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수업에 들어가 보면 아이들 연필 잡는 법이나 글씨 쓰는 자세, 필순이 중구난방이라 놀랄 때가 있다. 초임 시절 1, 2학년을 맡았을 땐 한두 명의 아이만 있었던 일이다. 아무리 가르쳐도 고쳐지지 않아 애썼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 너무 일찍 연필을 잡게 해서 그렇다. 요즘 아이들…
눈처럼 하얀 털을 가져 '(백)설기'라는 이름을 지어준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 입양 당시 1㎏도 안 되는 몸무게의 작은 솜뭉치 같던 강아지는 어느새 7세가 되었고, 이 나이는 사람으로 치면 대략 40대 중반을 넘어서는 것과 유사하다고 했다. 나보다 빠른 시간을 사는 강아지의 건강이 걱정되어 동물병원 선생…
사람이 태어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친구를 사귀고 친구와 작별(作別)과 이별(離別)을 하게 된다. 나이가 70대가 되면 많은 친구를 먼저 보내면서 그리워한다. 학창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의 부음(訃音)을 듣게 되면 옛 추억이 떠오르고 마음 아파하곤 한다. 초등학교 동창생은 살아있는 친구보다 별세…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Maslow)는 인간의 욕구 단계 이론을 정립했다. 인간은 다양한 욕구를 가지며 기본적 욕구와 더불어 고차원적인 욕구를 동시에 가진다. 가장 하위단계의 욕구인 생리적 욕구를 시작으로 안전(안정)에 대한 욕구,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 자기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5가지의…
북적이는 장터에서는 누구라도 만나면 반갑다. 이틀이 멀다하고 만나는 지인도 장터에서 만나면 더 반갑고,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은 더욱 더 반가운 곳이 장터다. 그래서인지 살 것이 없어도 장에 나갈 때가 더러 있다. 갈 때는 그냥 눈요기나 할 냥으로 나섰다가도 싱싱한 나물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어느새…
다시 봄이 돌아왔다. 올해는 날씨가 좋아서인지 주변에서는 벌써 장 담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바야흐로 된장의 계절이 온 것이다. 우리 집도 된장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친정어머니 생각이 난다. 친정어머니는 해마다 옻 된장을 담그셨다. 일반된장을 담는 것보다 훨씬 번거롭고 수고로운데 친…
해마다 새 학년이 시작되면 으레 공문으로, 메신저로 전달되는 사항이 있다. 해가 바뀌었으니 다시 연수를 들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법으로 정해진 수많은 주제의 연수를 포함하여, 업무를 위해 이런저런 연수를 들어야 한다는 안내가 학년 초 수업하랴, 생활 교육하랴, 상담하랴, 업무 처리하랴 등등으로 분주…
빗소리에 사방이 소요하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머리맡의 폰을 열었다. 쭉 훑어보는 눈에 지인이 보낸 모바일 청첩장이 있다. 대략 날짜와 장소를 보고 지난번 개혼 때 성심껏 인사를 했으니, 이번엔 편안한 인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살다보면 애경사는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대사(大事)이다. 친분관…
저수지에 날아든 물새를 본 것은 햇살도 나른한 언덕바지였다. 주변의 숲과 나무가 흠씬 잠겼다. 새파랗게 고인 물과 하얀 날개가 참 잘 어울린다 했는데 녀석이 돌연 길을 틔우지 않는가. 양쪽 날개를 착 붙이고는 얼음 위의 조롱박처럼 미끄러지더니 순식간에 100m 저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망연히 바라…
지난 주말 오랜만에 온 아들과 함께 청남대 꽃구경을 갔다. 인파가 사상 최대라할 만큼 많았다. 그만큼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증거 아닐까 싶다. 호수와 꽃과 나무 그리고 하늘의 조화는 멋진 오케스트라였다. 카메라 렌즈가 어디를 향해도 모두 그림과 작품이 되었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온 터라 모두…
며칠 전 월출산을 갈 기회가 생겼다. 오랜만의 일이었다. 우리나라 산 중에 "악"자를 품은 산은 대부분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월악산, 설악산 등이 그렇다. 남도의 월출산은 "악"자도 없는데 바위산으로 단연 으뜸이라고들 하더니 정말 그랬다. 월출산은 산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멋진 경치로 눈을 사…
새벽 아침 창문을 연다. 싱그럽게 첫 입을 떼는 새소리와 함께 여명의 꿈을 안는다. 빈 가슴속 빗장을 활짝 열면 봄 향기가 '톡톡' 내 마음을 노크하고, 들꽃들의 연분홍빛 설렘이 아른거린다. 나는 하던 일을 잠시 털어내며 봄맞이 길에 나선다. 바쁜 농사 일 틈으로 얻어내는 고마운 일상, 그것은 묵묵하게 열…
