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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

아이들이 오지 않는 주말이다. 밥 벌어먹고 살자니 저희들도 바쁘겠지 하다가도 가끔씩 서운해지기도 하는 날이다. 적막강산인 집안에서 한번쯤은 너무 쓸쓸하다고 아이들에게 투정을 부려볼까 하고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다 그만둔다.

불자도 아니면서 어느 스님의 강연회에 참석을 하게 되었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합장의 예를 다 하는데 내 손은 모아지질 않는다. 합장은 상대와 한마음이 되어 무아법을 행하는 것이라는데 처음 보는 사람과 한마음이 될 리도 없거니와 고개를 까딱하는 습성에 나는 이미 길들여져 있었다. 혼자가 편한 것이다.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스님이 첫 운을 떼신다. 여기저기서 '예'라는 답이 희미하게 들려왔지만 큰소리로 자신 있게 답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 역시 대답하지 못했다. 행복한지 불행한지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을 그날이 그날인 것처럼 흘려보낸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지나는 날이 대부분이기에 무감각의 정점에 와 있는 듯하다.

스님이 하시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고 나는 행복한가 하는 화두만 붙들고 늘어지게 되었다.

나는 행복하다고 말하기에 그리 행복한 것 같지는 않고 그럼 불행한가 하면 그리 불행한 것 같지도 않으니 뭐라고 답을 해야 하는 걸까. 세상의 행복을 타인과의 비교에서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욕심을 비우고 나면 부러울 것도 없는 것이다. 나이가 들고 보니 남이 가진 것이 엄청 탐나지도 않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도 그리 불편하지도 않다. '그러면 나는 행복한 것인가·' 글쎄…….

가끔씩 쓸쓸함이 목구멍까지 올라와 꾸역꾸역 울음으로라도 토해내고 싶은데 울음조차 나오지 않을 때, 행복하지 못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불행한가·

젊은 날의 한 토막을 돈을 벌기 위해서만 살았던 부분이 있었다. 음악을 들을 새도 글 한 줄 쓸 새도 없이 잠을 아끼며 돈을 벌어야 했다. 내 생의 어두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돈이라는 것이 따뜻하게 해줬던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은 치열한 생의 전투에서 물러나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지만 빈 지갑이 서늘하기도 하다. 무엇이 행이고 불행인지 모르겠다.

우연치 않게 던져진 화두에 머리가 아파질 무렵 '주파수'라는 스님의 말씀이 귀를 번쩍 떠지게 했다. 행복이라는 주파수를 찾아 맞추지 못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행복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발을 딛고 있는 내 주변에 있는 것일진대 주파수를 정확히 맞추지 못하고 직직거리는 잡음만을 듣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리 정돈이 잘 안 되는 나는 필요한 물건을 곁에 두고도 찾지 못하고 다시 사들이는 경우가 많다. 사들인 테이프며 펜들이 지금은 서랍 가득 굴러다닌다. 결국은 골칫덩어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내 곁에는 있을 것 같지 않은 행복을 찾아 헤매고 다닌 날이 얼마인가. 이걸 하면 행복해질까, 저걸 하면 행복해질까, 이 사람이 행복을 줄까, 저 사람이 행복을 줄까, 무던히도 흔들리며 살지 않았는가.

내 가장 가까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행복에 눈을 맞추지 못하고 주변을 서성이며 헤매고 다녔던 습성이 아직까지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내 안에 주파수를 맞추면 생생하고 또렷할 행복이라는 녀석을 찾아 평생을 방황하는 것이 사람이 아닌가. 어리석은 내가 아닌가.

'봄을 찾아 동으로 가지 마라. 봄은 어느새 네 서쪽 뜰에 와있다' 스님 말씀 한 구절이 마음에 들어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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