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해연 교수가 오송 참사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임성민기자
[충북일보]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유족과 생존자들은 여전히 정신·육체적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교통공단 TBN충북교통방송과 충북대학교 심리학과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4차례에 걸쳐 유족과 생존자 등 30여 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이들의 신체와 심리 건강 상태는 참사를 겪기 전보다 훨씬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에 따르면 11월 1차 조사에 참여한 39명 중 22명(56.4%)이 수면 문제를 겪고 있다고 답했고, 1년이 지난 4차 조사에선 30명 중 14명(46.7%)이 아직까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경우 39명 중 무려 27명(69.2%)이 고통을 겪고 있었으며, 1년이 지난 4차 30명 중 19명(63.3%)에서도 비슷하게 유지됐다.
우울 증상은 1차 조사 39명 중 22명(56.4%)이 관련 증상을 호소했고, 4차 조사에선 30명 중 17명(약 57%)으로 이전 조사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
특히 사별 경험으로 이에 대한 정신적 고통을 느끼는 사별 비애는 20명 중 19명(95%), 4차 조사에도 17명 가운데 16명(94.1%)이 고통을 받고 있었다.
최해연 충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조사 대상자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희생자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증상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심리 건강에 있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족과 생존자들은 참사 후 지자체나 민간 단체으로 부터 받은 심리 지원도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설문 결과를 보면 이들이 참사 후 받은 심리 서비스 만족도는 대체로 불만족과 보통이 50~60%로 가장 많았다.
매우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중 7% 내외에 불과했다.
심리 개입을 거부하거나 중단한 사유는 '전문적 치료와 상담이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전문적 상담보다는 약에 의존한 치료','형식적인 치료와 전화 위주 상담' 등이었다.
더불어 대부분 조사 대상자는 심리 지원 서비스가 사고나 참사 발생 직후 일주일에서 한 달 이내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관계기관과 공무집행 방해자, 언론, SNS에서 2차 피해를 경험한 응답자들은 10명 중 3~4명가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 교수는 "지자체는 피해자들이 전문적인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장기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트라우마 치료는 사건 그 자체보다 사건 이후 얼마나 빠르고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임성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