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상해

충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주인인 시민들은 헌법과 법률을 짓밟은 대통령에게 퇴장을 명령했습니다. 세계사에 빛날 7차 촛불집회까지 연인원 750만명이 '민주공화국'의 깊어가는 겨울밤을 여울여울 밝혔습니다. 손이 시리고 코끝이 에일듯한 추위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떠한 권력도 시민과 싸워 이길 순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만천하에 확인해 주었습니다. 국회는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했습니다.

더욱 빛나는 것은 강력한 분노를 표출하면서도 풍자와 해학, 그리고 배려의 축제행사로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연행자 한 명 없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명예혁명이었습니다. 한국인이 세계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성숙하고 명예로운 시민혁명을 새로 썼습니다. 우리 모두 자랑스럽고 위대한 시민입니다.

국회를 통과한 탄핵소추는 촛불의 분노를 대의하는 국회가 헌법적 책무를 이행했을 뿐이었습니다. 탄핵은 박 대통령이 자초한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공식 정부를 무시하고 비선 정부를 운영했습니다. 그는 헌법을 위반했고, 법률을 어겼고, 주권자를 배신했습니다. 국민들은 경악했고, 분노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드러났을 때부터 잘못을 밝히고 용서를 구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거짓 해명과 진정성 없는 사과로 스스로 걷어찼습니다. 자신이 시민 앞에 한 약속을 밥 먹듯 뒤집고 궁지를 모면하기에 급급한 모습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었습니다. 대통령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고 리더십은 무너졌습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채 '짐은 곧 국가'라는 통치방식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재현했습니다. 대한민국을 성숙한 민주사회로 발전시키기는커녕 봉건시대만도 못한 부끄러운 나라로 전락시키고 말았습니다.

시민의 분노는 정당했습니다. 시민들은 농단주범들을 심판하고 단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촛불 민심은 무너진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가의 자존심을 되살리고 시민의 명예를 되찾자는 것이었습니다. 촛불은 정치를 이끌어온 동력이었습니다. 박 대통령의 꼼수 담화에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흔들린 건 정치인이었지 민심은 동요한 적이 없습니다. 촛불이 아니었다면 검찰이 대통령을 범죄 공모자로 규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시민들은 야 3당을 탄핵 단일 대오에 세우고, 새누리당 비박계를 표결 참여로 유턴시키고, 여당 의원들을 자유투표로 내몰았습니다.

촛불 민심은 단지 박 대통령 탄핵만을 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 사회 불평등, 불공정, 불의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폭발시킨 기폭제였을 뿐입니다. 보수도 진보도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의 가슴에는 한국 사회의 적폐를 도려내자는 갈망도 담겼습니다. 탄핵은 임시 극약처방일 뿐. 민주주의, 민생, 평화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는 무너진 민주공화국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상식과 원칙, 그리고 법치가 그 중심입니다. 권력의 독점과 사유화를 근원적으로 막아낼 장치 또한 마련해야 합니다.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정치인과 공직자들의 윤리관과 준법기준도 거듭 강화해야 합니다. 특히 검찰개혁을 통해 권력에 부역하는 시녀가 아닌 진실과 정의를 규명하는 사명중심 독립조직으로 재편해야 합니다. 대의제도도 수술해야 합니다. 정당공천=당선의 등식은 의리와 보스중심의 봉건적 붕당정치의 핵심입니다. 지금의 사람중심, 지역중심 정당은 그 폐해입니다. 철저한 상향식 공천제 도입과 대의에 한계를 노출하는 현행 소선구제도 개편되어야 합니다. 파탄난 민생과 경제회복을 서둘러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 돈줄을 대며 회사 민원을 해결하려 했던 우리나라 재벌개혁을 엄정히 추진해야 합니다. 수백조원의 사내 유보금을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쓸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정치권과 정부는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고 중소기업을 보호하며 대기업이 창의와 도전정신으로 신사업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감독기관의 엄정한 법집행과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직업교육제도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파국상태로 빠진 남북문제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따뜻하고 부드러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번 평화촛불의 힘이 강성 봉기나 투쟁보다 강함을 우리는 확인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원대한 잠재력이 늘 북한문제로 고삐를 잡히는건 국가적 불행입니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지만, 이념대결보다는 실용주의적 노선으로 국가이익을 최우선시 해야겠습니다.

이제 박대통령의 운명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헌법위반 13개, 법률위반 8개. 차마 우리나라 대통령이 저지른 범죄라고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특검수사를 통해 그 죄는 더 명확해지고 늘어날 수 있음을 생각할 때, 헌재는 반드시 공정하면서도 신속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촛불민심은 빨리 결론을 낼수록 위기는 그만큼 단축된다는 것입니다.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입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