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를 더 기다려야 무심코 찾아온 허기가 채워질까? 아무 생각 없이 출근해 사무실에 앉아 무시로 가슴에 차오르는 허기를 감당하며 바라보는 창문 너머 풍경이 한 시간째 그대로다. 금요일 공식적인 근무가 없는 날 그동안 하지 못했던 개인적인 일을 한다는 명목으로 혼자 출근해 빈 사무실에 앉아 나도…
지금 사는 집은 순전히 나의 설계로 만든 집이다. 지붕은 뾰족하고 거실의 천장은 높아야 하며 창문도 통유리로 아침에 일어나면 바깥 풍경이 시원하게 들어오면 싶었다. 마당에는 나무를 심고 그 밑에서는 야생화들이 계절마다 바투 피어나는 모습도 상상했다. 집 앞쪽으로는 넓고 긴 발코니를 만들고 발코니…
새벽 3시 현관문을 나섰다. 모두가 잠든 밤 함박눈이 온 세상을 하얀 이불로 덮어주었다. 장독 위에는 시루 속에 쪄 놓은 백설기처럼 소복소복 눈이 쌓였다. 층층이 쌓인 눈을 보니 갑자기 엄마가 돌절구에 빻아 쪄주시던 백설기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카페에 도착했다. 재…
"집에 손님이 와요?", "아뇨. 어머니 뵈러 가려고요." 자주 가는 채소가게 주인 할머니가 친근하게 묻는다. 오늘도 좀 이른 시간에 내가 자주 가는 전통시장엘 갔다. 어머니를 뵈러 가기 위해 평일에 시간을 냈다. 구순을 바라보는 어머니를 위해 시장 골목을 누비며 한참을 기웃거렸다. 가게마다 물건을…
후기 인상주의 화가 고갱과 고흐는 1888년 10월 23일부터 2개월 동안 프랑스 아를지역에서 함께 생활하며 공동 작업을 하게 된다. 고흐의 제안으로 시작된 공동 작업이었다. 고갱은 당시 생활이 어려웠기에 고흐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들은 '노란집' 이라 불리는 아를의 작업실에서 함께 그림을 그리고 토론…
입춘이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고 추적추적 봄비가 종종 내리는 것이 진짜 봄이 오려나 보다. 충청북도 이곳저곳에서는 벌써부터 봄 축제를 앞다투어 홍보를 하기 시작했고 필자 회사인 플러그미디어웍스에서도 지역 내 다양한 축제 준비로 전 직원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선배 교장선생님들의 퇴임 축하 모임이 있었다. 여러 행사 중 축하 무대를 꾸며준 후배 교사들의 시간이 가장 인상 깊었다. 축가를 부탁하고 어떤 곡을 준비했을까 궁금했는데 제목을 듣는 순간 '그래, 바로 이 노래야.' 했다. 뮤지컬 『지킬 앤드 하이드』에서 조승우가 부른 「지금 이 순간」이었다. "간절…
지금까지 다양성의 개념은 주로 긍정의 대상이었다. 자연 생태계의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문화의 다양성과 언어의 다양성을 왜 지켜가야 하는지, 가치의 다양성이라든가 실천의 다양성이 사회를 어떻게 풍성하게 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그 이유였다. 문득 떠난 여행지에서 만나는 온갖 풍경에 매료되고…
#보은읍 학림리 앞도로에 과속단속카메라를 설치하라 "과속단속카메라를 철거 후 차들이 쌩쌩 달려 동네 주민들이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있어요. 잘 있던 카메라를 왜 철거했는지 모르겠어요" 보은읍 학림리 453-1 도로에 설치되어 있던 과속단속카메라가 1월 10일께 철거되면서 과속차량이 증가로…
조팝꽃이 한창인 계절의 언덕받이에서 아지랑이 속삭임 포근한 봄 날이었다. 내가 운영했던 '부천 하나유치원' 소풍을 기억한다. 나의 생애 한 가운데에서 내 꿈을 늘 바라봐주시던 어머니는 외손자 돌보미로 소풍길에 따라나섰다. 원아들과 학부모를 태운 대형버스가 줄지어 수목원 입구에 들어섰다. 봄…
『동의보감(東醫寶鑑)』으로 유명한 조선조의 명의 허준(許浚)은 평시 고관대작의 집에 왕진 가지 않기로 유명했다. 어중이떠중이들이 벼슬이나 한답시고 의원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오라, 가라는 것이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관대작들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절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허…
햇살이 곱다. 공기도 한결 보드랍다. 살갗에 이는 바람에도, 물기를 머금은 나목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불현듯 기억 너머에 머문 흙냄새 풀냄새 바람 냄새 햇살 냄새 같은 소싯적 봄 내음이 스치며 지나간다. 고향이 시골인 때문인지 이맘때면 어릴 적 뛰놀던 산과 들이 개울이 아…
언젠가 지인들과 함께 음식점에 갔을 때 일이다. 직원에게 앞치마를 달라고 하니 하얀색 일회용 앞치마를 가져다 주는데 앞치마 앞쪽에 "나는 착한 고객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식당 안에 있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착한 고객' 앞치마를 입고 식사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함께 간 지인이 전혀 착해 보이지…
