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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9.25 17:02:24
  • 최종수정2019.09.25 17:56:47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조선 유교 사회에서 추상같은 정신을 소유한 관리들을 보면 대개는 사헌부(司憲府) 출신들이었다. 사헌부는 오늘날 검찰로서 당시에도 긍지가 높았으며 권한도 막강했다. 기강도 엄격했고 선후배에 대한 예우도 깍듯했다.

 태종 때 공신 조준(趙浚)은 사헌부 감찰을 정의하여 '이목지신(耳目之臣)'이라고 했다. 임금의 눈과 귀라는 뜻이다. 임금도 사헌부 관리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잘못하면 사정의 칼날이 총애하는 권속들을 겨눴기 때문이다.

 연려실기술을 보면 사헌부에는 임금이 자주 주식을 하사했으며 풍악이 그치지 않았다는 기록이 전한다. 날마다 술이 취하게 하여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려 한 의도였다.

 사헌부 관리들의 신입관원 환영회였던 신래(新來)는 조정에서도 말이 많았지만 이 풍속은 지금까지도 명맥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 출신가운데 애주가는 물론 말술도 마다 않는 이들이 많은데 그 전통이 내려온 것인가.

 사헌부 관리들이 입는 관복의 흉배도 달랐다. 문관은 학, 무관이 호랑이 흉배를 사용한 대신 감찰들은 해태 흉배를 착용했다. 해태는 궁성에서 불을 진화한다는 상상의 동물이다. 궁궐문을 통과할 때도 다른 관리들은 쪽문을 이용하였지만 사헌부 관리들은 정문을 이용했다고 한다. 사실상 특권이 많았던 직책이었다.

 비위 및 부정부패 사실을 적발하면 사헌부 관리들이 먼저 피의자 집 앞에 모였다. 감찰이 본부(사헌부)에 보고하고 죄목을 적어 대문에 붙였다. 이를 야다시(夜茶時)라고 했는데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제도였다.

 조선 선조 때 강직하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송강 정철(松江 鄭澈)과 옥천에서 의병을 일으켰던 중봉 조헌(重峯 趙憲)도 사헌부 출신이었다. 정철은 귀양을 가면서도 임금 앞에서도 잘못을 극간한 인물이며, 조헌은 도끼를 들고 대궐문 앞에 나가 상소를 한 극단파였다.

 조헌은 임금이 의주로 피난을 가자 근위를 주창하여 의병을 모집했다. 피난 중인 임금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은 충신이 지켜야할 도리였다. 조헌은 의병을 이끌고 상경하는 도중 영규대사가 이끄는 승병을 합세하여 청주성을 탈환한다.

 그리고 금산에서 왜군의 대부대를 맞아 싸우다 700여 의사와 함께 장렬히 전사했다. 중봉이 나약한 마음을 가졌다면 승산 없는 싸움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한말 대마도에서 단식 절사한 면암 최익현(勉菴 崔益鉉)도 사헌부 감찰 출신이었다. 의로운 일이라면 임금의 간곡한 만류도 뿌리쳤다. 왜(倭)가 주는 음식이나 의복을 거부한 면암은 바로 사헌부 감찰정신의 최고봉이었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송나라 개봉부 판관 포청천이 가장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왜 포청천이 현대에서도 중국인들의 영웅으로 떠오른 것인가. 부정과 비리에 대한 척결, 공정한 판결 때문이다. 오래전 포청천을 소재로 한 영화가 한국에서 상영되어 큰 인기를 누렸으며 아직도 이 영화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에게도 지금 이런 포청천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검찰이 요즈음 조국 법무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장관은 검찰의 상관 격이며 살아있는 권력이다.

 법무부의 검찰총장 수사 배제 획책에도 검찰은 의연한 자세로 수사를 임하고 있는 것 같다. 검찰 수사팀에 '여의도 증권업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소속 검사가 파견됐다. 23일에는 하루 종일 서울방배동 조국 아파트를 전격 압수 수색했다.

 검찰이 법 수호에 대한 추상같은 '사헌의식(司憲意識)'을 갖는 것이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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