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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완

충북문인협회 회장

난 주말이면 등산을 위해 야외로 떠납니다. 산야에 펼쳐진 풍경을 보노라면 인위적으로 규격화한 시설에서 재배되는 작물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닐 하우스에 작물이 갖힌 채 사람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규격으로 원하는 시기에 생산해내야 합니다.

과일나무도 자기가 자라고 싶은 대로 선형을 잡지 못하고 사람이 관리하기 좋게 다듬고 잘라내고 묶어서 성장을 시킵니다.

주역의 계사하전 5장 곤패(困卦)에 나오는 困자 형상입니다. 갇혀 있는 모습 그대로지요.

기형이 된 나무엔 과일이 빼곡이 매달립니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잔뜩 짐을 지워준 모습 그대로 입니다.

포도, 사과 나무는 쇠파이프가 십자가로 세워져 서 있고 나무들이 기대어 서서 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의 두팔처럼 가로대에 동여매져 있습니다.

그런 과일나무에 꽃이 피면 멀리서 바라보는 이들은 아름답다고 바라보지만 나무는 제가 피운 꽃도 제맘대로 결실을 맺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선별해서 솎아 냅니다. 남은 열매도 비바람에 견디고 농약 샤워도 수차례 해내야 합니다.

나무는 생명체라기 보다는 생산하는 제조기일 뿐입니다. 어려움 속에서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숫자의 과일을 먹여 살리려고 사람이 주는 화학식품이던 유기식품이던 닥치는 대로 먹어야 하니까요.

요즘 나무는 열매를 맺어 열매속 씨를 싹틔워 자신을 닮은 나무로 성장시키는 천륜을 잃은지도 오래됐습니다. 내가 어렵게 해서 얻은 결실은 사람의 미각을 만족시키고는 씨는 귀찮은 존재로 쓰레기에 섞여 다시는 세상구경을 할 수 없게 폐기됩니다. 씨까지 몸에 좋다고 먹어버리기도 합니다.

내가 서 있던 자리에 혹시 나를 닮은 종이 다시 서 있게 돼도 나와는 관계없는 놈이 서게 되는 것이지요.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나무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자신을 잘 지탱하지 못해 철봉에 기대어 간신히 서 있으면서 섭취한 영양분을 고스란히 자식에게 빼앗기니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나무에 있어 과일은 자식이기 보다 약탈자 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나무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도 부모와 자식의 연은 거의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과일나무에 꽃이 피면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찬미하지만 그때부터 고난은 시작됩니다.

열매를 보호하기 위해 뜨겁게 작렬하는 태양과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서야 합니다.

사람도 청춘의 그 아름다움을 정점으로 자식을 낳고 돌봐야 하는 과정에 접어 듭니다.

자식들은 나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게 해주겠다고 삶이라는 질곡속에 헤매이다 보면 온갖 고통과 수난도 감수해야 합니다.

삶에 지쳐 힘이 소진되어 가면 얼굴엔 온갖 수난의 주름이 그려지고 늙음이라는 힘겨운 세월만 남게 됩니다.

제 어미의 살과 진을 빼앗아 먹고 몇 개월을 자란 과일, 제 부모의 고통과 사랑이 점철된 인고의 세월 수십년을 먹고 성장한 사람, 모두가 부모의 숭고한 희생정신임을 알아야 하지만 대부분 망각하고 삽니다. 하늘에서 떨어진양 천륜을 저버리고 제멋대로 행동합니다.

우암산 자락 거처가 온통 녹색바다에 파묻혔다.

이곳 상좌골 오르는 길옆에 피었던 이팝나무꽃은 흰눈이 되어 아스팔트위에 때아닌 설경을 그렸고 짙은 꽃 향기로 자극하던 아카시아도 누렇게 퇴색되면서 꽃잎을 맥없이 땅위에 떨어뜨린다. 연록색의 조화가 무너지더니 녹색 바탕에 빨간 장미만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부터 받은 고귀한 모습은 천박한 것으로 치부하고 성형외과 의사의 설계와 기구, 약물에 의존해 아무 거리낌없이 자신의 모습을 바꿔 버립니다.

내면의 색깔도 선하고 착한 것은 지우고 욕망과 위선으로 가득찬 표독한 모습으로 바뀝니다.

세상이 온통 아름다울 것 같지만 순수함이 사라지고 가식만이 가득합니다.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은혜를 보답하는 아름다운 미풍은 사라진지 오래 됐습니다.

나무나 사람이나 자연속에서 최적의 환경을 추구하는 것은 섭리입니다. 하지만 알맞은 것이어야지 과도하고 넘치면 좋은 결실, 좋은 삶, 가치있는 삶은 얻지 못합니다.

'나는 무엇으로 또 어떻게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앞서 분명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억되고 싶은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돈 많고 힘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면 돈과 권력을 쫓으면 되겠지만 정녕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면 자기만의 향기 있는 가치를 만들고 그것을 유산으로 남겨야 합니다.

설원(說苑)에 이르길 화향천리행 인덕만년훈(花香千里行 人德萬年薰)이라 했습니다. 말 그대로 꽃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사람의 덕의 가치는 만년동안 향기로운 법입니다.

과일나무와 부모가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길러낸 가치를 진정으로 발하며 살아가는 길은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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