차고 메마른 바람이 거리를 휘돌 때 그녀가 나의 사무실을 찾아온 것은 뜻밖이었다. 세입자인 그녀와 한집에 주소를 같이하고 있지만 사사로운 이야기를 한번도 나누어 본 적이 없던 터, 마침 손님이 뜸한 시간이라 자리에 앉기를 권하고 일상의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야기 몇 마디를 하다 갑자기…
식탁에 냉이 무침이 하얀 접시에 정갈하게 놓여있다. 오랜만에 눈에 담긴 고향 모습처럼 정겹다. 주말에 고등학교 때 친구가 데쳐서 보내준 봄나물이다. 친구의 소박한 웃음과 정이 가득 담겨있어 마음이 더 따뜻해진다. 2월에 접어들어 입춘도 지났고 남녘에선 이른 꽃소식도 전해진다. 매화 봉오리도 제…
어느새 2월의 끝자락이니 곧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다가온다. 누군가는 새 학교, 새 학년, 새 친구를 만나게 될 생각에 기대와 설렘으로 부풀어 있을 것이고, 낯선 환경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에 대해 걱정과 불안이 한 가득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익숙한 장소와 사람들로부터 벗어나 새 출발을…
노르웨이의 표현주의 화가 에르바르트 뭉크(Edvard Munch, 1863~1944)는 인간의 솔직한 내면과 근원적인 불안을 독특한 필치로 담아내며 20세기 현대미술에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독창적인 화풍이 형성된 까닭은 개인적인 삶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80세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독신으로 살…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멀리서 닭 우는 소리 들려도 벌써 동이 틀리 없습니다. 천둥과 바람과 빗소리가 몰고 온 불면이 아무리 길어도 잊혀진 그리움이 찾아올까 기대하지 않습니다. 초저녁 어둠에 듬성듬성 박혀있던 별들이 지워지고 어둠의 심장을 파고드는 빗소리와 빗소리에 흔들리는 고요의 소리가 또 다…
책 한 권을 다시 읽었다. 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이다. 4회 혼불문학상 당선작인 이 작품은 '노관'이라는 이름의 유서 깊은 종갓집을 배경으로 가문의 질서를 거역할 수 없어서 끝내 이루지 못하고 만 남녀의 올곧고 강렬해서 더욱 안타까운 모습으로 다가온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문학작품을 읽으면…
그녀의 목소리가 빨라졌다. "그래? 벌써 꽃이 폈어?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이 복수초잖아, 나도 싹이 올라왔나 봐야겠다." 전화를 받은 친구의 밝고 경쾌한 조금은 들뜬 듯한 목소리가 반가웠다. 그의 감탄사에 봄은 한층 더 가까워졌다. 포근한 겨울 날씨가 계속 이어지자 종종 혼란스러울 때가 있…
"후원금은 신발 없는 어려운 학생들에게 운동화 사 줄 겁니다." 2015년 4월 25일 네팔에서 발생한 대지진은 리히터규모 8.1로 9천여 명의 사상자와 2만여 명의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였다. 특히 수도인 카투만두는 역사문화유적의 파괴와 건물붕괴 등 아비규환의 참사가 벌어졌다.…
농막에 반가운 손님이 왔다. 주인 허락도 없이 처마 밑에 흙과 지푸라기로 집을 짓고 둥지를 틀었다. 친환경 자재로 쓰고 남향으로 지었다. 아래로는 다래 넝쿨을 세 그루 올리느라 가림막도 설치되어 있었다. 가림막 위에 부부가 나란히 앉았다. 암컷은 꼬리가 짧고 수컷은 꼬리가 길다. 도련이 두 갈래로 갈…
음식물 쓰레기를 바라보노라니 왠지 민망하다. 치킨 조각, 고등어조림, 심지어 허연 쌀밥 한 덩어리도 들어있어서다. 눈여겨보니 얼마든지 섭취할 수 있었던 음식 아닌가. 그럼에도 버려진 음식물들이 다수였다. 뿐만 아니라 이 음식 쓰레기를 대하자 죄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이런 심경은 얼마 전 인터넷 뉴…
매년 말 실시하는 학교 자체평가 항목 중에는 학교교육 만족도 조사를 위한 설문이 포함되어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설문조사 문항은 서로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고, 응답 결과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물론 우리학교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그런데 그 중엔 두 그룹의 반응이 상반되는…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모여 사는 도시도 오래되면 건물이 노후 되고 불편해지게 된다. 집이 헤지면 수리하듯이 도시도 재생하여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눈에 잘 보이지 않아 느끼지 못할 뿐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도시골목이 좁아도 유럽의 좁은 골목처럼 수리하고 잘 가꾸어 살지 않고…
