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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민

음성군선거관리위원회 사회복무요원

국회의 의정 활동과 관련한 뉴스를 보면 '헌정사상 최악의 국회'라고 평가하는 헤드라인을 종종 접할 수 있다. 좀 이상하다. 분명히 전 국회의원 임기 중에도, 그보다 더 이전의 국회의원 임기 중에도 저런 뉴스를 접한 기억이 있는데 어떻게 된 걸까.

이런 뉴스를 접한 유권자가, 일부 의원이 특정 집단만의 이익을 옹호하거나 어떤 사회 현상에 대해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을 내놓는 등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 수준이 날이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고 느끼며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단순한 분노에서 그치는 것은 민주 국가의 시민으로서 무책임한 행동이 틀림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그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말이 있듯, '헌정사상 최악의 국회'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태만한 의원도, 부패한 정당도 아닌 그들을 뽑은 우리에게 있다.

한국은 건국 직후 일정 연령에 도달한 모든 국민에게 보통선거권을 부여하였지만 그것은 제도적 수준의 민주주의에 지나지 않았을 뿐, 제도적 민주주의를 뛰어넘는 데는 1987년 6월 민주 항쟁까지 약 40년에 가까운 기나긴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피를 흘렸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토록 힘겹게 얻어낸 민주주의임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질적으로 악화되었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 초반부에 민중들이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네"라며 프랑스혁명 이후의 사회상에 대해 한탄하는 장면과 마찬가지로 한국 또한 민주화 이후 펼쳐진 정치 행태가 시민들의 이상과는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회적 합의를 이룩할 수 있는 가장 평화적인 수단이며 권위주의와는 다르게 사회적 갈등을 억압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정치 체제 안에서는 다원주의를 바탕으로 다양한 정당이 창당되고, 각 정당들은 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갈등을 정치의 틀 안으로 가져와 이를 공동체 전체의 문제로 전환하여 정치적 결정을 위한 의제로 만든다. 이와 같은 결정 과정 속에서 어느 편을 지지할지, 또 어떤 사상을 지닌 정당의 구성원을 대표자로 내세울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물론 대의제라고도 하는 간접 민주주의의 특성상 유권자의 의사가 백 퍼센트 그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가 있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 또한 우리의 몫으로 남겨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우리의 몫을 실현하는 가장 확실하고 좋은 방법이 투표일 것이다.

정치에의 관심은, 그리고 투표 참여는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타인에게 종속되어 끌려가는 삶이 아닌 본인의 의지를 바탕으로 전진하는 삶을 살기 위하여, 군주와 신하의 관계가 아닌 유권자와 그 대표자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그리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더 찬란할 내일로 나아가기 위하여, 우리는 투표를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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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날 특집 인터뷰 - 윤희근 경찰청장

[충북일보] 충북 청주 출신 윤희근 23대 경찰청장은 신비스러운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 이전만 해도 여러 간부 경찰 중 한명에 불과했다. 서울경찰청 정보1과장(총경)실에서 만나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게 불과 5년 전 일이다. 이제는 내년 4월 총선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취임 1년을 맞았다. 더욱이 21일이 경찰의 날이다. 소회는. "경찰청장으로서 두 번째 맞는 경찰의 날인데, 작년과 달리 지난 1년간 많은 일이 있었기에 감회가 남다르다. 그간 국민체감약속 1·2호로 '악성사기', '마약범죄' 척결을 천명하여 국민을 근심케 했던 범죄를 신속히 해결하고,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건설현장 불법행위' 같은 관행적 불법행위에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응으로 법질서를 확립하는 등 각 분야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만들어졌다. 내부적으로는 △공안직 수준 기본급 △복수직급제 등 숙원과제를 해결하며 여느 선진국과 같이 경찰 업무의 특수성과 가치를 인정받는 전환점을 만들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 다만 이태원 참사, 흉기난동 등 국민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안타까운 사건들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맞게 된 일흔여덟 번째 경찰의 날인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