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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조선 숙종 대 유명한 '회니논쟁(懷尼論爭)'을 불러일으킨 두 거유는 화양동 우암 송시열(尤庵宋時烈)과 이성(尼城. 논산)의 명재 윤증(明齋 尹拯)이었다. 우암의 사가가 회덕에 있고, 윤증의 집이 이성에 있던 것을 지칭하여 붙인 것이다.

두 분은 스승과 제자 사이였으나 평생 반목하고 살았다. 그리고 조선의 역사 '노소당쟁(노론 소론의 싸움)'사의 중심인물로 기록되었다.

우암은 노론의 영수였으며 윤증은 소론의 대표였다. 왜 이들이 반목하고 물과 불처럼 서로 화해하지 못하고 살았을까.

윤증의 부친 윤선거는 우암의 친구였다. 일설에는 윤증이 스승인 우암에게 부친의 묘갈(생애를 기록한 비석 글)을 부탁했는데 우암을 비판을 한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윤증은 아버지를 욕되게 했다고 생각하여 우암에게 몇 차례 고쳐달라고 요청했으나 스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묘갈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담긴 것일까. 병자호란 때 윤선거는 처자를 데리고 강화도로 피난을 갔다. 그런데 청나라 군사가 입성하자 처자와 친구는 죽고 혼자만 성을 탈출했다. 나중에 묘갈에 대한 윤증의 반감이 커지자 우암은 '다른 사람의 글을 이용하여 사실을 적은 것 뿐'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숙종 당시 두 학자의 명성은 최고의 위치였으며 사림들의 존경을 받았다. 노,소 양당을 골고루 기용하려 했던 숙종은 우암을 영의정으로 발탁하고 윤증에게는 우의정을 제수했다. 그런데 윤증은 벼슬을 고사했다. 몇 번이고 임금이 불렀으나 사양했다.

윤증이 우암과 같이 정사를 거부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나가서는 안 되는 명분이 있다. 오늘날 조정에 나가지 않는다면 모르되 나간다면 무언가 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우옹(송시열)의 세도가 변하지 않으면 안 되고, 서인과 남인의 원한이 해소되지 않으면 안 된다'

윤선거도 생전에 아들에게 우암의 성품을 말했다. '송시열의 우뚝한 기상을 따라가기 힘드니 장점만 배우되 단점도 알아두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이기기를 좋아하는 것'을 단점이라고 알려 준 것이다.

윤증이 스승과 반목하면서 율곡 이이가 젊은 시절 불가에 귀의한 것을 문제 삼자 노론은 그를 사문난적(斯文亂賊.학문을 어지럽히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 후 '회니논쟁'은 노,소 당파의 사생결단식의 싸움으로 치닫게 되었다. 노소가 죽기 살기로 공격하는 명분은 있었으나 화합과 관용이 없었다.

부친의 생전 사실을 적은 글이 도화선이 되었다고 하지만 윤증과 송시열은 학문적으로 생각이 달랐다. 우암은 '성리학 외에는 다른 학문을 절대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한 반면, 윤증은 그와 반대 되는 양명학을 수용하였던 것이다. 윤증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용후생의 실학을 중시해야 한다는 입장에 섰다.

대권주자 1위로 치솟은 윤석열 검찰총장은 바로 윤증의 후손이다. 어떻게 보면 외곬과 뱃심, 원칙에 대한 단호함이 빼닮은 데가 있다. 흐트러진 공정의 가치와 법 확립을 갈망하는 국민들이 열광하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다만 앞으로 윤총장이 정치를 하게 되면 선조의 기개는 살리되, 때로는 타협하고 융통성 있는 역량도 길러야 한다는 점을 주문하고 싶다. 정치란 외곬과 원칙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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