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12월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 접어드니 예의 또 감회에 젖는다. 특별한 일을 해 보고자 했던 새해 벽두의 결심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매일 그런 날이었을 텐데 공연한 일에 시간을 허비한 듯 마음이 수수롭다. 어떤 사람이 아내와 사별을 하게 되었다. 유품을 정리하다가 스카프 한 장을 발견했다. 몇…
초등학교 시절 우리 집은 과수원을 운영하였다. 과수원은 마을과 떨어진 산 밑 언덕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방학 때면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주로 오빠들과 노는 시간이 더 많았다. 오빠들과 지척에 있던 방죽에서 붕어를 잡거나 수영을 하며 하루를 보내곤 했다. 우리 과수원은 이상하게도 과수원 가운데로…
약수 온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았다. 몸은 가볍고 얼굴은 윤기가 나고 마음도 산뜻해졌다.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에는 참새들이 낟알을 쪼고 있다. 붉은 사과가 달려 있는 과수원에 들러 손자 손녀에게 먹일 사과 한 상자를 차 트렁크에 실었다. 우리 차가 신호등 정지선에 멈춰서 있을 때였다. 뒤에서…
올해 구월 지금 근무하는 학교에 부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학년부장 선생님들에게 학교장이 진행하는 심화독서토론 프로그램을 제안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너무나 상식적인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이고, 또 하나는 책을 매개로 하여 학생들을 만나는 즐거움 때문이다. 2~3년 전…
김이 모락모락 올라가는 밥, 어머니는 밥그릇에 소복하게 밥을 얹어주셨다. 세상 어디에서도 대할 수 없는 지극한 마음이 담긴 밥이었다. 세상사 힘들 때면 어머니의 고봉밥이 생각난다. 어머니의 밥은 마음을 열리게 하는 정이었고 힘이었다. 그래서인지 밥을 같이 먹자는 말은 상대방에게 정을 표현하고자 하…
르네상스 시대의 독일화가 알브레이트 뒤러(Albrecht Durer, 1471-1528)는 '기도하는 손'이라는 작품을 남겼다. 미술에 소질이 있었지만 가난한 형편 탓에 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다. 이러한 사정의 뒤러를 위해 같은 처지의 친구가 학비를 벌기로 했다. 이후 뒤러가 성공한 이후 친구의 학비를 지원해 주…
요즘 쿠팡에서 제공하는 OTT서비스인 '쿠팡플레이'에서 너무나 재미있는 드라마가 방영 중이다. 제목은 '소년시대'라는 드라마로 '임시완'이라는 배우가 주인공을 맡고 있다. 이 '소년시대'라는 드라마가 더욱 재미있는 이유는 충청도를 배경으로 하고 충청도 사투리를 쓰기 때문이다. 같은 충청도지만 약간…
오랜만에 보석함을 열었다. 낡은 쌍가락지 한 쌍이 다정하다. 시어머니의 유품이다. 시부모님과 11년을 같이 살았고 89세에 돌아가실 때까지 어머니는 내게 든든한 지원군이셨다. 딸 둘 출산 후 5주간이나 며느리 손에 물 한 방울 닿지 않게 살뜰히 보살펴 주셨고, 아기 울음소리에 눈을 뜨면 어느새 어머니가…
4월의 새벽 아침 창문을 연다. 싱그럽게 첫 입을 떼는 새소리와 함께 여명의 꿈을 안고, 빈 가슴속 빗장을 열면 봄 향기가 톡톡 내 마음을 노크하고, 들꽃들의 연분홍빛 설렘이 아른거린다. 나는 하던 일을 잠시 털어내며 봄 맞이 길에 나선다. 바쁜 농사 일 틈으로 얻어내는 고마운 일상, 그것은 묵묵하게…
초겨울 낙엽 뒹구는 소리를 들으니 허전하고 쓸쓸함을 느끼게 한다. 옛 묵객들은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어떻게 읊었을까? 조선 효종 당시 문인 홍만종의 소담집(笑談集)인 명엽지해(蓂葉志諧)에 소리의 품격에 관하여 논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어느 지인의 환송 회식에 정철, 심희수, 유성룡, 이…
창문을 열었다. 멀리 느티나무 우듬지에 까치집이 얽혀 있다. 높파람에 들려오는 바람소나타.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2악장 멜로디가 떠오른다. 바람의 활줄로 그어대는 듯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멜로디가 오늘의 날씨와 어울리는 듯 별나게 마음을 끈다. 겨울 분위기에 너무 잘 맞는 곡으로 차가운 비가…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매일 일기예보에서 날씨와 같이 미세먼지 예보를 접하게 된다. 미세먼지는 입자의 직경이 10 ㎛(머리카락 굵기의 1/5 ~ 1/7 정도) 이하로 작은 먼지이며, 초미세먼지는 이보다 더 작은 직경 2.5㎛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먼…
점점 차가워지는 날씨에 어린 외손녀가 언제쯤 눈이 오느냐고 묻는다. 대입 예비고사 날 시험을 마치고 나오던 길에 살포시 내리던 첫눈과의 추억이 먼 기억 속으로 떠오른다. 아마도 수능 날 눈이 올 것 같다고 대답했다. 아이는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 놓고는 요 며칠 눈을 기다렸다. 하교 시간이 되어 외손녀…
