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눈부시다. 낭창거리는 이파리 사이로 갸웃거리는 햇살이 오늘따라 더욱 아름답다. 파란 풍경들이 첫사랑처럼 설레고 황홀하다. 이토록 어여쁜 빛깔은 어디서 오는 걸까, 푸르고 푸르른 이 초록의 바다에 영혼의 묵은 때를 씻으며 신비하고 오묘한 자연의 섭리에 옷깃을 여민다. 지난 봄방학 때, 딸이…
시내 o초등학교 옆 골목을 지나다 보니, 흙탕물이 튀어 지저분한 점포 출입문에 '오래된 물건 삽니다'라는 글자가 붙어있었다. 유리문 안에는 풍금 서랍장과 손가락에 힘주어 돌리던, 몸통이 시커멓고 묵직한 다이얼 전화기가 어슴푸레 보였다. 몇 점을 보아도 값이 나갈 것 같지 않은 물건들이었다. 한때 유행…
시민체육공원에서 허리 잡아 등 펴는 운동을 할 때였다. 후투티 한 마리가 등나무 앞 잔디밭에 날개를 접고 앉았다. 후투티는 이따금 이곳에 나타나는 귀한 새다. 운동을 하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잔디밭에서 날지 않고 계속 부리로 땅을 쪼아 먹이만 찾아 먹는다. 나는 운동기구에서 운동을 하는 동안 틈틈…
얼마 전 끝난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우리가 자주 접했던 말 중의 하나는 '도덕성 검증'일 것이다. 그리고 불법적 재산형성이나 각종 사생활 문제 등과 관련된 도덕성 논란에 휩싸여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던 후보자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러한 도덕성 문제는 특정 계층의 성인에게만 국한되어…
미술 관련 외부 강의를 하고 있다. 비교적 오랫동안 해 온 일이지만, 수강생 앞에서 실수 없이 해내야 한다는 긴장감에 강의 전부터 촉각이 곤두선다. 항상 빈틈없이 연습하지만, 강의 현장 상황과 수강생의 반응 여부에 따라 준비해 온 것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할 때도 있고 준비해 온 것과 조금 다르게 진행되는…
해는 병풍처럼 둘러쳐진 서산 너머로 사라진 지 오래지만, 노을은 오늘 하루가 지남이 아쉬운지 나무와 발밑에 조그마한 이름 모를 들풀을 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남산과 계명산이 만들어낸 작은 계곡을 따라 조금은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면 한적한 토담집 앞뜰에 서 있는 느티나무 가지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던…
벚꽃이 피고 지는, 완연한 봄이 왔다. '봄'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작과 설렘을 주는 계절이다. 꽃망울이 피어나고 새싹이 돋아나는 등 새로움이 발아(發芽)하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의 3월은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어 새로운 학교, 새로운 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시기라는 점에서 더욱 더 설렘으로…
인간은 흔히 자신이 바라는 것, 또는 탐내는 것을 바라본다. 좋은 옷에 욕심이 많은 사람은 어디를 가든 좋은 옷에 시선이 가기 마련이고, 좋은 차에 욕심이 많은 사람은 좋은 차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 명예나 권력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람은 또 이런 것들을 바라보며 그것을 얻기 위해 애쓴다. 돈을 많이 갖…
이른 아침, 한영애의 노래 '조율'을 듣게 되었다. 사월에 듣는 이 노래는 유난히 그 울림이 크고 여운이 길게 남는다. 겨우내 침묵하던 나뭇가지에 꽃눈이 박히듯 노랫말 하나하나가 귀에 들어오고 가슴에 파문의 동그라미가 생겼다가 사라지곤 했다. 종일 귓가에 맴돌고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기도 했다. 태…
4·10총선이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승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254석 중 161석을 차지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당은 90석을 얻는데 그쳤다. 거부권 정부에 대해 국민이 투표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정권심판이라는 거대한 바람이었다. 충북은 총 8석 가운데 청주와 중부 3군은 민주당이 차지했…
5월도 스무날께 옛집을 찾아왔다. 뒤란을 돌아가자 누에를 치던 헛간 방이 나왔다. 봄이 되면 어머니는 뽕잎을 따오셨다. 뽕잎을 갉아 먹는 소리가 와스락대면 집짓기 시작이다. 뽕나무가 앙상해질 즈음에는 고치가 쌓이고 어머니는 끓는 솥에 붓고 물레를 돌리셨다. 뽀얀 누에고치가 선하다. 흙장난을 하…
노란 의자가 캔버스를 독차지 했다. 의자 위에는 담배와 파이프를 올려놨다. 나무로 만든 의자는 팔걸이도 없다. 그러니 편안한 느낌 보다는 왠지 쓸쓸함이 묻어난다. 빈 의자는 고흐 자신을 상징하는 듯 위태로워 보인다. 빈센트 반고흐가 아를의 노란집에서 고갱과 함께 지내면서 그린 다. 그리도 원했던 고갱…
