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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9.13 20:49:56
  • 최종수정2018.09.13 20:49:56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한중록(閑中錄)'은 부군 사도세자를 잃은 혜경궁 홍씨의 눈물어린 일기다. 이 기록을 보면 조선 왕실의 조기교육에 대한 내용이 흥미를 끈다. 홍씨는 '사도세자가 한살부터 교육을 받았으며 두 살 때는 한자 60자를 읽었다'고 술회했다.

'(전략)...두 살 때 글자를 배워 60개 정도의 글자를 쓰셨고, 세 살 때는 다과를 받으시자 수(壽)자나, 복(福)자 찍은 것만 잡수시고 (중략)... 또 천자문(千字文)을 배우시다가 치(侈)자와 부(富)자가 나오자, '치'자를 손으로 짚고 자신이 입은 옷을 가리키며 '이것이 사치다'라고 하셨다'

조선 12대 임금 인종(仁宗)은 만 2세 때 글을 읽었다. 사관들은 인종의 총명함을 실록에 기록까지 한다. 인종은 일찍 승하했지만 효성이 지극했다. 전왕 때 죽은 조광조등 젊은 지식인들을 복관시켜 억울함을 풀어주기까지 했다.

신동 김시습(梅月堂 金時習)은 서당을 다니던 다섯 살 때 세종 앞에 불려갔다. 어린이는 임금 앞에서 '삼각산'에 관한 시를 지어 왕을 감탄케 했다. (金溪筆談) 세종은 특별히 비단 50필을 하사했다고 한다.

왕실의 조기교육 못지않게 일반의 교육열도 대단했다. 도회는 물론 산골에도 서당이 없는 곳이 없었다. 글을 읽는 선비들이 많았으며 이들이 서당을 열었기 때문이다. 일부 영재 가운데는 3세에 천자문을 떼고, 일곱 살 때 주역까지 깨우쳐 소년 등과하는 사례도 있었다.

어린이가 서당에서 처음 대하는 책은 천자문(千字文)이었다. 그 다음엔 '동몽선습'이나 격몽요결(栗谷 李珥 지음)을 읽었다. 그리고 소학(小學)에 입문한다. 소학은 인륜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은 이 책에 나오는 글이다. '임금과 스승, 아버지의 은혜는 같다'는 뜻이다.

대한제국 말엽 한양에 온 한 미국인 선교사는 가난한 나라의 교육열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집집마다 책 없는 곳이 없고 귀천을 가리지 않고 서당에 다니는 어린이들을 보고 은근히 시샘하는 기행문을 남기기도 했다. 가난한 제국이 이국인들의 눈에는 '동방예의지국'으로 보였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어떤가. 유교사회의 교육열을 이어받긴 했으나 가장 중요한 인륜교육은 외면하고 있다. 주변을 보면 어린이의 인성을 가르치는 학원은 찾아 볼 수 없다. 오로지 예능과 외국어 입시 위주의 간판만이 보인다. 특히 가정에서의 과보호는 스승도 몰라보는 건방진 아이들로 키우고 있다.

최근 5년간 교권 침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이 교사를 때리거나 욕하고 성희롱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의 경우 2013년 58건에서 2017년 167건으로 세 배 늘었다.

그런데 인천 가천박물관이 최근에 초등학교 고학년을 위한 교육체험 프로그램 '용들이 날으샤'를 운영, 호평 받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유교사회 서당(書堂)과 과거(科擧) 문화를 체험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아이들은 선생님이나 부모를 대하는 태도가 확연하게 달라진다고 한다.

단양군의회는 충북에서는 처음으로 향교와 서당, 등 전통교육기관 활성화를 위한 조례 제정에 나섰다. 향교와 서원, 사당 등 전통공간을 청소년들의 인성 교육장으로 활용해 보자는 것이다.

가정과 사회에서 지켜야 할 도덕이나 예절을 공부하는 '도시 서당'을 한번 부활 시켜보면 어떨까. 시군에서 조례를 바탕으로 재정을 지원하면 호응도가 높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린이들이 장성하여 예절을 지키며 의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양분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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