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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6.21 17:14:19
  • 최종수정2018.06.21 17:14:19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조선 명종 대 동주 성제원(東洲 成悌元)은 속리산을 사랑했다. 동주는 학문이 깊고 문장이 뛰어나 사류들에게 존경받는 학자였다. 그런데 친구인 청주목사에게 들렀다가 춘절(春節)이라는 기생을 만나 속리산을 돌아보고는 그만 눌러 앉고 싶었다.

일주일을 같이 자며 시를 짓고 즐거워했지만 끝내 군자로서의 자세를 흐트러지지 않았던 동주. 기생과의 염문은 유명한 일화로 남았지만 그가 보은 현감 직을 자청하여 속리산을 가까이 한 연유는 무엇이었을까.

당시 보은에는 서울을 외면하고 내려 온 성운(成運)이 있었다. 스스로 대곡(大谷)이라 부른 성운은 당대의 석학이었다. 성품이 인자하고 욕심이 없었다. 보은은 성운의 처가로 을사사화 때 책 보따릴 안고 내려온 것이었다.

동주는 현감 직을 수행하면서 대곡과 자주 만나 학문을 논했다. 이 소식이 한양과 전국 사림들에게도 퍼졌다. 제일먼저 보은을 찾아오고 싶었던 것은 경남 김해에 있던 대학자 남명 조식(南冥 曺植)이었다.

여름철 남명은 노새에 몸을 싣고 성운을 찾아온다. 지리산에서 보은까지는 600리길. 남명은 성운을 만나는 자리에서 소문으로 듣던 동주를 소개 받았다. 남명은 동주를 처음 만났지만 오랜 친구 같았다.

남명이 김해로 돌아가기 전날, 세 사람은 술상을 앞에 놓고 작별인사를 나눴다. 기록을 보면 감성이 풍부한 동주가 먼저 눈물을 흘리며 시를 지었다고 한다.

"그대와 내가 모두 중늙은이가 되어 멀리 떨어진 고을에 살고 있으니 어찌 다시 만나기를 기약 하겠는가.."

세 사람은 성제원의 현감 임기가 끝나는 이듬해 가을, 가야산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일년 후 추석 때가 되자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남명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폭우를 무릅쓰고 해인사로 갔으며 동주는 일찍 보은에서 합천으로 떠났다.

이렇듯 성운이 살던 보은은 당대 제일의 학자들이 몰려들었다. 마로면에는 원정 최수성(猿亭 崔壽城), 병암 구수복(屛巖 具壽福)이 살았다. 고봉정사(孤峯精舍)는 이들이 모여 학문을 토론하고 나라를 걱정한 곳이다. 그래서 이곳을 '산림학맥(山林學脈)'의 본산이었다는 별명을 붙인 것이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보은에 오는 이들이 많아 조정이 텅 비었을 정도라는 우스개까지 생겼다. 임금이 중신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어디에 갔느냐고 물었다. 모두 보은으로 대곡을 만나러 갔다고 대답했다. '대곡이라면 과인이 벼슬을 여러 차례 제수했어도 사양해 온 성운이 아닌가'. 임금은 성운에게 또 벼슬을 제수했으나 그는 끝내 부임하지 않았다.

​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 혹서가 일찍 찾아 온 느낌이다. 이럴 때 가장 생각나는 것은 맑은 물가. 계류에 발을 담그고 무더위를 잊는 쾌적함은 더 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명산 속리산 맑은 계곡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된 신라 대찰 법주사가 지난 해 부터 역사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바로 전통산사 문화재 활용사업인'사시낙락(史視樂樂)'. '역사를 바라보며 즐거움을 느낀다'는 뜻이다. 올해도 7월부터 10월까지 열린다고 한다.

계제에 연면한 선비 정신이 깃든 보은 산림학맥의 유적에도 '사시낙낙'의 즐거움을 만끽 할수 있는 프로그램이 열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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