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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2.27 17:21:50
  • 최종수정2019.02.27 17:21:50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우리 민속에서 길조로 여겨지던 까치의 수난시대다. 농작물 피해는 물론이고 이제는 정전사고의 주범이 돼 한전이 포상금까지 걸고 적극 사냥에 나섰다.

연초에 대문에 붙이는 작호도(鵲虎圖)는 소나무를 배경으로 까치가 호랑이를 희롱하는 그림이다. 소나무는 장수를 뜻하며 호랑이는 용맹을 상징한다. 꾀 많고 용감하여 장수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또 한편에서는 권위적이고 부패한 위정자들을 비꼬며 조롱하는 그림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삼국유사 석탈해의 고사에도 까치가 등장하고 있다. 동해 바닷가에 이상한 배가 닿았다. 갯벌에서 조개를 줍던 한 노파가 까치가 우는소리를 따라 배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배 위에는 궤가 하나 놓여 있었다. 궤를 열어보니 뜻 밖에 잘 생긴 사내아이가 나왔다. 바로 이 아이가 훗날 탈해왕이 된다. 탈해가 성씨를 석씨로 한 것은 신라에서 자기를 반겨준 까치 작(鵲) 자에서 새조(鳥)를 뺀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서는 까치를 희작(喜鵲)이라고 불렀다. 기쁨을 가져다주는 새라고 생각한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에 '까치산'이라는 지하철역이 있는데 중국인들을 위해 '喜鵲山驛'으로 번역해 놓은 것이 재미있다. 까치를 표기하는 한자는 '작(鵲)'으로 벼슬을 뜻하는 '작(爵)'과 발음이 같아 좋아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결혼식이 있으면 홍지(紅紙)로 오려 만든 까치를 창문에 붙여놓는 풍속이 전해내려 온다. 이는 까치가 견우와 직녀의 오작교 설화에서 다리를 놓아주는 가교역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궁중에서도 까치는 대단한 길조로 평가 받았다. 사관들은 평소 대궐에 까치가 날아들거나, 까치집을 짓는 것까지 기록했다. 신하가 조회 때 까치소리를 길조로 아뢰면 임금은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소식이 있으리라는 속신은 민요 흥타령 가운데에도 녹아있다. '아침에 가치가 울어대니 행여 임이 오시려나. 삼경 되면 오시려나. 고운 마음으로 고운님을 기다리건만 고운님은 오지 않고 베게 마루만 적시네..' 까치소리를 듣고 밤새 사랑하는 임을 기다리는 애틋함이 묻어나는 가사다.

필자도 시골 고향집을 갔다 오는 날이면 동구 밖에서 자주 가치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나를 반기는 소리 같기도 했고 배웅하는 소리 같기도 했다. 까치는 둥지에 대한 경계 본능이 강해 낯선 생물의 출몰에 민감하여 내짖는 소리라고 한다.

그런데 작공(鵲公)은 이제 시대의 퇴조물이 돼 마구 총질을 받는 세태가 된 것이다. 한 마리당 6천원씩 현상금까지 걸었으니 해악을 끼치는 흉조로 전락한 셈이다.

문화계 일각에서 청주시의 상징인 까치를 다른 종류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청주 통합 상징이 씨앗(소로리 볍씨)으로 변경되었고 캐릭터도 생이와 명이로 바뀐 이상 까치는 시의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새 상징은 논에서 사는 뜸부기나 참새 등이다. 또 나무는 흔한 목련 꽃에서 학자수(이팝나무), 벼의 기원인 고장인 만큼 쌀밥꽃(이팝꽃)도 제시 되고 있다.

까치내 미호천 유역에서 찾아진 소로리 볍씨는 구석기 시대부터 벼농사를 영위한 것을 입증하는 세계적인 유적이다. 직지와 더불어 청주의 자랑거리다. 미래의 청주는 미호천 시대를 예고하는 만큼 청주시의 상징도 여기에 부응하였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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