봄꽃이 아름답게 피기 시작하는 3월의 마지막 주말에 충주시 주덕읍 당우리 산 30번지에 이장(移葬)안치 된 능양 박종선(朴宗善)선생의 묘소 옆에 건립된 시비(詩碑)제막식에 다녀왔다. 성균관대학교 존경각에 소장하고 있는 능양시집 필사본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은 불과 10년 전인 2013년이다. 후…
4월 1일 만우절이 지나갔다. 토요일 휴일이라서 아이들이 하는 모바일 게임을 보면서 문득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마치 명절과 같은 분위기로 온라인에서 다양한 이벤트들이 진행되었고,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도 여러 크리에이터들이 만우절 콘텐츠들을 쏟아냈다. 만우절에 대한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척 봐도 공주님이다. 그런데 나만 그런가. 보통의 어린아이한테서는 잘 보이지 않는 이 우아함과 도도한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이는 이제 다섯 살, 스페인 왕 펠리페 4세의 딸로 최고 궁정 화가였던 벨라스케스의 작품 '흰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공주'의 당사자이다. 그런데 왠지 표정보다 옷에 시선…
봄, 꽃의 향연이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나무 등, 나무들이 바투 꽃을 피어내는 중이다. 눈을 어디로 돌려도 사방천지가 온통 꽃 잔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성이 차지 않는지 전국의 명소를 찾아 꽃들을 보기위해 떠나기 바쁘다. 하지만 어디 잔치를 벌인 것이 꽃 뿐 이랴. 봄나물들에게도 봄은 몸을…
딸이 엄마에게 드리는 선물이라며 화분을 들고 왔다. 긴 줄기 끝에 넓은 잎새를 활짝 펼치고 있는 모양이 이국적이다. 이파리가 갈라졌고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다. 모양이 신비로워 이름을 물어보니 몬스테라라고 한다. 카스테라 빵과 한 글자가 틀리니 기억하기 쉬울 거라고 덧붙였다. 공간을 화사하게 연출할…
살구꽃 달콤한 향기를 맡으며 걸었다. 공원에 몇 그루의 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서쪽 하늘에 주황빛 노을이 걸리고 나무의 실루엣이 한참을 서 있게 만들었다. 어둠이 내리자 공원을 걷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졌다. 한껏 톤이 높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뒤따르는 가족들의 모습도…
'3·1운동'은 폭압적 일본 식민지배에 항거해 전국적으로 일어난 '민족해방운동'이다. 1919년 기미년에 일어나 '기미독립만세운동'이라고도 한다. 이 운동은 남녀노소 계층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으며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수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보은에서도 4월 2일 산외면 어온리, 이식리에…
사람들은 왜 모두 이기적일 수 밖에 없을까? 갑자기 이런 생각에 잠기며 하던 일을 멈추고 자신을 뒤돌아 보고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각자가 다른 이상을 바라보고 각기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에 같은 생각과 같은 꿈을 꾸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본인의 꿈, 또는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다양한 노력을 할 것…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도 벌써 반 이상 지나가고 있다. 2023년의 새해도 어느새 두 달이 넘어가지만, 교육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3월이 새해의 시작과 같이 느껴진다. 봄을 알리는 새싹이 돋아나듯 3월의 학교는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의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새로운 학교에…
하늘에서 땅에서 봄의 정령이 찬미가를 열창하고, 환희의 생명들이 고고지성을 울리고 있다. 봄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전하는 축제의 장을 열면서 우리에게 희망과 설렘을 가져다준다. 사실 봄이라는 말 자체가 "새로운 것을 본다, 또는 새로운 시작을 본다"의 "본다"는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면, 봄은…
홀로 사는 노인이 늘고 있는데 한자어로 독거노인(獨居老人)이라 하며 예전처럼 가족이 돌보지 못하는 가정의 문제이자 사회문제로 그 심각성은 점점 더해가고 있다. 독거노인은 가족, 친구, 이웃 등 사회적 관계망과의 교류가 단절되고 사회적 역할상실에 따른 외로움과 고립감 으로 사회생활의 단절에 따른…
냉이를 다듬는다. 며칠 전부터 꽃샘추위를 했다. 추워서 그런지 떡잎이 지고 칙칙하다. 겨우내 떨었을 거다. 시들었다 해도 끓는 물에 데치면 거짓말처럼 파랗게 살아났다. 겨울을 비집고 나온 뿌리심이다. 사흘 전에 캤는데도 여전히 싱싱했지 않은가. 손이 곱을 정도의 추위가 한몫을 했던 것일까. 냉이를…
