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3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상해

충청대 경찰행정과 교수

교수신문이 선정한 지난해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습니다. 혼용무도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실정으로 나라 전체의 예법과 도의가 송두리째 무너져버린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는 논어의 천하무도에서 유래한 말로 혼용은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과 용군을 뜻합니다.

무도는 사람이 걸어야 할 정상적인 궤도가 붕괴된 혼돈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2013년은 순리를 거슬러 역행한다는 도행역시(倒行逆施), 2014년은 사슴을 말로 속인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였습니다. 지난 3년 사자성어를 돌아보니 좋은 건 없고, 순리를 거스르고 거짓말을 하고 무능하여 도리에 어긋난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2012년 대선 기간 동안 박근혜 후보는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국민행복시대 등을 약속했습니다. 2012년 8월 후보 수락연설에서 "경제민주화가 국민행복의 첫걸음"이라며 서민 골목상권을 황폐하게 만든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을 규제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차별 없이 대우받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간 그릇된 정경유착과 왜곡된 가치배분은 소득의 불평등을 초래하여 지역간, 계층간 갈등을 심화시켜 국민불행을 가중시켰지요. 반면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정권심판론 위에 야권은 단일화까지 이루어 그 기세가 만만찮았습니다. 그러나 신뢰와 원칙을 고수해 온 특유의 정치이미지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서 진실한 면모와 함께 고질적인 국가병폐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니 많은 유권자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어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요?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참모들은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양심과 원칙, 그리고 명예를 존중하는 참다운 보수들은 이때부터 비박, 반박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출세와 권력을 추종하는 사이비 보수들에 의해 권력은 성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권력의 본산인 청와대 문고리 3인방 해프닝은 국가권력을 무력화한 일이었지만, 결국 대통령은 국민의 여망인 정도를 가기보다 가신그룹의 안위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공약도 하나, 둘 흐지부지되기 시작했습니다. 유권자의 간절한 소망 또한 같이 폐기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동네슈퍼와 제과점은 다 사라지고 거대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 계열의 편의점, 제빵업체, 대형할인마트가 장악했습니다. 10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14년 12월 기준 500조가 쌓이는데, 중소기업은 고혈을 짜내는 출혈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과 격차는 또 어떻습니까? 영화 카트나 베테랑, 드라마 미생이 보여주듯 이미 우리 사회는 과거 신분제도보다 더 고통스럽고 악랄한 갑질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대기업은 당장 돈 되는 일 외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10여년 전 미국의 MS가 우리식 표현으로 문어발 경영을 하려 할 때, 미국정부는 그 시도를 단호히 금지한 결과 페이스북, 구글, 애플과 같은 창조혁신기업들이 탄생한 것입니다. 현재의 대기업우호정책은 그 기업의 혁신성, 창조성, 도전정신을 감퇴시키고 결국 기업과 국가 모두 경쟁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정도란 무엇입니까. 정치와 경제가 걸어 가야할 바른 길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반칙과 특권을 앞세운 물신이 숭상되고 있습니다. 그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할 정치마저 본래 가야할 길을 외면하고 있으니, 어리석고 무능하다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사회 또한 도리와 질서가 온전할 수 있을까요?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