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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해

충청대 경찰행정과 교수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 지나갔습니다. 누구에겐 정말 기다려지는 날이고, 누구에게는 가장 두렵고 힘든 날입니다. 충효사상을 바탕으로 한 삼강오륜과 가부장제로 공고해진 호주제 틀 안에서 명절은 조상에 대한 감사함을 정성스런 제사상으로 표현한 민족적 전통의식이었습니다. 사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부모님과 조상님들에 대한 고마움을 제례의식을 통해 표현한다는 것은 인간의 도리이자 후대들의 책임이었습니다. 또한 그것은 가정의 안정과 통합의 수단이었고, 부계혈통으로 대변되는 가문의 번성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니 인간의 의식과 행동도 많이 변했습니다.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종교가 다양해지니 먼저 그간 희생당하고 소외당했던 여성차별문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2008년부터 부계혈통과 장자상속, 그리고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겼던 호주제가 폐지되었습니다. 이는 여성의 인권신장과 사회진출 확대로 이어졌고, 현모양처, 삼종지도, 칠거지악, 출가외인 등은 이제 아득한 옛말이 되었습니다. 가정 내 고부관계, 부부관계, 부자관계 등 가족 간 관계가 전면적으로 수평화 되고, 명절에 대한 인식과 참여, 그리고 방식 등이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습니다. 결국 가정 내 대소사에 대한 의사결정권도 분점 내지는 분산되어 종래 가장의 불가침적 권위는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와 조상의 관점이 아닌 현재와 후손의 입장을 고려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SNS 상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워크숍형'. 트위터에는 한 이용자가 올린 친구 가족의 명절 풍경이 3천회 넘게 전파되었습니다. "당숙 어르신은 조상을 기리기 위해 치르던 제사가 이제는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며 모두 큰집이 아닌 식당에서 모이자 하셨답니다. 그리고 제사 대신 ○씨 가문의 뿌리와 설화를 정리한 PPT를 준비하여 발표하셨다"며 사진을 올렸는데, 그 모습이 마치 기업이나 단체에서 진행하는 워크숍 장면과 같았습니다. '왜' 추석을 쇠는지에 대한 본질에 가장 접근한 방법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두 번째 '차례 폐지형'. 명절 노동에 시달렸던 어머니들이 부담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차례를 폐지하거나 간소화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트위터에는 "시어머니가 내년부터 차례·제사 그만한다고 선언하셨답니다. 명절엔 양가 어머님들 모시고 가족 여행을 다니기로 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이렇게 바꾸셨다. 차례는 지내되 어머니 혼자 거의 준비하시고 최대한 간단히. 자식들은 아무 때나 시간이 될 때 찾아뵙기만 하면 되죠" 등의 사례들이 올라왔습니다. "추석 차례상은 식구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구성했다. 부담 없었고, 식사도 즐거웠다"는 이용자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따로 또 같이 형'.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결혼 후에도 각자 명절을 보내는 가족의 모습이 소개되었습니다. "우리는 명절 때 각자 원하는 곳에 있기로 했다"며 더 색다른 명절을 보내는 가족들을 칭찬하고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시대가 변했으니 생각과 행동이 바뀌는 것은 당연합니다. 명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옛 조상들은 선대와 후대를 위해 몸을 던져 가족을 사랑했던 분들입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은인입니다. 그분들의 조건 없는 사랑에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이고 가족 간 화목과 안정을 이루어온 명절의 본래 전통입니다. 명절증후군으로 대표되던 아내와 며느리. 언제부터인가 입시생, 취준생, 미혼자로 확대되더니 이젠 많은 근로자들도 얇은 지갑과 높은 물가 때문에 명절을 기피하고 싶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명절 이후 가정폭력과 이혼율이 급증한다는 사실도 명절의 어두운 자화상입니다.

명절 본래 의미를 살리면서 모두가 즐겁고 뜻있는 가족행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겠습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조상의 영혼을 맞이하며 그분들의 삶을 통해 오늘의 활력을 얻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일은 서로 협력하고 분담하며 가족 간 사랑과 우애를 새기는 그런 명절 말입니다. 나를 앞세우기보다 나를 있게 해준 조상의 감사함과 정성스런 책임감은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어떤 것이라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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