하기야 그리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세월의 더께가 쌓이면서 이곳도 수없이 많은 변화의 과정을 겪어 왔다. 그러니 그 누구도 이곳이 그 무시무시한 장소라는 것은 알 리 만무했다. 어린 시절 엄마의 치맛자락을 잡고 그 고개를 넘어 장에 갈 때도 마냥 설렜고, 친구들과 읍내에서…
[충북일보]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충북대학교병원 교수 1명이 사직을 선언했다. 이는 의정 갈등으로 인해 사직하는 첫 사례다. 충북대병원 김석원 정형외과 교수는 29일 의대 구관 첨단강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7일 충북대 의대 기자회견을 통해 사직 의사를 밝힌 후, 오는 5월 1일을 사직 희망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다음 달 10일 마지막 외래진료를 끝으로 사직서 수리와 상관없이 병원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의대 2천 명 증원안과 필수의료패키지는 아무리 이해해 보려고 해도 근거도 없고 문제가 있는 정책"이라며 "사직서 제출 후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의대 정원 정상화를 위해 나름대로 싸움을 이어가며 노력했지만, 이제는 버틸 힘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난 22일 고창섭 총장은 의대 교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지원한다고 하니 다른 지방 거점 국립대병원 정도는 돼야겠다고 싶어 200명 의대 증원안을 냈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며 "정말 의대 정원이 200명이 된다면 그 학생들을 가르칠 자신이 없다"고 한탄했다. 김 교수는 자신이 돌보던 환자들에 대해서도 사죄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정부가 30일 글로벌 혁신특구 지정을 확정 발표하는 가운데 충북은 첨단재생의료 특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 분야의 최종 후보 지역으로 선정된 청주 오송은 인프라가 잘 갖춰졌고 바이오 개발 전주기를 지원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클러스터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혁신특구는 규제를 최소화하는 네거티브 규제가 적용된다. 오송이 유치에 성공하면 바이오와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는데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28일 충북도와 충북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30일 규제자유특구위원회를 열어 글로벌 혁신특구를 신규 지정할 예정이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해 12월 충북(첨단재생바이오), 부산(차세대 해양모빌리티), 강원(AI 헬스케어), 전남(에너지 신산업) 4곳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위원회는 규제·실증·인증·허가·보험 등 글로벌 기준에 맞는 제도가 적용되는 특구 지정을 결정해 5월 고시할 방침이다. 1차 관문을 무난히 통과한 충북은 최종 지정도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지인 청주 오송은 연구개발 등의 기획 단계부터 실증, 사업화까지 원스톱 추진이 가능한 것이 최대 강점이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메
[충북일보] ◇올해 충북청주FC의 목표는. "지난해 리그는 목표였던 9위보다 한 단계 높은 8위로 마감했고 14경기 무패 기록도 세웠다. 그 배경에는 최윤겸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의 훌륭한 전략과 빈틈 없는 선수 관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스포츠 경영 리더십을 바탕으로 올해는 조금 더 높은 목표인 플레이오프를 향해 달려보려 한다. 13개 팀 중 5위 이상의 성적은 욕심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달성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매주 목요일 감독·코칭 스태프를 중심으로 선수 강화팀, 대외협력팀, 마케팅 홍보팀 등 사무국의 모든 팀이 모여 PPT 발표를 한다. 이 발표를 통해 지난 경기를 분석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경기에 대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야할 구단 운영 방향은. "단순하게 축구 경기 한 경기, 한 경기로만 끝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스포츠는 막강한 힘을 품고 있다. 스포츠 경기 활성화로 작게는 건전한 가족문화 형성부터 크게는 지역 소통, 나아가 지역 경제 성장까지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홈경기 날이 되면 가족 단위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는다. 경기 관람을 통해서 여가 시간에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