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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두

청주시립미술관

일반적인 전시장이 아닌 공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예술작품과 문화행사를 우연히 만났을 경우 우리는 일상 속에서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이 때로는 기존의 규범에서 벗어난 일탈이기에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처럼 무관심하게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살지 않고 방치된 오래된 우리 동네의 이웃집이 작품을 관람하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었다면 한번쯤 방문해서 그곳을 경험하는 것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색다른 일탈을 체험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현재 청주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기획전 '홈그라운드'는 청주를 중심으로 도시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 하고 있다. '기억의 집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전시공간이 미술관 전시장 밖으로 확장되어 도시를 주제로 전시장에 구성된 작품들과 함께 청주 원도심 세 곳에서 각각의 프로젝트 전시가 진행된다. 아직은 청주 구도심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오래된 빈집들을 선택하고, 그곳에 작가들이 들어가 낡고 오래된 빈집에 새로운 생명을 집어넣었다. 각각의 공간은 집이 갖고 있는 상징성과 특징들로 청주라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교차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첫 번째 집인 "이안당"은 청주시 수동에 위치한 구도심의 가옥이다. 이안당은 수암골 초입에 자리 잡은 1960~1970년 쯤 부잣집으로 통했을 법한 주택으로 세월이 지나면서 한옥의 지붕을 개량한 빨간색 지붕과 넓은 마당에 감나무가 있는 오래된 집이다. 기억의 집이라는 프로젝트 제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집을 소재로 그곳에 머물렀던 가족의 삶의 흔적과 세월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전시작품과 창작공연을 통해 다시금 가족, 동네 그리고 이웃과 함께 했던 행복한 기억을 옮겨놓는다.

두 번째 사직동 집은 사직동 국보로 골목에 위치하며 흙집 두 채에 방이 네 개, 황토가 깔린 마당과 담장은 1980년대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골목 풍경을 볼 수 있다. 과거 시외버스터미널이 이전하기 전 번화했던 도심, 그리고 현재 재개발로 정체된 동네의 특성을 사직동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사직동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작가들은 예전의 모습을 온전히 간직한 사직동을 작가의 시선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세 번째 안덕벌 드로잉하우스는 안덕벌로 스며든 예술가들을 '동네예술가'라 명명하고, 이들이 모이는 장소인 빈집을 '드로잉 하우스'로 이름 하였다. 현재 안덕벌 드로잉하우스에는 '사자문고리 대문과 도둑방지용 대문 철장식', '팔각형 마당 블록', '에메랄드 빛 페르시안 조각타일', '110볼트 콘센트와 액자장식 스위치' 그리고 보물창고 같은 은신처로서의 '다락방' 등이 고스란히 남아 1970, 1980년대 집을 둘러싼 공동체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참여 작가들은 오래된 빈 집의 기억을 기록하고, 현재로 되살리고 있으며, 안덕벌 공동체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억의 집 프로젝트'는 청주지역의 원도심에서 활동하는 창작공간, 프로젝트팀인 무미아트, 퍼블릭 에어, 예술실행공동체 Bees가 참여하여 각 팀이 선택한 구도심의 주택을 리서치 후 전시공간으로 사용했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조건들을 살펴보면서 각각의 집이 위치한 동네를 탐방하며 사진을 찍고, 작가 각자의 작품으로 표현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기록, 공유하면서 폐허처럼 있었던 주택의 안 밖을 정리했다. 이런 동네 예술가들의 활동은 미술을 위대한 권위의 대상이 아닌 동네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만들어 가는 소소한 '예술 생태'라는 현대미술의 형식을 보여준다.

도시의 시설과 주거환경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재구축되고 있다. 평범하고 흔하게 볼 수 있는 오래된 빈집에서 우리가 살았던 아니면,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장소의 만남은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곳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소중하다. 깊어가는 가을 우리가 잊고 살았던 아니면 외면했던 청주 구도심의 동네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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