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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완

충북문인협회 회장

가을인가 싶었는데 어느덧 깊은 흔적만 남기고 우리 곁에서 사라지려고 한다. 우암산에 곱게 물들었던 단풍도 낙엽이 되어 나뭇가지와 이별을 한다.

나무가 벗은 옷은 땅 위에서 자양분이 되어 다시 나무로 돌아간다. 나무가 요즘에 옷을 다 벗지 못하고 때를 놓치면 겨울눈을 견디지 못한다.

잎이 그대로 붙어있다면 그 넓은 잎에 앉은 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가지가 부러지고 심한 상처를 입게 된다.

눈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때가 되면 비울 줄 아는 나무의 지혜, 작지만 큰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겨울 문턱에 서면 하루가 참으로 빠르게 간다. 나이 먹은 나의 일과처럼 속도를 낸다. 동분서주하다 보면 일과가 끝나고 금방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고 어느덧 한 해가 간다. 10대는 10㎞, 30대는 30㎞, 60대는 60㎞로 세월이 간다고 하는 말이 꼭 맞는 말인 것 같다. 그 기준을 볼 때 난 60㎞로 달린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세 가지 보물에 관해 얘기했다. 세상에 많은 보물이 있지만,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하는 보물은 우리가 언제든 마주할 수 있고 손에 쥘 수도 있는 아주 일상적이고 가까운 것이기에 다른 보물보다 큰 가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노자의 보물은 자애(慈), 검약(儉), 세상에 앞서려 하지 않음(不敢爲天下先)이다. 이 세 가지 보물은 그 자체가 보물이 아니라 보물을 만들어내는 보물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우선 너그러움을 뜻하는 자애는 마치 어린아이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는 어머니처럼 누군가를 위해 용감하게 나설 수 있는 힘이고 이 자애의 힘으로 사람들을 보살피면 따뜻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두 번째 검약을 실천하면 모이는 여윳돈으로 남에게 베풀 수 있게 된다. 나를 위한 검약이 아니라 남을 돕는 검약으로 서로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끝으로 세상을 살면서 앞서려 하지 않고 남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면 남들과 다투거나 원한을 살 일이 없다.

겨울 문턱에서 나무가 옷을 벗는 자연의 섭리와 노자의 세 가지 보물을 생각게 하는 것은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가르침이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이고 실천이 쉬운 것에 소중한 삶의 지침이 있다. 하지만 이 시대에 사는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은 나에게만 너그럽고 나를 위해서 아끼고 남보다 앞서려고 발버둥 친다. 모두가 순리에 따라 편안하고 여유롭게 제 갈 길을 가는데 인간은 왜 그리 탐욕스럽고 조급하게 달려가다가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져 고난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지 모를 일이다. 비우고 양보하고 베풀면 행복한 데 사람들은 실천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그 행복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져 있어 청량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이 큰 재력가가 아니다.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남을 위해 나를 비울 줄 안다. 재력가도 아니면서 남을 위해 배려할 줄 아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들이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큰 행복은 지금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선을 베푸는 일이다. 실천은 쉽지 않지만, 앞에 사람들처럼 용기를 가져야 한다.

이제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차가워지고 있다. 소외된 사람에 대한 더 큰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앞선 사람은 뒤처진 사람을, 많이 가진 사람은 적게 가진 사람을 뒤 돌아봐야 한다

가을이 사색의 계절인 이유는 추운 겨울이 오기 전 달리기를 잠시 멈추고 나와 우리 이웃을 한 번 더 되돌아보라는 의미가 아닐까?

마음속에 베푸는 선을 결심했다면 당신은 이미 행복을 얻은 사람이다. 주저하지 말자. 행복을 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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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