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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스위스 쥬리히시의 최고 아름다움은 리마트강이다. 옥수처럼 맑은 강이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강변에는 스위스의 자랑인 고색창연한 정밀 가공 점포가 즐비하다. 2백년이 넘게 대를 이은 장인들이 직접 만든 수제 시계, 공구, 공예품등을 판매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도 마인강이 있어 더 아름답다. 강변 주위에는 공원과 개인컬렉션이 집단을 이루고 있다. 이들 박물관들은 독일 역사와 산업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각종 유물을 전시한다. 마인강이 없다면 삭막한 도시처럼 느껴질 것이다.

교토등 일본 대도시를 포용하고 있는 시가현의 비와호(琵琶湖)는 수백만명의 젖줄이다. 비와호는 30년 전만 해도 죽음의 호수였다. 온갖 생활하수 공장 폐수로 물은 흑색이었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호수가 썩었다고 허물지 않았다.

푸른 물이 가득한 생명력 있는 호수로 만들 방법은 없을까. 매년 봄만 되면 호수는 푸른 녹조로 몸살을 앓았다. 비와호의 오염은 인근 도시에서 흘려보낸 생활 하수등이 주범이었던 것이다.

시가현에 근무하는 한 여성공무원이 앞장서 화학제품 안 쓰기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유인물을 가지고 집집마마 찾아다니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비누를 적게 쓰고 그릇을 닦는 것은 천연 세제를 쓰도록 했다. 집집마다 정화시설을 갖추고 오염원이 비와호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그로부터 20년 후 비와호는 일본인들의 희망대로 푸르름을 찾았다. 수질도 1급수가 되어 식수로도 쓰게 되었다. 비와호의 기적은 공무원과 시민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비와호의 성공사례는 세계 각국에서 환경업무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벤치마킹대상이 되고 있다.

천문학적 수질개선 대책비를 쓰고 있어도 한국의 호수, 강은 오염에서 해방되지 못했다. 봄만 되면 한강 상류, 대청댐을 비롯 전국의 하천등 고여 있는 물에는 녹조가 극성을 부린다. 주변의 온갖 폐수가 부영양화를 부추긴 것이다.

댐을 막았다고 녹조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46년 전에 막은 소양호는 항상 1급수다. 인근에 산업시설 인구가 많은 지역의 댐, 저수지가 녹조라떼로 신음한다.

세종시의 명물로 자리 잡았던 세종보가 지금 철거문제로 정부와 주민들이 대립하고 있다. 세종보에 물이 가득했을 때 세종시는 호반의 도시로서 아름다웠다. 물이 빠진 세종보는 흉물이 됐다. 농민들과 시민들은 세종보를 헐어서는 안 된다고 극한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환경부는 세종보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철거를 서두르는 감이 있다. 전전정권의 적폐로 몰아 철거를 기정사실로 설정하고 서둘고 있는 것이다. 막대한 국가예산을 들여 구축한 댐을 철거하면 후유증이 클 경우 그 책임은 현 정권이 몫이 된다.

국가 중대사는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들이 반대하고 전문가그룹의 이견이 있는 사안은 결정 과정도 중요하다. 현 정부는 원전 중단, 기초임금의 대폭인상 등으로 혼돈을 거듭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먼저'라고 부르짖는다. 그렇다면 세종시 농민들과 시민들의 호소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광범위한 전문가그룹을 동원하여 득실을 더 깊게 따져야 한다. 공장이나 생활하수가 오염의 주범이라면 미호천 상류지역의 수질 개선부터 생각해야 한다.

쥬리히시나 프랑크푸르트와 같은 맑은 물이 넘실대는 호반의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대한민국 제2수부인 세종특별자치시민들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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