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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해

충청대 교수

OECD는 경제성장률만으로 한 사회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로 2011년부터 매년 5월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 지수엔 '공동체' 지수를 비롯해 삶과 일의 균형, 안전, 양극화 지수 등 여러 지표가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정'(情)과 '우리'를 강조하는 사회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가운데 '공동체' 지수를 보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와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OECD 회원국과 러시아, 브라질을 포함한 36개 국가 중 점수가 가장 낮았기 때문입니다. 공동체 지수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웃이나 친구 등 사회적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입니다. 이 설문에서 한국인은 72%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답했지만, 전체 평균인 88%보다 16%포인트 낮았고, 1위를 차지한 아일랜드는 96%였습니다.

이제 대선입니다.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대선인 만큼 국민적 관심도 매우 뜨겁습니다. 보수를 자처하던 새누리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각자 분당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보수가 분열되고 야권 후보가 1, 2위를 하는 사상 초유의 생소한 대선을 바라보며 국가의 존재와 정치의 사명을 다시금 생각합니다. 정치권력의 원천인 국민은 철저히 무시되고, 정치집단의 간교한 계략으로 국민은 지역으로, 이념으로 갈라졌습니다. 정신보다 물질, 과정보다 결과만을 강조해 온 개발정책으로 윤리와 법치는 땅에 떨어지고,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황금만능사회가 되었습니다. 양심도, 윤리도, 사명감도, 법치도 돈 앞에 무력하기만 한 것이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현재 유력 대선후보들은 국민통합의 기치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각자 표를 의식한 선거전략임은 분명하지만, 이번만큼은 실질적인 통합조치들이 나와야 합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정치의 비극적 상황 속에서 그래도 다행스러운 현상은 지나친 이념구도가 깨졌다는 것입니다. 또한 야권 간 양강 대결구도 속에 지역주의 또한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비전과 정책으로 대표자를 뽑을 절호의 기회입니다. 반칙과 특권, 비리로 얼룩진 적폐의 청산, 공정한 시장경제, 남북문제의 해결, 동북아 신질서 대응 등 차기 대통령의 숙제인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통합이라 생각합니다. 지역을 넘어 이념을 넘어 "대한민국은 하나"라는 생각을 문화로 행동강령으로 만들어 내야 합니다. 여의도에서, 산업현장에서, 지역사회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을 실천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과 정치권은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너와 나가 아닌 우리, 권리보다 책임, 경쟁보다 협동, 개인주의보다 이타주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연대성이 유럽 복지국가들의 근간입니다. 사실 우리 조상만큼 공동체 정신이 강했던 민족도 없습니다. 두레, 동제, 품앗이, 향약 등은 함께 사는 지역주민들 간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공동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개인적 이해를 계산하기에 앞서 사회적, 국가적 이익을 돌보며 국가적 환란을 이겨냈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관혼상제를 함께 기뻐하고 슬퍼했습니다. 성, 연령, 지역을 넘어 중앙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도 모두 '우리는 하나'입니다. 지방이 살아나야 서울 수도권이 살고, 중소기업이 번창해야 대기업도 성공합니다. 차이를 존중하고, 상대를 배려함으로써 공동체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자본인 신뢰가 형성되면 이웃 간 분쟁이 생겨도 대화와 배려로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신뢰는 공동체의식과 불가분의 관계인데 공동체가 살아 있는 곳일수록 갈등을 해결할 때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이 훨씬 적습니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향후 대한민국정치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질서가 형성될 것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요구를 받들되, 양극단의 소수 약자도 소외됨이 없는 통합의 정치가 필요합니다. 여야의 극단적 대립과 파행은 결별해야 합니다. 상호비방과 증오로 얼룩진 이념대결과도 이별해야 합니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며 공정한 경쟁을 방해했던 지역주의도 청산해야 합니다. 단지 전국 골고루 지지받는 대통령을 넘어, 선악으로 경도된 이념을 상생하는 공동체 윤리로, 분열된 지역주의를 조화로운 공동체 이웃으로, 갑질과 차별로 얼룩진 시장을 공공선을 향한 협업자로 녹여줄 새로운 용광로 리더십을 기대해 봅니다. 우리는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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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