여름방학에 집에 내려오니 할머니께서 많이 편찮으셨다. 천수를 누리시고 이 세상과, 사랑했던 자손들과, 영원한 이별을 하실 때가 된 것이다. 지금 같으면 병원에 입원해 임종을 맞으셨겠지만, 60년 전에는 병이 나면 객지에 있다가도 집으로 돌아와 임종했다. 타지에서 돌아가시면 객사라고 하여 시신을 집에…
학교마다 업무를 위해 편성된 부서는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학교와 같이 학년당 9학급인 경우 통상 13개의 부서가 구성된다. 그중 3개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학년을 담당하는 부서다. 각 부서별 업무 내용은 영역에 따라 구분된다고 할 수 있으나, 난이도를 말하자면 어떤 객관적 지표가 있는 게 아니…
"아, 내일은 눈을 뜨지 않아도 되다니…, 나는 그게 너~무 좋아." 글쓰기 공부를 함께하는 초등학교 교사들하고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 하나가 목소리를 통통 퉁겨 올렸다. 다음날은 토요일이었으니 출근 시각에 맞추느라 잠자리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라는 걸 나는 금세 눈…
어머니는 정든 고향을 떠나 부천으로 거처를 옮기셨다. 봄마다 꽃들이 '팡팡' 터지고, 가을이면 수수 밭고랑에서 호미질 바쁘던 손을 내려놓고 시골을 떠나셨다. '오소소' 모여 정들었던 마을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눌 때,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낯설은 도심에서 시린 무릎을 꺾고 앉은 어머니는, 골목마…
작년 5월 즈음 기술보증기금(기보)에서 지원과 투자를 받아 플랫폼 개발을 의뢰한 마케팅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일을 진행하고 50%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계약 시점부터 계약금에 대한 조율이 쉽지가 않았고 모든 항목을 의뢰업체 위주로 계약이 이뤄지고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개발비 50% 선금과 완료한 후…
학교 주변 교통이 복잡하고 위험하다 보니 자가용으로 등교시키는 가정이 많다. 특히 학기 초에는 주차장이 정말 어수선하다. 저학년 학부모들은 차를 세워놓고 아이 손을 잡고 교실까지 간다거나 아이가 눈앞에서 멀어질 때까지 바라보다 차를 출발하는 사람도 많다. 되도록 아이들이 혼자 교실로 가게 해달라…
어느 좋은 글에 "식물은 봄을 만나야 꽃이 피고, 씨앗은 땅을 만나야 싹이 트며, 사람은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야 행복하다."라고 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수많은 사람과의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천지자연은 절대로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산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거짓이 없고 교만이…
현관 입구에 빨간 안시리움이 드나들 때마다 내 눈길을 끈다. 그 꽃이 내 눈길을 끄는 것은 꽃에 담긴 작은 이유 때문이다. 그 꽃은 육거리 재래시장 꽃집에서 청주페이를 지급하고 데려왔다. 청주 페이는 면허증을 반납한 사람에게 시에서 지급하는 작은 보상이다. 그 대가로 구입한 꽃이기에 드나들 때마다 한…
유럽의 사냥꾼들이 아프리카로 사냥원정을 나갔다. 그들은 맹수 사냥에 경험이 많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몰이꾼으로 고용하여 맹수들을 몰아오도록 했다. 그런데 열심히 맹수를 몰던 몰이꾼들이 갑자기 달리던 발걸음을 멈추더니 주저앉아 쉬는 것이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 이유를 물었다. "맹수를…
어느덧 마지막 꽃샘추위도 살살 고개를 숙이고 따뜻한 봄냄새가 바람에 실려온다. 봄날의 공기를 맘껏 들이마시면서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한 새로운 기대와 기분좋은 설레임을 느끼는 시간이다. 늘상 돌아오는 계절의 변화지만 봄은 우리에게 새로움과 시작, 희망과 기대를 가져다주는 고마운 계절인듯하…
'누구나 지축 위에 / 홀로 서 있나니 / 햇살 한 줄기 뻗쳤는가 하면 / 어느덧 황혼이 깃든다.' 라는 짧은 시다. 이걸 쓴 이는 1959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시인 살바토레 콰시모도(Salvatore Quasimodo)라고 한다. 그가 노래한 그대로다. 우리들 각자는 누가 뭐래도 세상의 중심에 서 있다…
사람들을 처음 만나게 되면 서로의 MBTI 유형을 묻거나 말과 행동을 통해 그 유형을 추측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얼마 전 참여했던 대학 신입생 OT에서도 MBTI는 자기소개에 빠지지 않는 필수 항목인 것처럼 보였다. 수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정해진 16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이나 또…
담장 너머 산수유 꽃망울이 나를 보고 노랗게 웃는다. 시샘하듯 그 곁에 매화나무도 연분홍 꽃잎을 하늘거린다. 어느새 새봄, 봄은 연달아 피어나는 꽃을 선사하며 내게로 왔다. 나이를 먹는 탓일까, 당연하게 오는 봄이 오늘따라 감사한 마음이다. 차곡차곡 봄의 향기를 가슴에 담으며 나도 누군가의 봄이 되었…
