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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완

충북문협회장

꽃 소식에 이끌려 남쪽으로 여행을떠났다 남해에서 그 동안 쫓기듯 살았던 마음을 내려놓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향기를 가슴에 가득 안게 됐습니다. 남해섬의 관문, 남해대교를 건너서니 줄지어선 벚꽃나무가지엔 만지면 톡하고 터질 것 같은 꽃망울이 가지마다 가득히 매달려 있습니다. 차창밖에 보이는 들녘엔 새파랗게 올라온 마늘과 노랗게 된 장다리꽃들이 매화와 함께 봄이 왔음을 확인해 줍니다. 더구나 엊그제 내린 단비로 희망의 새싹들은 생기를 더해갑니다.

남해섬은 참으로 많은 것을 가졌습니다. 쪽빛바다와 둥실둥실 떠있는 아름다운 섬들이 있고 겨울을 넘어 봄으로 가는 계절에 붉은 불을 켜는 동백과 순백의 매화가 조화롭게 분포돼 있습니다. 여기에 사람의 수고가 빛나는 정원이 곳곳에 있고 해안마다 우뚝 솟아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산들이 있습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유서 깊은 유적들이 있고 먹거리를 풍성하게 공급해주는 비옥한 농지들이 있습니다.

바다 위에 두둥실 떠 있으면서 하늘을 이고 있는 보리암은 언제나 응어리진 사람의 마음을 풀어주고 희망을 안겨주는 마력이 있습니다. 언제나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자신을 맡깁니다. 특히 올해처럼 저마다 차갑고 엄혹한 춘삼월을 맞을 때는 더 많은 사람이 찾을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아무리 험하고 재미가 없다고 해도 더구나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워서 사느니 못사느니 해도 살아내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당나라 때 문장가 우종원이 쓴 '누실명'을 보면 사물의 겉모습은 사물 본래의 가치를 재현할 수 없다. 내 작고 추한 집도 그 안에 사는 내 마음의 도덕적 광휘가 신령의 기운을 불어넣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을 전혀 부러워하지 않는 굳건한 지성인의 힘이 느껴집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처한 형편이 좀 고통스러워도 마음에서 평온을 찾는다면 극복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한 평생 70을 넘게 살아냅니다. 그러나 시간이 자유로운 순간은 없습니다. 태어나는 시간을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죽는 시간을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일생동안 시간에 맞춰 살아야 합니다. 출근시간에 맞춰야 하고 학교 갈 시간에 맞춰야 하고 출발시간에 맞춰야 하고 식사시간을 맞춰야 하고 보리암에 올랐으니 정해진 시간까지 차에 올라야 합니다.

석가모니가 공부를 하다가 어느 날 새벽 샛별을 보고 깨우쳤다고 합니다. 이른바 견명성오도(見明星悟道)입니다. 진실 된 실체는 저 뒤편에 숨겨져 있는데 내 눈 앞에 있는 것을 실체로 생각하고 착각에 빠진 것을 말합니다.

우리 눈에 비치고 있는 별빛이라는 것이 가까이 있는 것 같지만 수십 년, 수백 년 전에 이미 발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보는 별빛은 지금 발하고 있는 별빛이 아니지요. 마치 허깨비와도 같은 것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실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 현실의 모습이란 것도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조급하게 발버둥치고 허둥대지만 이미 자기에게 부여된 삶을 살다가 가게 됩니다. 이 화사한 봄날에 꽃을 보며 맺혀진 마음을 풀어봅시다. 봄은 꿈이요 희망입니다. 올 봄을 시작하는 이 삼 월에 아무리 힘들어도 마음에서 풍요를 그리면 그 그림은 언제나 퇴색되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만사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우리는 그저 그 시간 속에 잠시 머무르는 존재일 뿐입니다. 그러니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여유롭게 살아가야 합니다. 시인 김춘수는 꽃이란 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의미를 매깁니다. 자식도, 동료도, 이웃도, 물건도, 나무도 의미매김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꽃의 이름을 불렀겠지요. 그렇게 이름을 부른 순간 꽃은 그에게로 가서 꽃이 되었겠죠. 이 춘삼월 마음껏 불러보십시요.

아메리카 인디언 중 체로키족은 삼월을 가리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여행 온 이 남해섬이 아니더라도 봄의 향기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맡을 수 있습니다.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해봅시다. 봄이 온 몸에 가득 담기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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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김수갑 충북대 총장

[충북일보] 충북에서 태어나 충북에서 공부하고, 모교의 총장까지 역임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김수갑 충북대학교 총장은 괴산 출신으로 모교를 졸업한 첫 동문 총장이다. 김 총장이 26일부터 캐나다 토론토 지역으로 해외출장을 떠난다. 세계 유수의 대학을 둘러보고, 충북대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다. 출장에 앞서 본보 취재진을 만난 김 총장은 취임 7개월의 총장답지 않게 명쾌하고 논리적인 답변과 함께 충북대의 미래를 향한 비전을 쏟아놓았다. ◇취임 7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보냈나 "참 빨리 지나갔다. 취임 이후 그동안 학교의 여러 현안들을 파악하고 새로운 비전과 발전방안을 수립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대내·외적으로 당면한 문제들을 체감하면서 학내 구성원들과 소통을 통해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략을 모색하는 시간도 가졌다. 무엇보다 정부와 국회, 지자체 등 유관기관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힘썼다." ◇동문 출신 첫 모교 총장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동문 출신 최초의 총장이라는 막중한 소임을 맡겨준 것에 대해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구성원들과 동문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 그만큼 부담감과 책임감도 따르는 게 사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