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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무주

객원논설위원

은행나무를 흔히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말한다. 페름기인 2억 7천만 년 전에 지구상에 나타난 식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의 나무가 대부분 은행나무라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천연기념물 76호 강원도 영월 하송리의 은행나무가 1300년의 수령을 자랑하며, 천연기념물 30호 경기도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도 수령 1100년이나 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만 22그루, 시도 기념물도 28그루에 달해 현재 50그루가 보호받고 있다. 특히 용문사 은행나무는 높이 60m에 줄기의 둘레가 12.3m로 동양에서는 가장 크고 우람한 나무로 알려져 있다. 은행나무는 공룡시대를 거쳐 중생대에 이르러 가장 번성했으며, 아시아, 유럽, 북미 등에 자생했으나 유럽과 북미에서는 이미 멸종됐다. 지금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아시아에서만 자라고 있다. 이 때문에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은행나무가 지구상에 나타났을 때 모습은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잎 모양이 손바닥을 펼친 것처럼 여러 개로 갈라져 있었다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살아남기 위해 갈라진 잎들이 합쳐져 오늘의 부채꼴 모양을 갖추게 된 것이다. 잎에는 항균성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어 병충해가 거의 없다. 열매가 익으면 육질의 외피에 함유된 헵탄산 때문에 심한 악취가 난다. 이 악취로 인해 동물들이 열매를 먹지 않아 오랜 세월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의 고향은 충북 괴산군 문광면 송평리 '은행정'이다. 수령 600여년의 은행나무가 자라고 있어 그렇게 불렸다. 어려서는 '으능징이'라고 하여 그 의미를 몰랐는데 커서 은행정을 어른들이 발음하기 편하게 으능징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은행정 은행나무는 고려 충목왕때 예문관을 지낸 조염 선생이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현재 괴산군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우리 집은 은행나무 바로 옆이었다. 그래서 은행나무집이라고도 불렀다. 어려서부터 은행나무 아래 마당에서 흙장난을 하며 놀았다. 나무를 타고 올라가 은행잎에 숨어 숨바꼭질을 했다. 가을이면 돌을 던져 은행 따기에 열중이었으며 달밤이면 나무 아래에서 친구들과 술래잡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매년 가을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면 유난히 고향 생각이 많이 난다.

최근 청주시를 비롯하여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심고 있다. 여름에는 무성한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고 가을이면 노란 잎이 거리를 화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병충해가 거의 없어 소독을 하지 않아도 되어 가로수로 최고 인기다.

충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 길로는 괴산군 문광면 양곡리에 있는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이 손꼽힌다. 30여 년 전 묘목 장사를 하던 이 마을 주민이 300그루의 은행나무 묘목을 기증하여 이를 주민들이 진입로에 정성껏 심었는데 지금은 크게 자라 장관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은행나무는 한꺼번에 단풍이 물드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이 마을 진입로 400여m가 노란 은행잎으로 물들면 환상의 가로수 터널이 된다.

길 바로 옆에는 문광저수지가 있어 물속에 비치는 단풍 풍경도 일품이다. 최근 은행나무길 옆에 공원도 조성하여 전국적인 명소가 되고 있다. 10월 중순이면 마을 주민들이 중심이 돼 은행나무 축제도 열린다. 축제 기간에는 은행잎 편지쓰기, 은행알 굽기 등 다양한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은행알은 폐, 기관지, 천식, 고혈압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알이 적고 가공하기가 쉽지 않아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먹을 것이 없던 시절 은행 한 알에도 행복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달고 맛있는 과일이 넘쳐나 은행은 과일 취급도 받지 못한다. 어려서 어머니가 화롯불에 구워 주시던 은행의 고소한 맛이 그리워지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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