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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무주

객원논설위원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트렸다. 들판에 냉이를 캐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완연한 봄 날씨다. 머지 않아 무심천 벚꽃도 만발할 것이다. 한 두번 꽃샘 추위가 있겠지만 오는 봄은 누구도 막지 못한다. 봄은 소생과 희망, 성장의 계절이라고 한다. 동물들도 봄이 되면 산과 들을 뛰어 다니며 내일을 기약한다. 봄이라는 속성은 생명력이다.

조선 후기 학자 이수광(李睟光)은 '도중'이라는 시에서 "강기슭의 버들가지 바람 맞아 춤추고/숲속의 꾀꼬리 손님 맞아 노래하네/비가 개니 산에는 생기가 넘치고/바람결 따스하니 풀빛도 도누나/아름다운 풍경은 시이자 그림이요/샘물 소리는 악보에 없는 거문고 소리/길은 멀어 갈 길은 끝이 없는데/서산에 해는 붉게 걸리었네"라고 노래했다. 버들가지, 꾀꼬리, 거문고 소리, 서산의 붉은 해까지 아름다운 봄의 정취를 잘 표현하고 있다.

봄은 우리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좋은 계절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봄의 정취를 느끼기도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헌재는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을 8인 재판관 전원 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파면이 되더라도 소수의 의견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무너졌다. 대통령의 잘못이 너무나 중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4개의 핵심 쟁점 중에 3개는 파면 사유가 되지 못했지만 최순실의 국정논단 개입과 권한 남용 묵인은 엄중한 죄목이 됐다.

최씨는 각종 인사 자료, 국무 자료, 대통령 순방 일정 등 공무상 비밀 문서를 받아보고 이에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다. 최씨는 또 공직자를 추천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이권에 도움을 받았다. 특히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을 통해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대기업으로부터 총 774억여 원의 출연을 받았다. 재단 설립과 운영에 대통령과 최씨가 직접 관여했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었다. 이같은 최씨의 국정농단이 대통령을 파면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파면 후 2일만에 사저인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왔다. 사저 도착직후 전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발표했는데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즉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라고 한 것은 헌재 판결에 불복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대해 정치권이 강하게 반발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측은 "박 전 대통령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말해 헌재 판결에 흠결이라도 있는 듯 언급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결정에 불복한다면 국기 문란 사태"라고 비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도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 여전히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음에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민의에 불복하는 자세를 버리고 진솔한 사과와 승복의 메시지를 직접 발표하기를 국민과 함께 기다린다"고 말했다.

국론 분열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 이는 자유한국당도 친박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는 봄을 맞이하듯 이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수용해야 한다. 8인의 재판관이 만장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이를 누가 부정할 것인가. 오는 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자연의 순리를 거슬러서 승리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제 5월초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다. 훌륭한 지도자가 탄생할 수 있도록 마지막 힘을 보태는 것이 그나마 박 전 대통령에게 주어진 마지막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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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