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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 청주 수암골 독거노인 겨울나기

화이트 크리스마스? 우리에겐 '악몽'
밖보다 더추운 방엔 하얀 입김만
솜이불 뒤집어 써도 온몸이 '덜덜'
보일러 없어 연탄조차 '그림의 떡'

  • 웹출고시간2010.12.26 20:08:3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방바닥은 얼음장이었다. 사람 몸뚱이 반 만한 전기장판은 별 힘을 못 썼다. 눈보라가 낡은 철문을 때리자, 쇠 긁는 소리가 났다. 귀 먹은 구십의 할머니는 솜이불 속에서 바들바들 떨었다.

한 독거노인이 얼음장같이 차가운 방바닥에 깔린 전기장판을 들춰보며 자리를 정리 하고 있다 .

ⓒ 김태훈 기자
지난 23일 오후부터 충북을 강타한 한파는 갈수록 심술을 부렸다. 25일 밤부터는 도내 전역에 눈을 뿌렸다. 연인들은 환호했다. 고대하던 '화이트 크리스마스'. 여기저기에서 캐럴이 흘러나왔다. 분위기는 일요일인 26일까지 이어졌다.

그 시각 청주 수암골. 독거노인 100여명이 모여 사는 이곳에도 눈이 내렸다. 하얀색으로 지붕을 갈아 씌운 모습은 여느 마을 풍경과 같았다.

한 할머니(90)의 집에 들어선 순간, 생각은 바뀌었다. 이곳은 다른 마을과 달랐다. 방안은 바깥보다 추웠다. 방바닥에 손을 대자 뼈 속까지 냉기가 전달됐다. 말을 할 때마다 입김이 가득 나왔다. 집은 겉모양만 집이었다.

시에서 지원받은 연탄은 장식용이었다. 연탄보일러는 없었다. 할머니는 "휴대용 연탄난로를 하나 구했다"며 "가끔 하나씩 피워 물을 데운다"고 했다. 휴대용 연탄난로 위에는 난로보다 큰 솥이 얹혀 있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할머니는 "불 날 걱정보다 얼어 죽는 걱정이 더 크다"고 했다.

참다못한 노인 몇몇이 집에서 탈출(?)했다. 털고무신을 신은 노인들이 벽을 잡고 힘겨운 걸음걸이를 했다. 목적지는 보일러가 틀어진 마을 경로당. 가는 길은 험난했다. 골목마다 경사가 심했지만 제설작업은 돼 있지 않았다. 경로당에 들어서던 70대 할머니는 "시원찮은 노인네들은 넘어질까봐 경로당에도 못 가. 집에서 그냥 떨어야지"라고 했다.

싸리비로 골목을 쓸던 할아버지가 말했다. "방안에만 있으면 더 추워. 이렇게라도 움직여야지. 나이가 자꾸 먹어서 그런가? 올 겨울이 유난히 춥네"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던 지난 주말, 청주 수암골 노인들은 기억하기 싫은 크리스마스 악몽을 겪었다. 그리고 그들은 내일을 또다시 걱정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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