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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불(木佛)로 해탈을 꿈꾸다 - 목불조각장 하명석

속세의 분노 내려 놓고 조각에만 전념한 시간들

  • 웹출고시간2014.02.27 20:08:00
  • 최종수정2014.02.27 20:08:00
ⓒ 홍대기
미명의 새벽. 청명한 목탁소리로 예불이 시작되고 산사의 하루가 밝아온다.

"부산 범어사라고 혹시 알아요?

우리 고모님이 나를 키워주셨는데, 거기 공양주셨어.

공양주가 뭐냐면 절간에서 밥을 하는 사람이요.

네 살 때인가· 고모가 날 데려다 키운 거요.

거기 목불을 조각하는 노스님이 있었어요.

그래 계속해서 그 옆에서 그거 배우면서 논거야. "

목불을 만드는 일을 천직으로 아는 목불조각장 하명석(충청북도 무형문화제 21호) 장인의 목불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홍대기

목불조각은 평범한 나무에서 진리와 도를 깨닫게 할 불상을 발견하여 세상에 꺼내 놓는 일이다. 그것은 끝없는 수행으로 깨달음을 찾아 나선 구도자의 길이기도 하다. 운명처럼 시작된 목불과의 인연은 중학교 때 다시 이어진다. 고향으로 돌아가 학교를 다니던 그는 미술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

"형편을 아셨던 선생님은 우리나라에서 그림으로 밥 먹고 살기 힘들다고 조각을 하라고 하셨어. 그래 본격적으로 조각을 하게 된 거야. 그때 육성회비를 내야 되잖아요. 중학교 때부터 방학이면 조각공방에 돈 벌러 가는 거야. 가서 한 3개월 일하면 한해 먹고 살 거 벌어요. 그 어릴 때도 최고기술자 대우를 받았거든."

1975년 부산 좌천동 수원공예사에서 시작한 일이다. 이후, 돈 버는 일을 넘어서기 위해 1979년 한국불교조형미술 분야의 최고 권위자였던 청원스님에게 사사 받았다. 1982년엔 군복무 중 군대내의 미술대전에 참가해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남해가 고향인 하명석장인이 속리산에 정착하게 된 것은 우연히 법주사에 머물고 있던 84년부터다. 한 스님으로부터 보물 제916호인 '법주사 원통보전'을 보수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그 인연은 하명석장인을 속리산에 정착하게 했다.

그는 "불교 조각가는 뛰어난 조각기술도 중요하지만 불교의 교리에 대한 조예가 깊어야 한다"고 말한다. 목불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에 걸쳐 제작된다. 얼굴조각에만 2~3개월이 걸린다. 오랜 작업을 거쳐 탄생한 그의 목불 작품들은 약1만 2천점이나 되며 국내외에서 불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는 휴대용 법당인 불감(佛龕)의 제작으로도 독보적이다. 불교 목공예의 멋과 예술성이 돋보이는 고려초 금동삼존불감(국보 제73호)처럼 원통형의 나무를 세로로 분할하여 각 면에 불상을 조각한다. 그러나 그의 불감은 탱화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했다. 3면과 5면의 다양하고 자유로운 제작법으로 예술적가치도 높다. 독창적인 불감작품으로 유명해지자, 인고로 이룬 것을 쉽게 가지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 홍대기
"중요무형문화재였던 선배가 하나 꼭 필요하다며 달라 하더니 중국에 가서 복사를 한 거야. 그래 도형을 싹 바꿨어. 완전 틀리게 또 새로 한 거야. 누가 따라하면 아무도 흉내 못 내게 계속 새로운 걸 만들면 되지. 처음엔 도안을 해서 그걸 붙여놓고 했거든. 한 20년 전부터는 도안 없이 해요. 다 머릿속에 있거든. 그걸 조각해서 꺼내 놓는 거요."

복제에 마음고생이 많았을 일도 담담하게 말하는 하명석장인의 모습에서, 지인들이 그에 대해 "그 사람 스님이야. 스님." 하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수행의 길을 걷는 수도승처럼 속세의 분노를 내려 놓고 불상 조성에만 전념한 시간들이 길고 깊은 수행의 길이었던 것이다.

통나무가 불상의 모습을 갖추어가듯 수행은 깨달음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했다.

ⓒ 홍대기
"불상(佛像)은 상(相)이 최고 좋아야 해. 불상(佛相)은 위엄도 있어야 하고 미소와 자비도 있어야 해요. 그걸 얼굴에 나타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고 어려워요."

진리의 깨달음을 향한 고요한 선방의 울림처럼 오랜 시간 깃든 정기는 그의 손 끝을 통해 정성으로 불상에 담겼다. 오직 한뜻으로 정진해 온 그의 마음이 위엄과 자비의 미소로 불상의 얼굴에 어려 있는 것이다.

오늘도 그는 또 새로운 작품을 위해 새벽부터 법주사 법당에서 예불을 드리며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는다.

글·사진=홍대기(사진작가)·이옥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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