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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수놓다 - 이은실 바느질 장인

수천 번의 손끝이 수놓은 희노애락

  • 웹출고시간2014.05.15 15:11:53
  • 최종수정2014.05.15 15:11:53
"저수지 보이세요? 음악소리가 들리는 집이에요."

증평군 도안면의 궁중자수 규방공예가 이은실 장인의 공방을 찾아가는 길.

혹시라도 방문객이 집을 찾느라 고생하게 될까봐 염려하는 마음이 수화기 너머로 전해온다. 투명한 물이 떨어져 내리듯이 음악처럼 낮게 흐르는 목소리였다.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위의 공방엔 오후의 햇살이 가득했고, 고운 빛깔로 수놓인 작품들은 햇살을 받으며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 사진=홍대기
"아이가 미국에서 공부하게 되어 미국인들에게 한국적인 것을 선물하려 했으나 쉽게 찾을 수 없었어요. 직접 만들어 선물하면 의미도 있고 좋겠다는 생각에서 배우게 되었어요"라며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녀가 자수를 배우게 된 이유를 들려준다.

조선왕실의 마지막 수방나인에게 궁중자수를 배운 윤정식 선생과 그에게서 배운 김현희 명장, 김현희 명장에게 배운 이은실 장인까지 궁중자수의 아름다움이 배움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궁중 자수는 단종2년 이후 문무 당상관 정3품부터 단령에 수놓았던 흉배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 장인의 작품은 궁중자수에만 머물지 않고 규방공예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규방은 조선시대 여인들이 거처하던 방을 의미한다. 고려시대와 조선전기까지 여성의 사회적 위치는 조선후기보다 높고 비교적 자유로웠다. 조선시대 최고법전이었던 '경국대전'은 여성들을 규방에 머물게 했고 필요한 생활용품들을 직접 만들어 쓰면서 규방공예는 여성들의 생활이 됐다.

생활소품 하나에도 수를 놓아 멋과 아름다움을 더했던 여인들의 규방공예는 그 어떤 공예보다 색의 조화를 중요시 한다. '오방정색'의 다섯 가지 색상과 '간색', '잡색'까지 한국 전통 색으로 수놓아진 필낭이며 귀주머니, 보자기 등의 전통자수 작품들을 생활용품으로만 보기에는 그 아름다움이 크다.

ⓒ 사진=홍대기
2009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자수보자기 부문에서의 입선을 비롯해 한미보자기 교류전과 프랑스의 패치워크박람회초대전, 한일규방교류전, 오사카한국문화원/ 총영사관초대전 한국규방문화연구원단체전/ 공예문화진흥원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장인은 "우리 선조들은 혼수 예물로 기러기를 보낼 때도 예쁜 기러기 보에 싸서 보냈고, 혼인 때 신랑 집에서 예단과 함께 신부 집으로 보내는 서간인 혼서지도 혼서지보에 싸서 보내며 예와 멋을 중시 했어요"라며 보자기 문화를 이야기한다.

ⓒ 사진=홍대기
우리 전통자수는 자련수, 징금수, 평수, 관수, 그물수, 깔깔수, 가름수, 매듭수, 바림수, 정십자수, 입십자수등의 다양한 바느질법으로 만들어지며 조각보에는 감침질과 쌈솔, 깨끼 등의 바느질 방법이 주로 쓰인다.

ⓒ 사진=홍대기
홑보를 만들 때 쓰는 바느질인 쌈솔은 안팎이 똑같으며, 비단, 모시, 노방 등의 얇은 옷감은 깨끼로 최대한 가늘고 곱게 바느질한다. 바느질 재료를 준비하고 수를 놓아 작품을 완성하기까지는 한 땀 한 땀 수 천 번의 바느질을 해야 하며 그만큼의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차분하고 꼼꼼한 성격의 장인은 "수놓는 동안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는 말로 자수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다. 가슴속 피고 지던 꽃과 삶의 희노애락이 그녀의 손끝을 타고 자수로 놓였다. 승화된 이야기는 오색의 빛으로 새겨진다. 시인은 시어로, 화가는 그림으로, 또 누군가는 노래로 가슴 속의 이야기를 풀어내듯이 그녀는 자수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곱게 풀어내고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보다 작품이야기에 더 기뻐하는 그녀의 작품은 치명적이다. 그리움이 내려앉은 한 땀 한 땀 눈으로 보는 순간, 쉽게 눈을 뗄 수 없기 때문이다.

/글·사진=홍대기(사진작가)·이옥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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