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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6.23 15:16:39
  • 최종수정2019.06.23 15:16:39

김혁수

청주대 비즈니스(前경상) 대학 학장

얼마 전 고향인 할머니 한분이 오랜만에 전화를 해왔다. 할머니 말씀이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집에 불편한 곳이 없냐고 불편한 곳이 있다면 고쳐주려고 온 거라고 했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대충 말하고 어째야 하는지 물어보려고 전화한 것이라고 하셨다.

그 분은 기초생활수급자이고 필자가 어렸을 때부터 잘 알고 가깝게 지내는 이웃 할머니인데 갑자기 처음 있는 일이라 무엇을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서, 그리고 정말 고쳐주는 거라면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답답하여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일단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그러한 제도가 있는지 그리고 있다면 어느 기관에서 시행하는지 할머니 말만 가지고는 알 수가 없어서 알아보고 연락드리겠다고 안심을 시키고 통화를 마쳤다.

업무 중에 고향에 갈 수는 없고 우선 우리 충북에도 그러한 사업이 있는지 여기저기 알아보았다. 내용은 정부의 정책사업 중의 하나로 정부 예산지원 하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집행을 위임받아 전국 시·군·구 저소득층에 주거상태가 불량하지만 자체 수리가 어려운 가구에 수리 지원을 해주는 선진국 다운 주택보수지원 제도였다.

정부의 예산을 담당공무원이 따내려 애를 쓰고 예산을 따오고 나면 1년 동안 집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갑이 되어 버리는 것이 일반적 생리이다. 그 형태가 정부의 예산을 집행하든 다시 이 예산을 LH 같은 곳에 재 위탁하여 일을 마무리 하는 형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논리를 확대하면 정부 과업을 예산과 함께 위임받은 LH도 마찬가지 입장일 것이다.

국토교통부(주거복지정책과) '주거급여 실시에 관한 [국토교통부고시 제2018-458호, 2015.7월 시행 2018. 8. 1., 일부개정.]에 관한 내용으로, 이 고시는 「주거급여법」에 따라 주거급여의 실시에 관한 세부기준 및 절차 등을 정해놓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 32조에 따른 보장시설에 따라 주택보수비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수선관리비용 예산을 LH에 위임하였고 LH는 저소득 취약계층의 노후주택 개량 사업을 추진한다. LH는 올해 수선유지급여 사업을 통해 약 2만1000가구 노후 주택 수리를 지원하고 있다. 주택보수비 지원 제도로 그동안 저소득층의 노후 자가 주택 총 6만6312가구를 수선해왔던 것이다. 주거급여 전담기관인 LH가 국토교통부와 시·군·구로부터 주택조사와 주택개량사업을 위탁받고 LH는 전국 225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지자체 위·수탁 협약을 체결해 시행한다. 다시 LH는 공사업체를 선정하여 수선 공사를 완료한다. 지원 대상은 소득 인정액이 중위소득의 44% 이하면서, 주택 등을 소유하고 그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다. 보수정도는 경보수 378만원, 중보수 702만원, 대보수 1,026만원을 기준으로 도배·장판, 창호, 난방, 지붕, 욕실 개량 등이 맞춤형으로 지원된다.

이러한 과정을 파악하고는 고향 할머니께 전화를 드려 할머니가 원하시는 보수 내용을 전해 들었다. 그러나 할머니가 원하시는 대로 보수가 될지 어떤 상황인지를 구체적으로 알아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기에 본인 직장 주변인 청주의 충북 LH를 직접 방문하고 담당자를 만났다. 왜냐하면 충북이나 내 고향이나 기준이나 자격은 유사할 것이고, 여기서 구체적인 내용을 듣고 잘 알아야 고향에 방문하면 곧바로 짧은 시간 안에 일처리를 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처음 찾아간 충북 LH는 담당자는 물론 부서장까지 모두 친절하고 상세하게 이 제도에 대해 알려주었다. 충북 담당 구역이 아니고 전북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 할머니 입장에서 또는 할머니를 돕는 나의 입장까지도 고려하여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세세한 내용까지를 쉽게 알아낸 후 고향의 담당자에게 바로 연결하여 할머니가 원하는 상황과 고향의 LH 담당자가 기준에 맞게 할 수 있는 범위를 협의하여 빠르고 편리하게 할머니를 도와드릴 수 있었다. 여러 차례 통화하고 직접 만난 전북의 LH 담당자도 할머니 입장에서 매우 친절하고 구체적인 상황까지 체크하며 일을 처리하여 주었다. 일처리를 마치고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 드렸더니, 할머니는 정부에 대해 감사함과 나의 수고에 무척 고마워하셨다.

정부나 지자체가 하는 여러 제도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자신에게 직접 관계가 있거나 혜택을 받게 되더라도 만족스럽다고 느껴지는 제도가 드물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국민의 기초생활 보장차원에서의 주거문제까지도 책임지고 지원해주려는 제도가 있음을 알고 나서 우리도 약자를 보호하는 선진국가임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자신의 관할 업무가 아님에도 친절하게 제도를 설명해주던 충북 LH 담당자와 자신의 업무를 할머니 입장에서 최대한 고려하여 정리해주는 전북 LH 담당자를 대하며, 피부로 느끼지 못했던 달라진 담당자들의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정부의 예산을 집행하는 담당 공무원이든 디시 재 위탁을 받은 공사의 담당자든 자칫하면 마치 베풀어주듯이 소위 말하는 갑의 입장에서 자기 식으로만 사업을 집행할 가능성이 많은 상황인데도 각각의 지원사업 신청자의 입장을 친절하고 성실히 듣고 충실히 조사해서 집행한다는 것은 분명 거시적으로 선진국의 공무원과 공사 담당자의 멋진 성숙된 모습이 아닐까 하는 기분 좋은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우리 모두가 나라의 품격을 만드는 재료임을 오늘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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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