[충북일보]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충북대학교병원 교수 1명이 사직을 선언했다. 이는 의정 갈등으로 인해 사직하는 첫 사례다. 충북대병원 김석원 정형외과 교수는 29일 의대 구관 첨단강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7일 충북대 의대 기자회견을 통해 사직 의사를 밝힌 후, 오는 5월 1일을 사직 희망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다음 달 10일 마지막 외래진료를 끝으로 사직서 수리와 상관없이 병원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의대 2천 명 증원안과 필수의료패키지는 아무리 이해해 보려고 해도 근거도 없고 문제가 있는 정책"이라며 "사직서 제출 후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의대 정원 정상화를 위해 나름대로 싸움을 이어가며 노력했지만, 이제는 버틸 힘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난 22일 고창섭 총장은 의대 교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지원한다고 하니 다른 지방 거점 국립대병원 정도는 돼야겠다고 싶어 200명 의대 증원안을 냈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며 "정말 의대 정원이 200명이 된다면 그 학생들을 가르칠 자신이 없다"고 한탄했다. 김 교수는 자신이 돌보던 환자들에 대해서도 사죄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정부가 30일 글로벌 혁신특구 지정을 확정 발표하는 가운데 충북은 첨단재생의료 특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 분야의 최종 후보 지역으로 선정된 청주 오송은 인프라가 잘 갖춰졌고 바이오 개발 전주기를 지원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클러스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혁신특구는 규제를 최소화하는 네거티브 규제가 적용된다. 오송이 유치에 성공하면 바이오와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는데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28일 충북도와 충북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30일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열어 글로벌 혁신특구를 신규 지정할 예정이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해 12월 충북(첨단재생바이오), 부산(차세대 해양모빌리티), 강원(AI 헬스케어), 전남(에너지 신산업) 4곳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위원회는 규제·실증·인증·허가·보험 등 글로벌 기준에 맞는 제도가 적용되는 특구 지정을 결정해 5월 고시할 방침이다. 1차 관문을 무난히 통과한 충북은 최종 지정도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지인 청주 오송은 연구개발 등의 기획 단계부터 실증, 사업화까지 원스톱 추진이 가능한 것이 최대 강점이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메
[충북일보] ◇올해 충북청주FC의 목표는. "지난해 리그는 목표였던 9위보다 한 단계 높은 8위로 마감했고 14경기 무패 기록도 세웠다. 그 배경에는 최윤겸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훌륭한 전략과 빈틈 없는 선수 관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스포츠 경영 리더십을 바탕으로 올해는 조금 더 높은 목표인 플레이오프를 향해 달려보려 한다. 13개 팀 중 5위 이상의 성적은 욕심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달성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매주 목요일 감독·코칭 스태프를 중심으로 선수 강화팀, 대외협력팀, 마케팅 홍보팀 등 사무국의 모든 팀이 모여 PPT 발표를 한다. 이 발표를 통해 지난 경기를 분석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경기에 대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야할 구단 운영 방향은. "단순하게 축구 경기 한 경기, 한 경기로만 끝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스포츠는 막강한 힘을 품고 있다. 스포츠 경기 활성화로 작게는 건전한 가족문화 형성부터 크게는 지역 소통, 나아가 지역 경제 성장까지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홈경기 날이 되면 가족 단위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는다. 경기 관람을 통해서 여가 시간에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