[충북일보]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충북대학교병원 교수 1명이 사직을 선언했다. 이는 의정 갈등으로 인해 사직하는 첫 사례다. 충북대병원 김석원 정형외과 교수는 29일 의대 구관 첨단강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7일 충북대 의대 기자회견을 통해 사직 의사를 밝힌 후, 오는 5월 1일을 사직 희망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다음 달 10일 마지막 외래진료를 끝으로 사직서 수리와 상관없이 병원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의대 2천 명 증원안과 필수의료패키지는 아무리 이해해 보려고 해도 근거도 없고 문제가 있는 정책"이라며 "사직서 제출 후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의대 정원 정상화를 위해 나름대로 싸움을 이어가며 노력했지만, 이제는 버틸 힘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난 22일 고창섭 총장은 의대 교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지원한다고 하니 다른 지방 거점 국립대병원 정도는 돼야겠다고 싶어 200명 의대 증원안을 냈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며 "정말 의대 정원이 200명이 된다면 그 학생들을 가르칠 자신이 없다"고 한탄했다. 김 교수는 자신이 돌보던 환자들에 대해서도 사죄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정부가 30일 글로벌 혁신특구 지정을 확정 발표하는 가운데 충북은 첨단재생의료 특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 분야의 최종 후보 지역으로 선정된 청주 오송은 인프라가 잘 갖춰졌고 바이오 개발 전주기를 지원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클러스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혁신특구는 규제를 최소화하는 네거티브 규제가 적용된다. 오송이 유치에 성공하면 바이오와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는데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28일 충북도와 충북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30일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열어 글로벌 혁신특구를 신규 지정할 예정이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해 12월 충북(첨단재생바이오), 부산(차세대 해양모빌리티), 강원(AI 헬스케어), 전남(에너지 신산업) 4곳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위원회는 규제·실증·인증·허가·보험 등 글로벌 기준에 맞는 제도가 적용되는 특구 지정을 결정해 5월 고시할 방침이다. 1차 관문을 무난히 통과한 충북은 최종 지정도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지인 청주 오송은 연구개발 등의 기획 단계부터 실증, 사업화까지 원스톱 추진이 가능한 것이 최대 강점이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메
[충북일보] ◇올해 충북청주FC의 목표는. "지난해 리그는 목표였던 9위보다 한 단계 높은 8위로 마감했고 14경기 무패 기록도 세웠다. 그 배경에는 최윤겸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훌륭한 전략과 빈틈 없는 선수 관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스포츠 경영 리더십을 바탕으로 올해는 조금 더 높은 목표인 플레이오프를 향해 달려보려 한다. 13개 팀 중 5위 이상의 성적은 욕심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달성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매주 목요일 감독·코칭 스태프를 중심으로 선수 강화팀, 대외협력팀, 마케팅 홍보팀 등 사무국의 모든 팀이 모여 PPT 발표를 한다. 이 발표를 통해 지난 경기를 분석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경기에 대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야할 구단 운영 방향은. "단순하게 축구 경기 한 경기, 한 경기로만 끝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스포츠는 막강한 힘을 품고 있다. 스포츠 경기 활성화로 작게는 건전한 가족문화 형성부터 크게는 지역 소통, 나아가 지역 경제 성장까지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홈경기 날이 되면 가족 단위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는다. 경기 관람을 통해서 여가 시간에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