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의 아침은 방바닥의 따순 맛에 얼른 이부자리를 차버리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나무들의 소곤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여 마당으로 이끌려 나왔다. 모란을 들여다보니 잔가지 사이로 어느새 봄 햇살이 먼저 와 자리 잡았다. 가지를 쳐낸 줄기에선 여린 이파리들이 얼굴을 내밀며 속잎을 말없이…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하는 집안 대청소를 마치고 아파트 앞 김밥 집에 들어갔다. 김밥 두 줄을 사서 조수석에 놓고 맨발로 흙길 걷기를 위해 문경새재 3관문 길로 달려갔다. 2주전에 맨발로 한 번 흙길을 걸었는데 발바닥은 조금 아팠지만 지압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저녁식사 후에 운동을 나가면 공원길에 우…
장마가 시작됐다. 얼마 전 캐나다의 대형 산불과 같은 어마어마한 자연재해들을 보면서 그동안 비가 너무 오지 않아 장마가 오기를 기다렸지만, 장마 괴담에서 슈퍼 엘니뇨란 다양한 뉴스에 요즘 범상치 않은 자연현상이 예사롭지 않다.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는 재해로 인한 사고 줄이기 캠페인 등 7월은 비 오…
휴일, 덕수궁 돌담길이 북적거린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길거리 가수의 노랫소리, 마술에 홀린 사람들의 탄성. 형형색색 액세서리를 만지작거리는 여인들, 젊은 연인들의 웃음소리, 가쁜 숨을 내쉬는 노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옷깃을 스칠 정도로 가깝거나 멀어봤자 몇 발자국. 하지만 말은 하고 있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집이다. 적당히 굵은 면발은 쫄깃하고, 국물도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다. 게다가 푸짐하게 나오는 바지락에 누구라도 환호성을 지르게 된다. 가게 이름이 어찌 그리도 국수의 맛과 잘 어울리는지 참으로 용하다. 미감, 맛을 느끼다. 그러니 '미감 칼국수'는 맛을 느끼는 칼국수라는…
망초 꽃사이로 석양이 방죽을 붉게 물들여간다. 농익은 능금빛이 고달픈 인생살이에 속으로 삭였을 어머니의 눈물 자국처럼 애달파 보인다. 누구를 고대하던 걸까· 온종일 그리움에 젖은 얼굴로 동구 밖 버스정류장에 하염없이 앉아 계시던 어머님, 노쇠한 말년의 모습이 붉은 노을빛 속으로 사라져 간다.…
교실이 조용해졌다. 방금까지도 자기 자리에서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시끌벅적 재잘대던 녀석들이 모여들었다. 머리를 맞대고 엉덩이는 치켜세우고 온통 한곳에 집중한다. 받아쓰기 공책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번호에 맞춰 채점을 하는 선생님의 손을 따라가다가 모두 동그라미가 나오면 이어서 "우와!" 환호…
우리니라 농촌지역의 인구감소는 지역소멸의 위기로 우리에게 다가와 있다. 인구 및 자원의 수도권 및 대도시 집중화는 이농 및 이촌 현상을 초래 하였다. 그 결과 농촌지역은 출생률 감소로 인한 지역소멸, 소비연령층 감소로 인한 지방재정 악화 등 지역공동체의 활력마저 사라지고 있다. 2021년 행정안전부…
우체국 앞에서 제자를 만나기로 했다. 우리는 종종 만난다. 만날 때마다 학교 안에 있는 농협이나 우체국 또는 도서관 앞에서 만나기로 정하곤 한다. 오늘은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녀는 무슬림으로 늘 히잡을 쓰고 생활한다. 그래서 할랄(HALAL)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갔다. 특별히 오늘은 그녀를 위…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있다. 자신의 능력을 자만한 채 낮잠을 자는 등 게으름을 피워 결국 경주에서 진 '토끼'와 느리지만 성실히 언덕을 오르며 승리를 얻은 '거북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이 이야기를 두고 공정하지 않은 경쟁이었다든가 공동체 정신이 부족했다든가 하는 비판적인 해석도 존재한다.…
사람을 잘 기억해야 성공한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난 성공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생체시계와 기억 능력은 줄어들며 뇌의 작동속도 또한 느려진다더니 요즘 나의 상태다. 분명 아는 사람인데 이름과 호칭이 생각나지 않아 순간 당황하는 일이 많아지는 요즘 닭발 모임에서 위로를 받았다…
하지를 며칠 앞둔 지난 16일 오전 10시에 충주시 대문산 탄금대 충혼탑 옆 위령탑에서 431주기 팔천고혼위령제가 봉행되었다. 이날 행사는 충주문화원(원장 유진태)에서 주관하였고 충주시가 후원하였다. 충주시 우륵국악단의 장중한 제례악에 맞춰 조길형 시장과 이종배 국회의원, 목성수 충주경찰서장, 안…
