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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완

충북문협회장

청주지역에 많은 폭우가 쏟아져 물난리가 났습니다. 천둥번개는 어찌나 치던지 죄를 많이 지은 나는 바깥 나들이가 두렵습니다. 어렸을 때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벼락 맞아 줄을 놈'이 오늘같이 천둥번개치는 날은 머릿속에 전광석처럼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우암산에 둘러쌓인 거처에서 신록 위에 뿌연 물안개를 일으키며 쏟아지는 소나기를 보노라면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저 아랫동네는 물 난리에 안녕하신지 걱정이 됩니다. 아랫동네에도 미운 사람보다 좋아하는 마음씨 착한 사람들이 더 많이 살고 있으니까요.

어렸을 땐 비교적 들녘이 넓은 시골에 살면서 천둥번개가 치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하늘에서 파란들녘에 사선을 그리며 쏟아지는 소낙비는 한 폭에 그림이기도 했습니다. 비가 그치면 미꾸라지가 마당에 꼬리를 치고 있습니다. 어릴적 우리는 하늘에서 비를 타고 내려왔다고 즐거워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가까운 논에서 빗물 따라 올라오다 보니 마당까지 구경나오게 된 것이겠지요. 미꾸라지를 본 김에 우린 물고기를 잡으러 갑니다. 아버지가 그물을 들고 나서면 난 양철양동이를 들고 뒤따라갑니다. 물꼬 밑에 움푹 패인 물웅덩이를 훑고 다니다 보면 온갖 물고기가 잡힙니다. 온 식구 저녁파티는 고추, 호박 썰어 넣고 끓인 민물매운탕으로 풍성해집니다.

지금은 이 도시에 살면서 그런 낭만은 사라지고 비가 오고 천둥번개가 치면 겁이 나고 두렵기만 합니다. 고층건물과 뒤엉켜진 갖가지 시설물 사이로 번쩍이는 번개와 증폭되어 울려 퍼지는 천둥소리는 몸을 움찔움찔하게 만듭니다. 심심찮게 낙뢰를 맞아 사망했다는 소식도 자주 접합니다.

시대가 변하다 보니 천벌의 방법도 바꿨겠지요? 아니 애당초 천벌을 기대한 것이 잘못인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도시가 밤처럼 어두워지고 번쩍번쩍 번개를 일으킨 다음 천둥이 뇌성벽력을 지르면 간이 배밖에 나온 사람들도 겁을 먹고 집밖에 나오기를 두려워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의 법칙은 우리에게 가르침이 많은 거지요. 간이 보통인 나 역시 요즘 천둥번개가 두려워졌습니다. 험한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아등바등 하면서 지은 죄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천당 문턱에서 심판관이 이승에서의 내 행적을 되돌려보고 심판받다 보면 절반 점수나 될지? 계산을 해놓지 않아 모르겠지만 좋은 점수는 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천둥번개에 겁먹지 않고 저승에서 좋은 곳 가려면 앞으로 남은 생애라도 좋은 일 많이 해서 점수를 좀 더 따놓아야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하늘이 아무리 에너지걱정이 없다 해도 나 같은 조무래기 잡으려고 번개를 조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는 누가 봐도 천둥번개 치는 날 돌아다닐 수 없겠다 싶은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더구나 두려워하지도 않고 사람이 만든 법도 우습게 아는 사람들입니다. 기껏해야 천둥이나 울리는 정도의 위협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권력을 믿고 피뢰침을 믿고 자신들의 머리 위의 지붕을 믿고 배기량이 높은 자동차의 성능을 믿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만신의 제왕 제우스는 번개를 무기로 썼다고 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자가 있으면 번개를 이용, 벌했지요. 그런데 제우스가 그렇게 공정한 신이 아니어서 잘못된 판단으로 자신의 능력을 남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너무 남용해대서 지금 하늘이 에너지부족에 시달리는지 모릅니다.

얼마 전 나와 같이 근무하던 분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글쓰기에 남다른 재능이 있고 곧은 성격이지만 남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 분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암이라는 벼락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죄 많은 순서대로 번개를 맞아야 된다면 그 분보다 앞에 순서가 엄청 많아 그 분은 수명을 다했어야 옳은데도 앞서갔습니다.

번쩍이는 번개가 하늘과 연결되는 전파가 되어준다면 한번 진지하게 여쭤보고 싶습니다.

'하늘에서 조준은 제대로 하고 벼락을 치시는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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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