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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이어 온 신비의 도료 '옻칠' - 옻칠명장 김성호

40년간 고집스러운 땀방울로 '하늘이 내린 도료'를 칠하다

  • 웹출고시간2014.01.23 19:55:16
  • 최종수정2014.03.23 15:31:14
기억 속에 지워진 것들이 자꾸 그리운 것은 그곳에 잃어버린 우리네 모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 안방에 들어서면 옻칠을 한 자개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파트의 현대식 가구와 붙박이장에 밀려 많이 사라진 지금, 세월의 변화에도 장인의 외길 인생을 묵묵히 걸어 온 김성호(58)명장이 있다.


정북토성을 마주한 '해봉공방'의 작업실은 추웠다.

가치를 알아주는 몇몇 사람들의 주문만으로 견디기엔 혹독한 세월이었다.

김 명장은 열다섯 나이에 외삼촌 손에 이끌려 공방에 들어가면서 칠기와 첫 인연을 맺었다. 기술을 익혀 돈을 벌기도 했지만 군대를 다녀온 후엔 회의를 느껴 그만두려 했다. 그 무렵 우연히 나전칠기 분야 전통기법의 대가인 이성운 선생 전시회를 보게 되었다. 전시회에서 그는 칠기도 '상품'이 아니라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칠기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뜬 그는 그 길로 무작정 선생을 찾아가 문하생이 될 것을 간청했다. 12년 넘게 선생으로부터 보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조개껍질과 씨름하여 자신만의 솜씨를 익혀 나갔다. 얼마나 열심히 했던지 주민등록증 발급 나이가 됐을 때는 고된 작업으로 지문이 다 지워져서 동사무소를 일곱 번이나 방문해야 했다.


이후, 나전칠기 현대화에 공헌한 목공예가 (故)백태원 중앙대 교수를 만나 2년 동안 작업을 했고, 그것은 현대적 디자인 감각을 접목시킨 작품을 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두루 갖춘 실력은 국내외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며 인정받았다. 2000년부터는 지금의 해봉공방을 열고 새로운 작품 창작에 더욱 매진했다. 특히 조개껍질을 대체할 새로운 자연소재를 찾는 일에 몰두하여 2년여 연구 끝에 마침내 계란껍질(란각)로 칠기의 문양과 멋을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에는 노동부로부터 칠기 명장에 선정되었고, 2013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40년을 꿋꿋하게 고집스런 땀방울로 칠기를 연구해 온 그의 진심이 통한 것이다.


옻칠은 우리나라에서 기원전 3세기경부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오래된 유물로는 기원전 1세기 무렵 유적인 경남 의창 다호리에서 출토된 원형칠두와 방형칠두가 있으며, 생칠이 아닌 가공된 흑칠이 사용되었다. 기원전후의 낙랑유물에서는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 채화칠협이 발견되었는데 진흙 속에서도 광택을 보존하고 있었다.

이러한 보존의 우수성을 안 조상들은 몽고의 침입 때, 고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경함에 옻칠을 했고 땅속에 숨겼어도 썩지 않고 보존 되었다. 2011년에는 공주 공산성의 저수시설 뻘층에서 서기 645년이란 명문이 새겨진 옻칠한 가죽 갑옷과 말 갑옷이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출토되기도 했다.

옻칠을 '하늘이 내린 도료'라 하는 이유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가치를 이어가는 옻칠이 삶의 전부이자 존재의 이유라는 김성호 명장. 그는 "전통은 옛 것을 지키는 정신이다. 뿌리는 두고 열매는 시대에 맞춰서 변해야한다"며 공예작가들이 "먹고사는 걱정 없이 작업에 몰두할 수 있으면 좋겠고 전통을 이을 수 있게 배우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현실적인 안타까움을 전했다. 가치를 계승할 후학을 기다린다는 말을 꼭 써 달라는 그의 눈빛엔 옻칠에 대한 깊은 애정과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글·사진=홍대기(사진작가)·이옥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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