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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6.26 17:58:07
  • 최종수정2014.06.26 17:58:07

청풍호반 자드락길의 '능강솟대문화공간' 전시관에 들어서니 희망나무가 먼저 반긴다.

방문객들이 남기고 간 소원들을 빽빽하게 매단 희망나무도 솟대 형상을 하고 있다.

걸린 모든 희망을 하늘로 전해 올리는 '희망의 안테나인 솟대'라 표현하며 희망나무를 세운 윤영호님의 이야기를 듣는다.

- 솟대와의 첫 만남.

"1985년도 전시기획자로 있을 때, 원로작가 작품전을 기획했어요. 참여하신 작가 중 한분이 권옥연 선생님이셨고, 선생님의 '산마을'이라는 그림에 솟대가 있었던 거야. 나에게는 내 인생을 바꾸는 숙명적인 계기가 되었죠. 그 선생님께서는 회화를 하시는 분이니까 그림으로 솟대를 표현하시지만 나는 조형작업을 하니까 입체조형물로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이 35년 동안 계속됐고 이 생명 다할 때까지 이 길로 계속 가려는 마음이지요."


- 나의 솟대.

"기존의 솟대와 나의 솟대를 본다면 기존의 솟대들은 전통적인 거죠. 옛 부터 내려오는 그대로의 방식, 전승적인 작업의 솟대. 그건 인위적이고 정형화되고 정적이었던 그러한 삶에, 그 시대에 맞는 작업이었죠. 나는 조각을 하는 전문미술인이니까 하나의 재창조의 작품으로 작업을 하지요.

내가 만들고 있는 이 솟대작품은 인위적으로 깎아서 하는 게 아니라 자연에서 이런 형상을 찾아야 돼. 그런데 나는 '찾는다'는 것 보다는 '만난다' 하는 얘기를 해요. 서로 만남이 없으면 내가 찾는다고 해서 꼭 찾아지는 건 아니야. 만남은 인연이 닿아야 돼. 인연, 좋은 인연이 닿으므로 해서 이런 것을 만날 수가 있는 거야. 인연이 없으면 영원히 못 만나.

자연에서 이런 형상과 비례가 맞는 가지를 찾아서 짝을 만드는 거야. 다 완전히 되었을 때 껍질을 벗기는 거야. 꼬리와 머리 부분을 각도를 맞춰 자르고 여기에 홈을 파서 머리 부분을 꽂으면 새가 되잖아요. 여기에 장대만 꽂으면 솟대는 완성되는 거야. 이게 바로 윤영호의 솟대야.

자연에서 이걸 찾는다는 것은 형상 자체는 자연이 만들어 준거야. 내가 만든 것이 아니야. 나는 자연에서 이런 형상을 찾아 재구성해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을 한 거야. '자연과 인간이 만남으로 해서 하나가 되는 조형예술작품'이라고 보시면 되지요. 미켈란젤로는 대리석 속에 다비드상을 찾아냈듯이 나는 자연에서 이런 형상을 찾아 낸 거야. 아무리 인간이 잘 만든다고 해도 인간이 만든 조형물은 자연의 복제물에 불과하다고 아우렐리우스는 말했지요. 자연보다 위대한 예술가는 없지요."


- 솟대에 앉히는 새의 형상은.

"지역의 문화에 따라서, 세우는 사람의 목적에 따라서, 만드는 사람의 솜씨에 따라서 새의 형상은 기러기, 오리, 갈매기, 까마귀, 고니 등 여러 가지로 달라질 수 있어요. 대개 농촌마을에서는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고 오리를 주로 앉혔고, 바닷가 마을에서는 풍어를 기원하면서 갈매기를 앉혔고, 남해안 일부지역과 제주도에서는 까마귀를 많이 앉혔어요. 나는 기러기를 형상화해요. 지금 21세기 글로벌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양성이니까. 사람이 잘되면 모든 것이 다 잘돼. 사람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러기를 형상화해요, 기러기는 인간에게 귀감이 되는 행동을 해요.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죽을 때까지 일편단심, 신의를 잃지 않아요. 그 품성을 닮은 올바른 인간이 많아지면 더 좋은 세상이 오지 않겠느냐. 그래서 훌륭한 인재가 많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러기를 형상화해요."


- 솟대의 소재는.

"뭐가 어떻게 됐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통할 수가 없어요. 자연이 만들어 준 질감, 모양, 각도 그대로 그것으로 만들어야 해요. 소재를 만나기 위해서는 한 겨울에 600~700고지 이상의 고산준령의 바람맞이 앙맞은 곳을 다녀야 해요. 하나의 소재를 만난다는 것은 행운을 만났다고 봐요.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작품은 구상이 되는 거예요. 구상에 맞는 꼭 필요한 것만 가져와요.

불필요 한건 가져 올 필요가 없지요. 무게만 있고 힘만 들어요. 욕심을 부리지 않아요. 껍질 벗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녜요. 이 결을 살리려면 사포로 문지르거나 해서는 안 돼요.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각도나 굵기나 비례가 맞는 인연을 만나야 하고, 건조도 잘 시켜야 해요. 그러니 하나의 작품에 5년에서 6년이 걸리고 그래요. 인위적인 것은 최종형상으로만 나타나는 거죠. 자연의 본질과 신비는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담아낸다는 생각으로 작업해요. 자연에서 따로 있던 각각의 부분들이 만나서 가장 좋은 상태로 완성되었을 때 희열을 느껴요."


- 앞으로의 계획은.

"이제 솟대작업을 시작한지 30년이 되고, 여기 청풍호반에 솟대문화공간을 만든지 10년이 되었어요. 10주년 기념행사를 하려고요. 그리고 금년 안에 제천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미국의 스포켄시에 국제조각공원을 꾸며요. 거기에 내 솟대작품을 설치하게 될 가능성이 커요. 우리의 문화를 미국 땅에 심는 계기가 되니 의미가 크지요."

희망솟대는 대통령별장이었던 청남대와 청와대 영빈관 등 다수의 장소에 설치되어 있고,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 솟대 조형물제작과 광주비엔날레 특별초대전 등 다양한 형태로 희망을 전하고 있다. 윤영호님의 울림이 있는 목소리를 직접 전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사진과 글로 대신하며 입장료 무료의 '능강솟대문화공간'을 좋은 때에 직접 방문하시길 권해드린다.

충북 제천시 수산면 능강리 산 6번지 능강 솟대문화공간

043-653-6160, 010-6405-6160.


/글·사진=홍대기(사진작가)·이옥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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