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재판 방청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성민기자
[충북일보] 30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된 재판이 시작됐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은 1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증거위조·사용 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미호천교 확장공사 감리단장 A(60대)씨와 현장소장 B(50대)씨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 선 미호천교 확장공사 감리단장과 현장소장의 진술은 엇갈렸다.
감리단장은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지만, 현장소장은 전면 부인했다.
A씨 변호인 측은 "증거 위조·증거 위조 교사·사문서 위조 등 공고 사실을 명확하게 인정한다"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서도 대부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이 사건 증거 기록이 많은 관계로 증거관계를 다시 검토한 후 피고인의 과실 부분에 대해선 다음 재판 때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B씨의 변호인 측은 "발주처 지시에 따라 기존 제방을 무단 절개한 적이 없고, 비상근무 관련해서도 사고 당일 전날부터 관계기관과 협력해 도로 통제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알리는 등 주의 의무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증거 위조와 증거 위조 교사 부분은 법리적으로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 사실 낭독과 증거 자료 제출, 피고인 측의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들어보는 것을 끝으로 재판을 마무리했다.
재판부는 "이 재판은 향후 추가로 기소될 피고인이 있을 수도 있는 재판이기 때문에 재판이 장기화 될 우려가 있다"며 "구속된 피고인들을 고려해 재판을 빠르게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두 피고인이 상반된 진술을 함에 따라 이들의 재판 과정·결과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A씨 등은 오송~청주 도로 확장공사 편의를 위해 기존 제방을 불법 철거하고,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쌓아 올려 다수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관할 기관인 금강유역환경청의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임시 제방을 기존 제방 높이와 법정 기준 보다 낮게 축조한 혐의를 받는다.
또 임시제방 축조 당시부터 시공계획서나 도면도 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참사 직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법정에는 유가족들도 재판을 보기 위해 방청석에 자리했다.
최은경 오송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재판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정에서 감리단장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 사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현장소장이라는 사람은 잘못한 거 하나 없다는 모습이었다"며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1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임성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