얼마 전 모 기관에서 손님이 뜸한 식당과 붐비는 식당의 차이점을 분석 발표했다. 한산한 식당은 대부분 '신발 분실 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있고 잘 되는 식당은 '신발을 분실하지 않도록 주의 하십시오'라는 문구가 있었다는 거다. 뉘앙스 문제였던 것. 종종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그럴 때마…
정말 그랬다. 그때는 왜 그리도 눈이 많이 내렸던지 한번 내리면 폭설 수준이었다. 이상하게도 어린 시절 겨울은 흰 눈에 대한 추억이 특별하다. 장지문 새로 들어오는 환한 빛에 화들짝 놀라 단칸방 문을 열면 마당은 이미 설국이다. 밤새 내린 도둑눈은 봉당에 벗어놓은 우리 가족의 신발까지 숨겨놓곤 했다. 흰…
사업할 때의 인연으로 다리를 놓아 부부의 연을 맺어준 적이 있었다. 가끔 소식을 전하며 고마움을 잊지 않았던 A가 아들과 방문을 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모습, 반가움에 거실로 안내했다. 가져온 선물 꾸러미를 풀어놓는다. 떡과 빼빼로 흰 봉투였다. A는 사업을 하는 청년이었고 여성은 대학에…
노키즈존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찬반 입장이 팽팽함에도 노키즈존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키즈존은 왜 생겨난 것일까? 과거에 비해 아이들이 너무 제멋대로인 탓일까? 아니면 어른들이 너무 옹졸해져서 더 이상 아이다움을 이해하지 못해서일까? 한 번 기분이 나빠지면 주변 사람…
나란히 아기들이 누워있다. 꼬물거리는 손으로 병을 잡고 우유를 먹고 있는 모습을, p기업 회장이 엎드려 사랑이 가득 찬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얼마 전에 티브이 모(某)방송국에서 방영된 네쌍둥이 가족이다. 27살인 아기아빠가 출산휴가를 내고 아기엄마와 함께 육아를 하고 있다. 네쌍둥이 아빠 회사의…
1839년 다게르의 사진발명은 미술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사진이 발명된 직후 당시 미술가들은 예술의 종말을 상상했지만, 사진은 더욱 다양한 장르의 미술이 발생 되는데 공헌했다. 19세기, 미술은 있는 그대로를 그리는 고전적 작업방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발명 이후 화가들은 인간의…
5월 가정의 달이 지나고 6월이 시작되면서 '석가탄신일'의 대체 공휴일과 '현충일' 등으로 사내 분위기는 6월의 시작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금 있는 것 같다. 날씨는 화창하고 아직은 너무 무덥지 않고 선선한 바람도 제법 불고 일교차도 있는 것이 다행스럽기도 한 이유가 얼마 전 미국으로 이민을 간 동생이…
지난 5월 말 학부모 수업 공개의 날이었다. 많은 학부모님이 참관하러 오셨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의미 있는 배움을 위해 교육과정을 분석하고 재미있는 교육활동을 준비했다.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자세와 태도로 수업에 임했다. 교직원들도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교장인 나도 참관하러…
바람이 시원하다. 멀리 짙푸른 숲과 바람까지 싱그럽다. 무심코 바라보는 순간 새 한 마리가 펄쩍 날아오른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정도는 되어야 하늘에 날개를 달아주는 산새들 위상이 드러날 거라고 했는데, 천적인 맹금류에 쫓기고 있었던 것일까. 오래 전 병법에서는 그럴 경우 숲 속 어딘가 잠복해…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시점이 목전에 와 있다. 후쿠시마 시찰단 21명이 5박 6일 방일해서 일본 오염수 정화를 직접 확인 했다고 한다. 사절단은 이번 사찰활동을 통해 일본의 오염수 정화 및 방류시설 전반의 운영상황과 방사성 물질 분석열량 등을 직접확인하고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결혼 전 특별히 내놓을 만한 조건이 없던 그 사람은 솥뚜껑 같은 손을 들이 밀며 자기를 믿어 달라고 했다. 미래의 대책도 없이 무엇 때문에 당당한지 그가 신임이 가지 않았다. 배짱 하나로 살아간다나 어쩐다나. 그렇게 우리는 만나 토끼와 거북이처럼 살아가고 있다. 오래 전 지난날을 회상한다. 연애시절…
전시장 입구에 노숙자가 누워있는가 하면 말(馬)의 시체가 허공에 매달려 있다. 낯설고 어둡고 음울하다. 그런가 하면 고흐의 '구두'를 연상케 하는 낡은 부츠속에 한 생명이 자라고 있다. 죽음 같은 어둠과 살아있는 생명. 헌데 천정 높은 곳에 소설 '양철북'을 연상케 하는 한 소년이 양철북을 두드리고 있다. 이…
5월은 계절의 여왕으로 군림한다. 일 년 중 가장 날씨가 좋고 청명하며, 수려한 자연환경을 과시하기 때문에 붙여진 명예일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1980년 5월을 회상하는 일이 즐겁고 기쁘지만은 않다.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항쟁은 강원도 모 사단 군 복무 중에 발생하였다. 내무반에서 손바닥…
