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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시인

이젠 코로나에서 벗어나 좀 자유로워지나 했는데 또다시 불안과 부자유의 시간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어른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유모차의 아가들까지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요양 시설에 계시는 부모님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다. 신체적 아픔과 정신적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어서 코로나가 사라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뭐든지 100%는 없는 것인지 코로나 시국에서도 좋은 점이 있다면, 화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 우울한 상황에서의 유일한 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화장하는 일은 참으로 성가신 일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여자가 하루 중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 중에서 제일 많이 하는 일이 무엇일까. 대부분 여자가 가장 많이 하는 일은 거울을 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하루에 적어도 너덧 번은 거울을 보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늙어 보이는 내 얼굴을 거울 속에서 마주하게 됐을 때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되고 그날은 유난히 밥맛이 없고 조급한 맘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 날이면 대책 없이 화장품 가게에 달려가 비싼 화장품을 한 아름 안고 와 떡칠하듯 얼굴에 바르고 나서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차라리 여자도 남성들처럼 화장하지 않고 살아도 됐더라면 부석부석한 민얼굴로 거리에 나선다 해도 얼굴 때문에 주눅 드는 일은 없었을 텐데.

언젠가 급하게 불러대는 친구 때문에 화장도 하지 않은 채 시내에 나서게 됐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길에서 대학 동창을 만나게 되었다. 중국의 경극이나 마오리족의 요란한 문신을 보는 것처럼 그녀는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 내게 얼굴이 아주 못 쓰게 됐다고 혀를 차고 돌아서는 그녀의 고소해하는 미소를 보며 얼마나 분통이 터지던지, "너 쌍꺼풀 정말 잘 됐다."하고 말해주고 싶은 적도 있었다.

화장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시작돼 여성을 괴롭히고 있는 것일까. 여러 문헌에 의하면 화장은 종교, 신분, 계급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또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고 그것은 인간의 기원과 같은 시기라고 한다. 차츰 화장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수단으로 목적이 바뀌게 되었고 근래는 화장하지 않고 푸석한 민얼굴로 외출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 돼버렸다.

앵두 같은 입술로 또는 sexy 해 보이기 위해 수없이 발라대는 붉은 립스틱이 본래는 남성의 전유물이었다니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닌가. 입술을 붉게 칠하는 습성은 날짐승을 잡아먹던 시대에 남성이 용맹을 과시하기 위해서 동물의 선혈을 나타내려고 붉게 물들인 것이란다.

짙은 화장의 대명사인 크레오파트라에게 요즘의 우리처럼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한다고 했다면 과연 어떻게 했을지 공연한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화장이란 자신의 신체 결함을 보정 수정하는 일이며 아름다워지려는 인간의 욕망이다. 그러나 지금은 화장이 호박에 줄 긋는 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일이니 오히려 화장에 대해 자유로워졌다. 마스크로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고 다녀야 하니 못나고 늙은 얼굴을 감출 수 있다. 아침 시간이 넉넉해져 밥을 먹을 틈이 생기기도 하고 비싼 화장품 비를 줄일 수도 있었으니 또한 다행스러운 일 중 하나다.

오랜만에 지인의 혼사가 있어 화장하려니 여간 어설픈 게 아니다. 어차피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야 하니 그냥 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고약한 코로나 시국에 그나마 편함을 주었던 유일한 것이 화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는데 코로나가 사라진 후 마스크를 벗고 민낯으로 당당히 다닐 수 있으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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