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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해

충청대 교수

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입니다.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진실을 일깨운 지난 9개월이었습니다. 관료제의 창시자 M. Weber는 공무원의 공평무사를 매우 강조했습니다. 공공조직의 생명은 법에 의한 행정임을 그의 관료제이론에서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럼 Weber는 왜 법치주의를 강조했을까.

짐이 곧 국가였던 왕정국가 시대, 왕은 절대권력을 행사했습니다. 짐의 말은 곧 법이었습니다. 자신의 혈족과 연고에 따라 무소불위의 차별적 통치를 휘둘렀습니다. 왕은 언제나 전쟁을 일으켜 영토확장에 골몰했고, 궁궐에서는 일년 내내 축제가 열렸지만, 왕정은 하다못해 콧수염, 턱수염에 까지도 세금을 거두어 들였고, 국민생활은 전쟁과 굶주림으로 파탄이 날지경이었습니다. 백성들의 존엄과 인권, 그리고 자유는 왕정의 관심이 아니었습니다. 1%의 왕족 및 귀족과 99% 노예사회였습니다. 모든 통치의 특권은 1%에 집중되었으며, 그들의 호화로운 생활을 위해 99% 백성들은 수탈과 노역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국가는 그들에게 괴물이자 사나운 폭력배 그 자체였습니다.

거대 왕정권력을 무너뜨린 영국의 명예혁명, 미국의 독립전쟁, 프랑스의 대혁명은 절대권력 그 자체인 왕정권력은 분산과 권력의 원천은 바로 국민임을 명백히 하였습니다. 근대 민주국가의 철학적 토대를 제공한 홉즈, 로크, 하이예크 등은 '법치란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정치가 및 행정가가 법을 준수하는 것'임은 강조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하여 주권재민에 대한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법치정신을 간명하게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국가권력 또한 당연히 헌법 제1조 제2항을 벗어나 행사될 수 없는 국민을 위한 권력일 때만이 그 권한행사의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십수년동안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정치인 및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행태는 한마디로 자의적이었습니다. 법치가 아닌 인치로 내편의 아군에게 권력은 지나치게 관대했고, 적군에게는 극도로 엄격했을 뿐만 아니라, 차별적이었습니다. 정치 및 행정행위 전반에 각종 불법의혹은 갈수록 커졌고, 탈법이 횡행하며, 정치는 패거리를 나누어 반목과 대결로 이어졌고, 국민은 지역으로, 이념으로, 계층으로 분열되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고 이어진 박근혜 전대통령은 특검조사를 거부하며 자신이 한 대국민 약속을 파기하였습니다. 엄연한 헌법과 관련 법령에 따라 진행되는 탄핵절차도 온갖 궤변과 생트집으로 탄핵의 정당성을 부정하였습니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2016년 12월 9일부터 3월 10일 선고일까지 92일간, 결정 선고일을 포함하면 21번의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탄핵 법정에 선 증인은 25명으로 헌재가 맡은 사건 중 최다 기록이었으며, 36명(국회 측 16명·대통령 측 20명)에 달하는 대리인단 규모도 헌재가 맡은 사건 중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측근들은 탄핵심판을 부정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는 대선기간동안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을 "잡범들의 훈계문"으로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하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통령은 미르·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 케이디코퍼레이션 지원 등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위해 지원했고, 헌법·법률 위배 행위는 재임 기간 중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인정했습니다. 또 검찰과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고 청와대 압수수색마저 거부하는 등 박 대통령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헌재는 이에 "박 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로 봐야 한다"며 "박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밝혔습니다.

법치에는 지위고하가 없습니다. 법치에는 지역, 이념, 계층이 따로 없습니다. 법치는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지키며, 상식을 키우는 요체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공화국의 근간인 법치가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정치인 및 공직자들이 법규를 준수하는 것'임을 명심하고 이 땅이 진실, 정의 상식이 넘치는 민주공화국으로 거듭나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혹한의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밝힌 위대한 촛불혁명의 지고한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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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