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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2.17 15:52:57
  • 최종수정2019.02.17 15:52:57

김혁수

청주대 비즈니스(前경상)대학 학장

여행 중 허름한 곳에서 우연히 들른 작은 음식점에서 만나는 맛있는 우동 한 그릇이 행복한 여행 기억 중 하나로 남을 수 있다. 맛 집으로 널리 알려진 곳도 아니고 딱히 꼭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닌 허기진 상태에서 기대하지 않았을 경우 특히 더 큰 감동으로 그 고장을, 그 음식과 음식점 주인을 기억하게 되는 경우이다. 크게 기대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는 즉, 기대수준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의외로 맛이 있는 음식을 마주하거나 주인 할머니의 정성스런 말이나 정감 있는 손님 접대가 여행의 노곤함을 풀게 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종사자들에게 서비스에 대한 교육을 하면서 종종 기대 만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기대 수준이 높으면 만족수준도 따라서 올라가기 때문에 그만큼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당연히 기대수준이 낮으면 기대하는 만족의 수준도 따라서 내려가기 때문에 내려간다는 얘기다. 호텔을 찾는 고객들의 기대는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하면서 업장에 오고 기대하는 만족의 수준도 최고의 수준이 되어야 만족한다. 그래서 호텔 종사자들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자칫 조금만 서비스 수준이 떨어질라치면 바로 고객의 불만으로 이어진다고 얘기를 자주 했었다. 여행지에서 주문한 우동 한 그릇을 주문할 때는 고급호텔 종사원한테 바라는 친절한 미소와 말투 등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의 서비스만 받으면 만족할 것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어떨까· 사람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지면 만족하기가 쉽지 않고 기대에 미치지 못 할 경우 그 사람에 대해 서운하고 심한 경우는 괘씸한 생각까지 들 수 있다. 살면서 내가 베풀었다고 생각하는 배려를 상대방이 잘 기억하지 못하면 매우 서운하다. 또, 그에 대한 값이 내가 생각하는 크기와 상대의 되갚음이 다를 때에는 '내가 그 사람한테 얼마나 좋고 큰 기회를 만들어 주었는데 겨우 이정도야·' '배은망덕하게 인사도 안 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아무리 그 사람이 잘 하려고 해도 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필자는 축의금이나 부조금 기록을 잘 하지 않고 기록되어 있는 것도 잘 보지 않는다.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의 부조나 축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한다면 얼마나 할지에 대해 보통 전에 그 친구가 나에게 했던 기록을 보게 되면 보마마나 나도 거기에 상응하는 태도를 취해 버릴 것임을 내가 알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것도 철저히 그 친구에 대한 태도를 결과로 보고 거기에 맞게 기대하고 나의 행동도 거기에 딱 맞게 맞추어 그 친구의 기대를 만족시키려는 나의 계산이 깔려 있는 자체가 싫기 때문에 기록을 보지 않고 친구에 대한 내 마음의 정도에 따라 인사를 하고 있다.

기대를 하지 않고 사람들을 대하고 그중에는 내가 나름대로 크게 베풀었던 사람이 섞여 있다 하더라도 기대수준을 높이지 않고 대하는 자세를 취한다. 그러한 중에 찾아와 주고 가끔 보더라도 따뜻한 마음과 정다운 말을 건네준다면 정말 고마운 일 아닌가·

자주 보지 못했던 친지들을 만나게 되는 명절을 잘 보냈다. 명절에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평상시 자주 대하는 일반적인 사람과는 당연히 다르고 더 귀하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기대수준이 잔뜩 올라가 있기 십상이다. 자주 만나 근황을 잘 알지 못해도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터라 허물없이 대하기도 하고 걱정스런 마음을 편하게 표현하기도 하는 친지들이 매우 실망스럽고 간섭하는 것으로 느껴지고, 심하면 분노의 감정까지 이어져 모처럼 만난 화목의 자리가 싸움판까지 비화되어 버리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이 역시 기대수준이 높은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하는 일이다.

이번 명절에 여러분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지들과의 만남이 어떠했을지 궁금하다. 모처럼 만나는 웃어른과 친구, 그리고 사랑하는 내 친척들에 대한 기대수준을 가장 낮은 단계로 낮추었는가. 기대수준이 높았다면 만날 때마다 한 살 어린 주제에 항상 반말로 인사하는 건방진 사촌이 건네는 투박한 반말이 매우 고깝고 서운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건방지지만 세월과 함께 늙어 주름진 얼굴로 환히 웃으며 내 아이와 어색한 인사를 나누는 소박함이 고맙고 더 정감 있었다면 당신은 스스로 편한 명절을 보냈음이 분명하다. 사람에 대한 기대 수준은 낮추면 낮출수록 세상살이가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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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