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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해

충청대 경찰학과 교수

19세기말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는 독일사회의 지배정당성(권위)이 전통성(성, 나이, 계급, 신분 등)도 아니고 카리스마도 아닌 합리합법성이어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미 영국을 필두로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도입한 대의제와 시장경제의 정신적 기반은 합리․합법성인데, 아직도 독일사회는 귀족과 융커계급이 지배하는 전근대적 봉건성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베버는 법과 합리성이 권위의 근거가 되는 국가(정부)조직을 관료제(bureaucracy)라 칭했는데, 이는 초기 민주주주와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과정의 산물입니다. 기본적 특징으로 계층제 조직, 법에 의한 행정, 분업과 전문화(관할권), 공사분리, 공식성 등을 강조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쓰는 정부(government)입니다.

이러한 정부조직은 사사로운 인치를 부정하는 법치, 엄격한 계층제, 공식성을 강조하여 특히 대규모 조직의 안정성에 유리한 조직방식입니다. 대부분 나라의 정부조직이나 대기업집단, 심지어 대형교회에서도 관료제 방식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사는 거대한 사회도 관료제적 특징이 적용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협치라는 용어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주 회자되고 있습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의석수가 과반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법안처리에는 야 4당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지요. 원래 협치는 영어의 governance에서 나온 일본식 표현입니다. 이는 20세기말 정보화, 세계화 시대와 조응하는 조직화 또는 문제해결방식입니다. 종래 관료제하에서 법규정에 보장된 관할권은 누가 주체이고 객체인지 분명히 규정하여 철저히 주체 중심의 행정을 추진합니다. 반면 가버넌스는 개방적 네트워크방식으로서 이해당사자들을 모아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그 문제와 관련있는 당사자나 전문가, 기관, 단체, 기업 등 모두가 참여의 대상입니다. 더욱 성숙된 민주적 문제해결모델입니다. 종래 정부관료제가 계층제와 법의 집행을 강조했다면, 가버넌스는 개방, 참여, 협력, 경쟁을 통해 문제해결을 해나가자는 것입니다. 이는 최근 급진전되고 있는 정보화, 세계화는 많은 문제들에 이해당사자들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에서 서로 존중하며 양보하여 공공번영을 추구하는 상생사회로 가자는 취지입니다. 이 방식은 70년대 영국, 80년대 미국, 90년대 호주 및 뉴질랜드 등 정부혁신과정에 적용된 신공공관리론(New Public Management)이 그 핵심입니다.

다시 정치현실로 가봅니다. 주지하는바와 같이 지금의 청년실업, 양극화, 가계부채, 저출산, 고령화, 남북문제, 대외관계 등은 지난 10년 보수정부를 지나면서 더욱 악화된 시급한 정책과제들입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이끈 성난 촛불민심은 국정농단 이외에도 파탄난 민주, 민생, 남북, 외교관계에 대한 실망과 분노의 표현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제1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이 협치를 무기로 문재인 정부의 초대 개각작업과 추경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고 책임을 회피하는 일입니다. 다른 야당들이 반대를 하더라도 자유한국당 만큼은 이유불문하고 찬성표를 던지는 것이 그나마 대선민심에 순응하고 향후 지지를 얻는 길 아닐까요. 대다수 국민들은 명백한 도덕적, 법적 흠결에도 야당과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해온 박근혜정부의 과거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10% 아래로 내려간 이유를 새겨야 합니다. 결국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낡은 이념무장을 포기하고 민생정치를 주도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데 있습니다.

협치 이전에 정치의 본질을 새겨야 합니다. 충격적인 국정농단,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과 조기대선을 거치며 출범한 새 정부의 인사 및 추경정책은 국민적 지지를 받은 공약이행입니다. 다소 흠결이 있으면 있는 대로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의 장으로 나가야 합니다. 전부 아니면 전무식 대결정치는 과거 군사정부 시절의 구습입니다.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되, 민생을 돌보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의 경쟁을 추구해야 합니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지 이념대결의 전장이 아니니까요. 상대방 입장을 존중하고 이견을 좁혀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점을 찾는 것이 정치인의 사명이자 책임입니다. 그것이 정치의 본질입니다. 정치공학적 협치를 빌미로 민생과 국익을 위한 국정과제 해결에 대화를 거부하며 대결을 조장하는 진영논리야 말로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낡은 구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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