 잡고 세밀한 움직임을 잡을 때 그 일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성취가 가능하다. 연초 다양한 계획과 한해 설계로 바쁘지만 작심삼일은 고사하고 하루가 되지 못해 포기하거나 일상에 익숙해진 자신의 습관을 버리기 어렵다. 또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은 성취감 보다는 하루하루 허접하고 궁상맞은 개인의 허무한 이야기가 연속될 수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질서 속에서 평온한 안정을 찾고자한다.

기존의 질서를 교란시키고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의 등장은 폐기해야할 대상이 된다. 기능적인 세계에서 그다지 사회를 위협하는 것이 등장하지 않지만 아주 간혹 불쑥 예감조차 하지 않았던 엉뚱한 것들이 나타나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위협한다. 때로는 그것이 익숙하지 않은 혐오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낯설게 말이다.

현대미술이 지향하는 것 중에 하나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아름다운 감정에 대해서 저항적인 의식을 드러내는 부분에 있다. 버려지는 것들, 협오스럽고 외면하는 것을 미술의 형식으로 끌어들일 때 그것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우리가 평소에 단편적으로 외면했던 것들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다. 마치 길에서 만난 노숙자의 구걸행위를 적극적으로 경험하는 것, 이념과 생각이 다른 상대방의 행동을 해석하는 것처럼 자신의 경계 안에 있는 일상에서 보편적 행동들을 뒤돌아보며 거역하는 자들은 새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익숙하고 편리한 인스턴트커피의 습관보다는 신중함과 세밀한 움직임으로 커피 내리는 방법을 감성과 감각으로 배우는 것처럼 말이다.

커피 내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그 결과는 각자 판단의 문제이다. 손쉬운 방법을 버리고 일부러 번거로운 방법을 선택했다면 또 다른 시간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다른 시선으로 다른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를 무한하게 만드는 방법이 될 것이다. 오늘 아침은 조금 번거롭고 귀찮아도 협오스럽지 않은 선에서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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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