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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무주

객원논설위원

우리나라 3대 기도 도량으로 알려진 낙산사는 671년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강원도 양양군 오봉산에 있으며 동해를 바라보며 기도할 수 있어 불자 뿐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낙산사 일원은 사적 제49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외 칠층석탑(보물 제499호), 건칠관음보살좌상(보물 제1362호) 등이 국보로 관리되고 있다. 지난 2005년 강풍과 함께 번진 산불에 낙산사에도 화재가 발생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홍예문 등 대부분의 전각이 불에 탔으며 보물 499호 동종이 녹아 내렸다. 정부는 2009년까지 설선당, 응향각, 빈일루, 대성문, 원통보전 등을 신축하여 옛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낙산사를 중심으로 낙산팔경이 전해지고 있는데 첫째는 낙산사의 저녁 종소리, 둘째는 설악에서 바라본 저녁노을, 셋째는 광석의 다듬이 소리, 이외 동해 모래사장에 내려오는 기러기떼, 망월대 앞 돛단배 등을 꼽았다. 낙산팔경의 으뜸이 낙산사 저녁 종소리라는 것은 낙산사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지난 연휴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낙산사를 찾기 위해 가족과 함께 속초로 향했다. 많은 차량이 고속도로를 메웠으며 우리의 차도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겨우 휴게소에 도착하여 지친 몸을 쉬기로 하고 주차할 곳을 찾았다. 마침 빠져 나가는 차량이 있어 바로 주차하려는 순간 오른쪽 옆 차가 후진을 하다 뒤에 세워진 차량을 들이 받는다. 너무 큰소리가 나 내 차를 다른 차량이 받았나 싶을 정도였다.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려니 이 차는 앞으로 갔다가 다시 후진하며 또 차를 들이 받는다. 그런데도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 누구 하나 나와 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차를 돌아보는데도 운전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순간 이 차가 도주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어 차 앞 번호판을 핸드폰으로 찍었다. 솔직히 무의식중의 행동이었다. 사진을 찍자마자 사고를 낸 차량에서 한 여자가 뛰쳐 나와 "네가 뭔데 남의 차 사진을 찍느냐"고 삿대질이다. 나는 아무소리도 하지 않고 휴게소로 들어가려 하자 뒤따라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네놈이 뭔데 남의 차 사진을 찍느냐. 네 차를 받았느냐"며 소매까지 잡는다. 너무 어이가 없었으나 그곳에 있다가는 망신만 당할 것 같아 휴게소로 들어왔다. 20분가량 점심을 먹고 나오자 그 여자는 내가 오기를 기다렸는지 또 다시 내 앞으로 다가온다. "너 왜 남의 차 사진을 찍었느냐. 네 놈이 무슨 상관이냐"고 삿대질이다.

"사고 신고 안하면 내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하자 이 여자는 미친 사람처럼 날뛰며 "신고하라"며 소리를 지른다. 사람들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왜 그러나 몰려든다. 너무 창피하여 다시 남자 화장실로 피신했다. 그리고 차가운 물로 손을 씻으며 가만히 생각했다. '왜 내가 나서서 이 망신을 당하나, 다른 사람들은 모른척 모두 떠났는데' 화장실의 물보다 더 차거운 무거운 마음이 머리를 맴돌았다.

한참 후 나와 보니 가해 차량은 사라졌다. 그런데 다행히 피해 차는 그대로 서 있었다. 앞 유리에 붙어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니 받지 않는다. 어쩔 수 없어 가해 차량 번호가 찍힌 사진과 사고 내용을 문자로 보냈다. 문자를 보면 피해 차주가 신고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낙산사에 도착하여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문자가 왔다. '신고해줘서 고맙다. 사고 차량과 원만히 해결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문자를 보고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내가 잘한 짓인지 오지랖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는데 왜 나는 사진을 찍어 그 봉변을 당했나,

낙산사를 내려와 정문을 나서니 세정대가 보였다. 세정대 앞에 서서 손을 씻었다. 휴게소 찬물보다 더 차가운 물이 손에 닿는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어쩔까. 담배 피우는 중학생을 훈계하다 폭행을 당했다는 어느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이러다 나도 폭행이나 당하지 않을까. 여행하는 내내 기분은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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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