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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두

청주시립미술관 학예팀장

'뮤지엄 아워스'라는 영화가 있다. 오스트리아 빈을 배경으로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빈 미술사박물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잔잔한 영화다. 영화는 우리에게 친숙한 명작들을 설명해주듯 미술관을 관람하는 듯 한 착각을 줄 정도로 미술관 내부의 분위기와 공간묘사를 특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극중에서 남자 주인공의 직업은 미술관 지킴이이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으로 미술관을 관찰하는 대목이 진솔하게 내레이션 된다. 특히 미술관 지킴이에 대해 소개 하는 부분이 있는데 "작품들 앞에 놓인 가드라인이 보이는데, 집으로 치면 대문과 울타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술관은 그래서 도피처 같다.", "같은 작품을 오래 보노라면 새로운 장면을 발견할 때가 많다.", "관객이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은 화장실의 위치이다." 이런 대사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근무하거나, 방문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사들이다.

미술관은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다, 때로는 한없이 조용하고, 정적이 흐를 때도 있으며, 어느 때는 어린아이들과 단체관람객들로 정신없는 혼란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또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방문하면 특유의 냄새와 공기의 흐름이 있다. 차분히 가라앉는 공간의 깊이, 이런 기분은 미술관의 온습도 조절을 위한 실내 환경과 미술관 건축 특유의 공간분할, 조도 조절에 의한 조명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것이 미술관의 기운이라고 느껴질 때 우리는 미술관에 자리한 작품들의 의미를 여유 있는 감성으로 경험할 수 있다. 현대미술에 있어 장르의 파괴와 확장은 시각예술에 국한되지 않고 오감을 자극하며 다양한 장르를 포섭하여 다양한 소리와 냄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때로는 촉각적인 부분까지 관람객의 신체를 긴장하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이러한 미술관의 독특한 환경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미술관의 기본적인 기능인 수집, 관리, 보존, 조사, 연구, 전시, 교육을 기반으로 관람객들을 위한 체험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중에 미술관의 전시기능은 미술관이 관객과 접촉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활동영역이며, 이는 곧 미술관의 존재 이유이기도하다. 미술관의 여러 기능들은 미술관의 고유한 미션아래 전시기능을 중심으로 상호의존적인 관계 하에서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전시기능은 학예연구를 기반으로 미술관의 소장품수집, 관리, 보존, 교육까지 미술관 운영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총체적인 기능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이러한 미술관의 다양한 기능이 결여된 채 전시만을 강요하는 것은 맹목적이거나, 전시가 없는 미술관의 이런 저런 기능은 무의미하다 할 수 있다. 미술관의 전시기획이란 미술관의 복합적이 기능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며 전시를 통해 미술관의 복합적인 기능이 들어날 때 미술관의 전시기획은 참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미술관의 전시는 작가의 작품을 전시기획자가 관람객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으로 각각의 과정과 형식에 따라 다양한 해석들이 존재한다. 아울러 전시는 작품을 단순히 보여주는 행위에서 나아가 해석, 비평, 이해 등 동시대 문화와 사회의 흐름등과 연계된 일련의 의사소통 과정이다. 마치 전시장에 설치된 다양한 작품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거니는 경험만으로도 관람객들은 작가와 작품에 대해 이해하고 나아가 미술이 생산된 사회문화적 맥락을 해석하고 인생의 지평을 넓히는 미적가치를 향유하게 된다.

청주시립미술관은 개관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7인의 대표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개관전과 연계한 현대미술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행사도 진행 중에 있다. 미술관의 주요 기능인 교육이 전시와 연계되며 자신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함이다. 미술관의 운영은 단기간의 축제도 일시적인 행사도 아니다. 또한 한번 방문 이후 다시는 찾지 않는 공간은 더욱 아니다. 때로는 일상적으로 아무 목적 없이 휴식이 필요할 때, 또는 팍팍한 사회 속에서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때, 잃어버린 감성을 되찾고, 단편적인 일상의 사고를 벗어나고자 할 때 언제든 들러 전시장에 나열된 작품을 바라보면서 거닐고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도피처로 이용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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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