세종대왕은 백성을 나라의 근본으로 인식하고 그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이 말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언어임을 깊이 통찰하고 훈민정음 개발에 착수하였다. 당시 기득권 세력인 사대부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는 구질서를 파괴하는 혁명적인 도전이었지만 세종대왕은 그들의 반발에 굴하지 않고 백성과 소…
"형, 아니 보은을 우습게 보는 거 아냐" "왜?" "봉계터널 통제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폐쇄여" "그러게 11월말 한쪽차선 개통 한다고 하니 지켜봐" "아니 거기 국회의원은 뭐햐. 이렇게 터널을 방치하는 게 지역민을 우습게 보는 게 아녀" "그러기야 하겠어" 지난 7월 국내에 발생한 집중호우 및 게릴라성 폭우…
바람과 햇살이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11월의 이즈음이었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유엔 국의 국기가 나부끼고, 빙하의 펭귄처럼 같은 모습의 묘지가 잘 정돈 된 잔디 위에 가지런하게 누워있었다. 숙연한 마음으로 한발 한발 내어 딛는 발자국에 무게가 느껴졌고, 13만3701㎡ 축구장 열여덟 개를 합친 크기의…
겨울바람이 건듯 부는 날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파른 길을 오르니 한적한 절집 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절 마당이 적막하고도 고요하다. 법회가 시작하려면 아직 두어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마당 우측으로 차를 마실 수 있게 마련한 카페 '커피붓다'로 들어갔다. 점심 공양으로 김밥과 커피, 그 외에도 국…
아침에 현관에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만나는 일은 정말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다. 밝은 목소리로 "교장 선생니~~임, 안녕하세요?" 또는 "교장 선생님,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인사하며 들어오는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면 저절로 엄마 미소, 교장 미소가 지어진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아이들 얼굴을 보지 못한…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스트레스'라는 말을 한다. 직장에서는 과도한 업무나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 돌아와서는 밀린 집안일이나 가족과의 의견충돌, 또는 대출금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생들은 학업이나 시험 때문에 또는 친구 관계의 문제로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이외에도 미세먼지…
노란 은행잎이 가로수 밑에 융단처럼 펼쳐진 만추의 계절에 충주시조문학회회원 십여 명이 남구만의 약천집(藥泉集)기록을 보고 수소문 끝에 태어난 옛 집터를 답사하였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 지리 우지진다."시조는 중년세대 이상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배웠기 때문에 낯설지 않은 시조이다. 남구…
나물도 신분을 따진다. 양반의 나물 씀바귀가 그 주인공이다. 갓 높이 쓰고 벼슬 때문이 아니라, 맛은 비록 쓰지만 몸에는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특별히 외가가 양반이라야 먹을 수 있다는 나물. 생김과 특징을 보고 이름을 짓는 것은 우리 민족의 습관이고 양반집 외손자라야 된다니 양반 역시 참을성을 따진…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 이름만 들어도 전율이 느껴지는 최고의 보컬리스트들이 모여 화제다. 바로 KBS에서 방영 중인 '골든걸스'의 이야기이다. 프로듀서 박진영을 중심으로 네 명의 디바가 걸그룹으로 다시 컴백하는 여정을 다룬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단 2회만 방송이 되었지만 전 세대에 걸쳐…
캐나다에서 3년간 학업을 마친 딸은 서양인의 몸매를 닮은 채 공항에 도착했다. 아마도 음식 탓인 것 같았다. 귀국한 지 5일 만에 서울 서초동에 있는 S그룹에서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딸은 귀국하기 전 메일로 입사원서를 여러 곳에 넣고 왔다고 했다. 딸이니 주거가 문제가 되었다. 사무실 반경 4㎞ 이…
전화를 걸 시간이다. 어김없이 오후 다섯 시 무렵이면 어머니께 전화를 건다. 안부를 묻고 하루의 안녕에 감사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들리는 음성에 따라 그날의 기분이나 건강 상태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밝고 힘이 있는 날에는 나도 덩달아 마음이 가볍고 기분이 좋다. 한편 기운이 없고 낮은…
미술사를 공부하며 노르웨이의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 1863-1944)의 작품에 심취한 적 있다. 뭉크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숨을 거두었다. 뒤이어 누나의 사망으로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여동생은 정신적 질환을 앓았으며 더불어 엄했던 아버지의 교육으로 어두운…
