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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해

충청대학교 교수

1971년 출간된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에서 J. Rawls는 "사상체계의 제1덕목은 진리이며, 사회제도의 제1덕목은 정의"라 설파합니다. 인간사회의 근본원리가 진리에 있듯, 정치와 국가의 존재이유는 진리를 바탕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설계, 운영하는 것이 Rawls의 정치철학입니다.

Rawls의 '정의론'은 1960년대 극심했던 미국의 인종, 성, 세대 및 계층간 갈등을 초래한 사회적 차별과 경제적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고자 했던 철학적 토대로서,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그 결과 낙오되는 사회적 약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정치·행정적 조치들의 당위성을 주장합니다. 그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고 절망적으로 만들었던 정치권은 각종 차별시정조치(affirmative action)들을 도입하였습니다. 그 결과 여성, 유색인종, 하류계층,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은 법과 제도를 통해 그들의 기회와 권리를 보장받았습니다. 그들은 공무원에 임용되었고, 장애인문제를 다루는 기관의 책임자가 지체장애인이며, 에이즈를 치료하는 부서의 책임자가 에이즈 양성환자가 된 것입니다. 정치와 행정이 존재하는 이유는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이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는 것입니다. 소위 가난, 질병, 실업, 범죄, 갈등, 차별, 불평등, 빈부격차 등 문제는 그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고, 문제해결에 그들을 활용하는 것은 탁견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떻습니까? 더 갈 것도 없이 박근혜 정부 이후 우리는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아직도 동굴 속 무지와 의혹 속에 살고 있습니다. 엄청난 비리와 무능이 만들어낸 세월호의 진실, 인간존엄이 말살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더 큰 영혼의 상처를 안긴 졸속협상의 진실, 청와대와 국정원, 그리고 전경련이 한패가 되어 자행한 불법투성이 어버이 연합의 진실, 정부를 믿고 가족을 사랑한 죄로 되레 가족이 죽어나간 옥시의 진실. 민주국가라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법절차를 무시하고 밀어 부치는 사드배치의 진실. 우리가 알고 싶고, 당연히 알게 해 주어야 하는 진실은 묻히고 암흑 속 삶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정의 또한 어떻습니까? 자유로운 경쟁은 이미 불공정한 반칙경쟁으로 변질되어 승자독식 정글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도처에 갑질이 판을 치고, 오로지 돈과 탐욕만을 위한 범죄행위들은 도대체 끝 모를 인간의 야만성을 보여주고 있고, 힘없는 서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치권력은 물질만능과 결탁하여 정의의 최후 보루인 법체계를 뒤흔들고 정권은 부패와 비리로 얼룩지고 있습니다. 정운호 법조로비, 진경준 주식대박, 우병우 민정수석 비리 등은 그 단면일 뿐입니다. 차별과 불평등이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정치의 무능과 불통으로 그 아픔은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1960년대 미국의 혼란과 무질서보다 훨씬 심한 사상의 부재, 정치의 부재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진실이 묻히고, 정의가 사라진 사회. 대신 거짓과 위선, 반칙과 특권이 판을 치는 동굴 속 야만의 시대에 갇혀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최우선 가치인 진실과 정의. 이 절대규범이 혼돈에 빠진다면, 우리의 체제는 흔들릴 것이며, 역사적 퇴보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신냉전 시대의 희생양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는 북한도 아니고 중국도 아닙니다. 우린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입니다. 진실과 정의는 민주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품격입니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야당과 함께 박근혜 정부 이후 발생된 모든 의혹투성이 사건들을 명백하게 규명해야 합니다. 그 의혹 속에 멍든 가슴 통곡하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달래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야 말로 얼마 남지 않은 정권이 국민 앞에 떳떳해 질수 있고, 역사 앞에 당당해 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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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