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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4.24 16:11:13
  • 최종수정2014.05.01 14:58:28
요즘 '잘 생겼다!'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잘 생겼다'는 말은 멋있고 아름답다는 외형적인 의미 외에 잘 생겨났다. 없었으면 어떻게 했겠느냐는 존재론적 의미로도 쓰인다.

잘 생겨난 것을 말하자면 종이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중국 채륜의 종이와 지금의 종이까지 역사도 길다. 도자기가 물질을 담는 그릇이라면 종이는 생각과 의미를 담는 그릇일 것이다.

글과 그림을 담아 사람과 사람사이를 오가며 당대는 물론 후대에까지 마음과 뜻을 전하는 필수적인 도구가 아니었던가.

ⓒ 사진=홍대기
예로부터 한지는 글과 그림의 표현뿐만 아니라, 실생활에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이며 우리 삶에 깊숙하게 자리했다. 나무로 만든 문살에 바른 한지는 햇빛과 달빛을 부드럽게 통과시키고, 흙벽에 바른 한지는 흙이 사람의 피부나 옷에 직접 닿는 것을 피하면서도 흙의 기운은 전하는 기특함을 지녔다.

문종이를 바를 때면 꽃잎을 같이 붙여 멋을 더했던 기억도 있다. 종이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할 때마다 그 어떤 종이보다 우수한 품질의 한지가 있다는 것이 큰 자부심이 된다. 잘생긴 한지를 만드는 안치용한지장(무형문화재17호. 충북 괴산 연풍)을 만나면 자부심은 더 커진다.

ⓒ 사진=홍대기
"중부내륙의 청풍명월은 고려, 조선, 현재까지 닥나무가 많아 한지의 맥을 이어왔지요. 청풍지, 하늘재, 조령1관문, 2관문은 한지의 유통경로였어요. 여긴 오래전부터 닥나무가 자라기에 좋은 자연환경에 물이 좋아 한지를 만들기엔 최적의 곳이었어요. 여기 충북 괴산이 옛날엔 신풍, 지금은 연풍인데 신풍은 항상 새로운 풍년이 든다는 뜻이지요. 80년대까지도 150호정도의 동네 모든 가구가 닥나무와 한지 관련된 일을 했어요. 다른 지역에 닥나무를 대주기도 했고요."

한지에 관련된 것 외엔 말할 줄을 모른다는 장인은 한지를 닮은 담백한 어조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 사진=홍대기
전통한지는 무엇보다 닥나무와 물이 중요하다. 장인의 작업장에는 사계절 일정한 온도의 용천수가 솟아나고 용천수로 만든 한지는 표백제 없이도 맑은 빛이 돈다. 닥나무는 중국산이나 다른 지역의 것을 쓰지 않는다. 안 장인은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닥나무 재배에도 성공했다.

한지의 재료인 닥나무는 껍질은 한지로 만들고 잎은 덕어 차로 만들고 뿌리는 미백성분을 추출하여 화장품의 원료로 쓴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닥나무가 장인에겐 보물이라 한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3대째 가업을 이어 온 장인은 1981년 20대 젊은 나이에 아버지로부터 권한을 넘겨받았다. 창호지 하나로 거의 모든 용도에 사용되던 한지를 다양화하여 패션, 응용, 생활한지 등을 만들었다.

ⓒ 사진=홍대기
천연염색과 자연의 질감을 이용해서 쑥을 넣은 한지, 클로버 잎을 넣은 한지, 황토한지, 볏짚을 넣은 한지를 개발했으며 한지로 만든 벽지만도 30여종에 이른다. 또한 종이의 질감을 달리해 두껍거나 얇게 혹은 거칠고 부드러운 표현으로 디자인한 한지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지들은 예술작품이나 문종이, 벽지 등의 생활한지와 한복을 만드는 패션용으로도 쓰인다.

안 장인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보풀이 생겨 인쇄잉크가 고르게 묻지 않고 프린트기에 걸리는 등의 풀기 어려운 난제를 천연 코팅제로 해결하여 프린트용 한지를 만들었다. 삶의 모든 것을 한지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이 몸에 밴 장인은 불교의 탱화가 오래 보존되는 것을 눈여겨보고 탱화의 뒷면을 조사하고 연구하여 곡물코팅 인쇄지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한다.

ⓒ 사진=홍대기
"찹쌀, 옥수수, 고구마, 감자 등의 천연전분을 풀로 끓여 삭혀서 물속에 보관해요. 단백질을 빼야 좀이나 벌레가 안 먹으니까요. 기본 3년에서 15년 정도 된 풀들이 있지요. 10년이 되면 물을 버리고 말려서 보관하게 되지요."

12개의 한지관련 특허를 갖고 있는 장인에게 멈춤은 없다. 한때 전국 어디든 한지를 만드는 곳이면 안 장인의 닥나무를 공급받아 명맥을 이었음에도 괴산 한지의 월등한 품질과 우수성이 다른 지역의 한지보다 상대적으로 더 알려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는다. 그는 우리나라 한지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일에 힘을 쏟고 있으며 2013에는 한류대상(전통문화대상 한지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부터 30여년을 넘게 한지만을 생각하며 많은 것을 이루어 온 장인은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한다.

ⓒ 사진=홍대기
한지문화의 변천사와 제작과정, 명품한지의 유용함과 예술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문화공간인 괴산한지체험박물관장이기도 한 그는 "그동안 꾸준히 한지와 연관성이 있는 유물들을 수집해 왔어요. 수는 약2~3천 점 되지요. 몇 번의 전시회를 열기도 했지만 한지공예박물관을 만들어 좀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 보여 줄 수 있었으면 하는 꿈이 있어요"라며 끝나지 않을 한지에 대한 열정을 보인다.

오래 전부터 그의 마음 속에는 다음세대에게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고 전하는 계획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천년을 가는 한지처럼 안치용장인의 발자취가 세대를 이어 천년의 길을 만들게 되길 바란다.

/글·사진=홍대기(사진작가)·이옥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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