[충북일보]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충북대학교병원 교수 1명이 사직을 선언했다. 이는 의정 갈등으로 인해 사직하는 첫 사례다. 충북대병원 김석원 정형외과 교수는 29일 의대 구관 첨단강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7일 충북대 의대 기자회견을 통해 사직 의사를 밝힌 후, 오는 5월 1일을 사직 희망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다음 달 10일 마지막 외래진료를 끝으로 사직서 수리와 상관없이 병원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의대 2천 명 증원안과 필수의료패키지는 아무리 이해해 보려고 해도 근거도 없고 문제가 있는 정책"이라며 "사직서 제출 후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의대 정원 정상화를 위해 나름대로 싸움을 이어가며 노력했지만, 이제는 버틸 힘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난 22일 고창섭 총장은 의대 교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지원한다고 하니 다른 지방 거점 국립대병원 정도는 돼야겠다고 싶어 200명 의대 증원안을 냈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며 "정말 의대 정원이 200명이 된다면 그 학생들을 가르칠 자신이 없다"고 한탄했다. 김 교수는 자신이 돌보던 환자들에 대해서도 사죄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정부가 30일 글로벌 혁신특구 지정을 확정 발표하는 가운데 충북은 첨단재생의료 특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 분야의 최종 후보 지역으로 선정된 청주 오송은 인프라가 잘 갖춰졌고 바이오 개발 전주기를 지원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클러스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혁신특구는 규제를 최소화하는 네거티브 규제가 적용된다. 오송이 유치에 성공하면 바이오와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는데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28일 충북도와 충북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30일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열어 글로벌 혁신특구를 신규 지정할 예정이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해 12월 충북(첨단재생바이오), 부산(차세대 해양모빌리티), 강원(AI 헬스케어), 전남(에너지 신산업) 4곳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위원회는 규제·실증·인증·허가·보험 등 글로벌 기준에 맞는 제도가 적용되는 특구 지정을 결정해 5월 고시할 방침이다. 1차 관문을 무난히 통과한 충북은 최종 지정도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지인 청주 오송은 연구개발 등의 기획 단계부터 실증, 사업화까지 원스톱 추진이 가능한 것이 최대 강점이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메
[충북일보] ◇올해 충북청주FC의 목표는. "지난해 리그는 목표였던 9위보다 한 단계 높은 8위로 마감했고 14경기 무패 기록도 세웠다. 그 배경에는 최윤겸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훌륭한 전략과 빈틈 없는 선수 관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스포츠 경영 리더십을 바탕으로 올해는 조금 더 높은 목표인 플레이오프를 향해 달려보려 한다. 13개 팀 중 5위 이상의 성적은 욕심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달성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매주 목요일 감독·코칭 스태프를 중심으로 선수 강화팀, 대외협력팀, 마케팅 홍보팀 등 사무국의 모든 팀이 모여 PPT 발표를 한다. 이 발표를 통해 지난 경기를 분석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경기에 대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야할 구단 운영 방향은. "단순하게 축구 경기 한 경기, 한 경기로만 끝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스포츠는 막강한 힘을 품고 있다. 스포츠 경기 활성화로 작게는 건전한 가족문화 형성부터 크게는 지역 소통, 나아가 지역 경제 성장까지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홈경기 날이 되면 가족 단위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는다. 경기 관람을 통해서 여가 시간에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