[충북일보]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충북대학교병원 교수 1명이 사직을 선언했다. 이는 의정 갈등으로 인해 사직하는 첫 사례다. 충북대병원 김석원 정형외과 교수는 29일 의대 구관 첨단강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7일 충북대 의대 기자회견을 통해 사직 의사를 밝힌 후, 오는 5월 1일을 사직 희망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다음 달 10일 마지막 외래진료를 끝으로 사직서 수리와 상관없이 병원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의대 2천 명 증원안과 필수의료패키지는 아무리 이해해 보려고 해도 근거도 없고 문제가 있는 정책"이라며 "사직서 제출 후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의대 정원 정상화를 위해 나름대로 싸움을 이어가며 노력했지만, 이제는 버틸 힘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난 22일 고창섭 총장은 의대 교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지원한다고 하니 다른 지방 거점 국립대병원 정도는 돼야겠다고 싶어 200명 의대 증원안을 냈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며 "정말 의대 정원이 200명이 된다면 그 학생들을 가르칠 자신이 없다"고 한탄했다. 김 교수는 자신이 돌보던 환자들에 대해서도 사죄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정부가 30일 글로벌 혁신특구 지정을 확정 발표하는 가운데 충북은 첨단재생의료 특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 분야의 최종 후보 지역으로 선정된 청주 오송은 인프라가 잘 갖춰졌고 바이오 개발 전주기를 지원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클러스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혁신특구는 규제를 최소화하는 네거티브 규제가 적용된다. 오송이 유치에 성공하면 바이오와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는데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28일 충북도와 충북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30일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열어 글로벌 혁신특구를 신규 지정할 예정이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해 12월 충북(첨단재생바이오), 부산(차세대 해양모빌리티), 강원(AI 헬스케어), 전남(에너지 신산업) 4곳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위원회는 규제·실증·인증·허가·보험 등 글로벌 기준에 맞는 제도가 적용되는 특구 지정을 결정해 5월 고시할 방침이다. 1차 관문을 무난히 통과한 충북은 최종 지정도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지인 청주 오송은 연구개발 등의 기획 단계부터 실증, 사업화까지 원스톱 추진이 가능한 것이 최대 강점이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메
[충북일보] ◇올해 충북청주FC의 목표는. "지난해 리그는 목표였던 9위보다 한 단계 높은 8위로 마감했고 14경기 무패 기록도 세웠다. 그 배경에는 최윤겸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훌륭한 전략과 빈틈 없는 선수 관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스포츠 경영 리더십을 바탕으로 올해는 조금 더 높은 목표인 플레이오프를 향해 달려보려 한다. 13개 팀 중 5위 이상의 성적은 욕심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달성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매주 목요일 감독·코칭 스태프를 중심으로 선수 강화팀, 대외협력팀, 마케팅 홍보팀 등 사무국의 모든 팀이 모여 PPT 발표를 한다. 이 발표를 통해 지난 경기를 분석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경기에 대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야할 구단 운영 방향은. "단순하게 축구 경기 한 경기, 한 경기로만 끝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스포츠는 막강한 힘을 품고 있다. 스포츠 경기 활성화로 작게는 건전한 가족문화 형성부터 크게는 지역 소통, 나아가 지역 경제 성장까지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홈경기 날이 되면 가족 단위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는다. 경기 관람을 통해서 여가 시간에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