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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먹향에 취하다 - 한상묵 먹장

인고의 시간 버틴 그을음…먹으로 다시 태어나다

  • 웹출고시간2014.04.10 18:24:44
  • 최종수정2014.04.10 18:24:44
꽃이 피어나는 봄날에 어느 곳인들 아름답지 않을까.

4월의 봄은 눈길 닿는 곳마다 피어 난 꽃으로 눈부시게 빛난다.

매화처럼 고고하게 전통을 이어가는 '취묵향공방'.

ⓒ 사진=홍대기
매화 핀 뜰에 서면 "매화 분에 물주는 일을 잊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퇴계의 매화 사랑이 떠오른다.

그리움은 먹빛이 농담으로 종이에 번지듯 퇴계의 마음에 번지고 먹빛 흐르는 봄밤, 홀로 핀 매화를 보며 퇴계는 붓을 들었을 것이다.

평생 두향에 대한 사랑을 담아 매화에 대한 시 107편을 남긴 퇴계의 붓 끝을 흐르던 먹빛을 '취묵향공방'의 먹빛에서 만났다.

'취묵향공방'의 한상묵먹장은 이모부의 소개로 들어 간 먹공장에서 먹을 만드는 기본을 익혔고, 우리 전통 먹의 가치를 위해 멀리 중국과 일본까지 찾아다니며 보낸 세월도 길었다.

ⓒ 사진=홍대기
"이름 따라 가는 것 같아요. 이름에 이미 묵이 있잖아요."

먹과의 만남을 운명처럼 여긴다는 표현일 것이다.

글을 쓰거나 책을 찍는데 사용되던 먹은 크게 송연먹과 유연먹으로 나누는데, 송연먹은 소나무를 태운 그을음으로 만들고 유연먹은 동유(桐油)와 채유(菜油), 유채기름 등을 태워 만든다. 책을 찍어내기 위해서 목판인쇄는 송연먹을, 금속활자인쇄에는 유연먹을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 사진=홍대기
"400kg 태워야 그을음은 8~9kg이고, 10톤을 다 태워도 그을음이 없어요. 그을음이 나는 것은 요 부분, 관솔이죠. 관솔은 송진 굳은 거고. 소나무의 하얀 부분은 삭아 없어지고 관솔부분만 남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겉 부분은 도끼로 벗겨내요.

10일 동안 나무를 태우고 가마에 붙은 그을음을 하루 동안 채취해요. 그을음을 모아 먹을 만들면 80개 정도가 나오죠."

높이 쌓인 소나무 장작더미와 가마터를 오가며 그의 설명이 이어진다.

ⓒ 사진=홍대기
"이 가마는 2002년 경북 영양군 수비터 가마를 발굴한 것을 토대로 재현했죠. 구멍을 몇 개 넣느냐가 중요하지요. 연기가 너무 잘 빠지면 그을음이 남지 않고 연기가 너무 안 빠지면 불이 붙지 못하고 꺼져 버려요. 굴뚝의 각도와 연통의 길이가 중요해요. 굴뚝의 각이 급경사면 불티가 연통을 타고 가서 불이 붙어 버리고 각이 낮으면 불이 꺼져서 안 되더라고요. 굴뚝의 각도 잡느라 애 먹었어요. 연통의 길이가 짧으면 연기가 식지를 않아 연통이 뜨거워져서 그을음이 붙질 않아요. 고생 끝에 4.5m정도로 잡았어요. 불 땔 때는 연통에 물을 뿌려줘요. 불완전 연소가 되어야 그을음이 잘 달라붙으니까요."

불을 때고 연통 식히느라 물도 뿌려가며 가마 주위를 바쁘게 오갔을 장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을음을 채취해서 아교와 향료를 섞어 반죽하고 다져 모양을 만든 후, 건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건조과정도 손이 많이 간다. 온도조절을 잘못하면 얼었다 녹으면서 갈라지고, 건조가 안에서 밖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겉이 먼저 마르게 되어도 갈라지고 터지게 된다. 기네스북에 올리려고 작업을 하고 있다는 먹은 크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1년이 지나도 촉촉한 습기가 배어 나오고 있다. 다 건조된 먹도 쌓아 놓으면 안 된다. 오래 보관해야 하는 경우엔 공기가 잘 통하는 그늘에 매달아 놓는다. 오랜 시간 세심한 정성과 노력을 다한다.

ⓒ 사진=홍대기
먹을 향한 한상묵장인의 노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금속활자 인쇄에 사용되었을 먹을 연구해 오던 한상묵장인은 인쇄용 전통 유연먹을 개발하게 되었고 특허 출원 중이다. 그의 먹과 먹물이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부터 현재까지 그는 규장각 복원사업에도 참여해 힘을 쏟고 있다. 먹과 함께 살아 온 26년의 세월보다 송연을 이용한 다양한 쓰임새를 연구하는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더 기대된다.

고매화 피어나는 봄날, 먹향에 취한 햇살이 '취묵향공방' 뜰에 가득 내리고 있었다.

/글·사진=홍대기(사진작가)·이옥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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