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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두

청주시립미술관 학예팀장

소중한 추억은 평생 잊히지 않고 지속된다. 마치 오래된 앨범을 꺼내 빛바랜 사진을 볼 때처럼 그때의 장소와 순간으로 이동시킨다. 그것을 상기시킬 수 있는 매개체가 있다면 한순간 그 기억이 되살아 돌아온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자주 잊고 사는 현실 속에서 무엇이 우리에게 그 소중함을 되살리게 해줄 수 있을까. 그 역할을 미술이 가능하게 해준다면 그것을 공유하기 위해 함께하는 시간은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일상의 무수한 사건들을 무덤덤하게 만드는 현실 속에서 기억해야 할 것들에 대한 의미 제시가 필요한 시대임에 더욱 그러하다.

지난주 주목해야 할 두 개의 전시가 오픈했다. 오송 봉산리 옹기골에서 진행되는 '잇다, 있다' 전과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충북의 수몰지역 삶을 그리고 찍다'라는 전시이다. 단순히 들여다보면 두 개의 전시는 전혀 다른 형식과 이야기,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진지한 자세로 전시를 꼼꼼히 살펴보면 각각의 전시는 공통적으로 우리지역, 즉 터전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우선 숲속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충북의 수몰지역 삶을 그리고 찍다'전은 우리지역을 답사하고, 현장을 기록한 사진과 풍경화의 조합으로 현장성을 강조하며, 충북지역의 진경을 보여준다. 작가는 장소마다의 추억과 기억을 간직하고자 했으며, 낯선 풍경이 아닌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을 기록하고 충북의 수몰지역, 그곳의 현장을 마주하게 한다. 특히 故왕철수 작가의 풍경들은 마치 19세기 화가처럼 이젤과 화폭을 들고 충북 곳곳의 장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것은 오래되지 않은 과거의 고향 풍경과 우리의 생활터전 이었기에 울림이 있다. 오래된 풍경화에는 에너지가 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애잔한 마음처럼 붓질 하나하나가 그렇게 마음을 떨리게 한다. 작가는 떠나고 그림만 남았지만, 생전에 발길 하나하나가 그림에 고스란히 담겨있어 마치 그림 속에서 작가와 함께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듯 많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두 번째 전시 '잇다, 있다' 전은 이제는 사방이 막혀 섬처럼 되어버린 봉산리 옹기골에서 7명의 작가들이 함께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봉산리의 개발 현장에서 외로이 버티고 있는 옹기골이 사라지기 전 시각예술 작가들의 현실참여로 그 가치를 되새기고 있다. 오래된 가마터, 이제는 주변의 모든 것이 파헤쳐져 덩그러니 남아있는 가마는 마치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듯하다.

하지만 가마터의 장소성은 작가들의 설치작품과 동화되어 그곳의 흔적들을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들고,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서 조율하지 못한 한계를 아쉬움으로 달래준다. 항상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과거의 낡은 것은 폐기되어야 마땅한 대상으로 치부하는 현실에서 봉산리 가마의 질퍽한 현장과 함께 보여주는 작가들의 행동과 발언은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두 전시는 공통적으로 기억이라는 지점에서 만나고 있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 아주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기억하려 하는가 하는 질문을 제시한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졌거나 곧 사라질 수도 있는 풍경들, 그것을 기록하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가 그림과 사진으로 남긴 작가의 작품들에서 시공간의 차이를 넘어 공통된 하나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봉산리에 모인 작가들이 남긴 현장의 기록과 행위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기록되고, 함께 고민해야 할 동시대의 가치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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