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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5.12 14:59:18
  • 최종수정2019.05.12 14:59:18

김혁수

청주대 비즈니스(前경상)대학 학장

가정의 달 5월입니다. 혹시 5월에 기념일이 몇 개인지 한 번 세보셨나요·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해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처님 오신 날에 부부의 날, 성년의 날까지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어린이날 대체공휴일까지 3일간의 연휴였기 때문에 어린이를 둔 가정이나 모처럼 연휴를 이용하여 부모님 댁을 방문하는 등 행사를 치르느라 전국 고속도로에 차량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지출도 많아질 수밖에 없어서 직장인들 한숨 소리가 무척 커지고 심지어는 메이포비아, 5월 공포증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메이포비아는 5월인 메이(May)와 병적인 공포증을 뜻하는 포비아(Phobia)를 합성한 용어입니다. 다른 달에 비해 날씨도 화창하고 휴일이 무척 많은 5월에 기념일까지 많다보니 기념일을 하나하나 챙기다 보면 적자가 되기 쉬운 달이어서, 그만큼 지출이 많아지니 이런 상황이 공포를 넘어 혐오스럽다는 과장된 표현일겁니다.

설문조사를 보면 가장 부담스러운 날로 68.8%가 어버이날을 꼽았습니다. 사실 잘 아시겠지만 1973년에 원래 어버이날이 제정됐고, 그때는 부모님들 모시고 이분들의 사랑에 치하를 보내자는 의미로 시작되었습니다. 매일 한집에서 마주보는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카네이션 달아드리는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시대가 빠르게 변하여 가족이 멀리 떨어져 살게 되고 점점 더 핵가족화가 되면서 매일 보는 관계가 아니다 보니 연례행사로 찾아뵈면서 심적인 부담이 커졌습니다. 그러니까 서로 만나는 간격이 크니까 어쩌다 만나게 되고, 특별한 기념일이니 자연스럽게 뭔가 선물이 필요해졌습니다. 선물 중 으뜸은 현금이고 현금 평균은 27만원이라는 올해의 언론 보도도 이어지니 그냥 만날 수도 없는 노릇, 자녀는 부담이고 이런 내용들을 접하는 부모 또한 부담이 선물이라는 건지 아니면 부모인 나 자체가 부담이란 건지 쓸쓸해집니다.

전에는 자녀가 아침에 달아준 빨간 카네이션을 하루 종일 달고 다니는 어른들을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선물을 전하는 방법이나 선물 내용도 시대가 바뀌어 꽃도 향기 없는 모바일 꽃이 대신하거나 편지 같은 경우도 문자나 톡으로 하는 시대입니다. 카네이션이 팔리지 않아서 화훼업자들이 울상이라는 소식도 더해집니다. 여러모로 더 우울해지지요.

특별한 날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날입니다. 평균적인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는지에 신경 쓰지 말고, 어떤 선물이 좋은지 설문 조사한 언론 발표도 모른 척하고 특별한 의미는 우리가 부여하는 것이니까 각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해보는 건 어떨까요· 꼭 어버이날이 아니더라도 5월 안에는 부모님을 찾아뵙고 같이 시간을 보내봅니다. 어린이날에도 돈으로 선물 사는 부담은 내 형편에 맞게 줄이고, 대신 아이들을 내 일터에 초대해서 부모가 일하는 삶의 터전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합니다. 바빠서 함께하지 못했던 아이와의 추억도 만들고, 아이는 일하는 부모에 대한 자부심과 고마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삶에서 근로의 중요성도 함께 알게 되면 진정한 근로자의 날 의미까지 1석2조로 활용할 수 있겠지요.

스승의 날에는 아이와 함께 부모인 나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스승의 노고에 감사하는 의미를 되새길 수도 있습니다. 이어서 오는 부부의 날과 성년의 날도 각각의 날을 기념하는 의미를 이야기한다면 훌륭한 밥상머리 교육이 될 것입니다.

선물은 현금이 가장 좋다는 부모님들도 돈의 액수보다 그 현금을 자식이 직접 찾아와 얼굴 보면서 손에 쥐어주는 것을 더 좋아할 겁니다. 현금 액수는 자녀 경제 사정에 맞춰서 좀 줄어도, 찾아와 준 자식 얼굴 보는 재미는 설문 응답 항목에 분명 없었을 겁니다.

기념일 때문에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메이포비아(May-Phobia)! 더는 신경 쓰지 말자 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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