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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완

충북문인협회 회장

일요일 아침 방송에서 미소를 가득 담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의 연예인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나운서가 인생관을 묻자 그는 서슴없이 대답한다. 나는 삶의 원칙을 갖고 실천해나가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늘 그 원칙을 핵심 가치라 생각하고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나와 같이 TV를 보던 아내가 얼굴색을 붉히며 말했다. 저 사람 어쩜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요. 저런 사람이 어떻게 다시 TV에 출연해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워요. 그 연예인은 얼마 전 모종의 스캔들이 있었고 그 파장으로 가정 파탄을 가져왔다. 저런 사람이 연예인으로 다시 연기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흥분하는 아내의 표정이 과하다 싶어 가라앉힐 생각으로 인상도 좋고 능력도 있잖아 라고 말했다. 그 말이 아내의 분노에 더 불을 붙인 모양이다. 그 능력 있고 인상이 좋다는 사실만으로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능력이 있다고 해서 과거를 용인하는 건 문제다.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저런 사람은 영원히 퇴출돼야 마땅하다며 열을 올렸다. 평소 조용하고 이해심도 많은 아내가 흥분을 하면서 열변을 토하니 휴일 아침 난 당황해서 어떤 대답을 내놔야 될지 막막했다. 더구나 방학이 돼서 다니러 온 손자 손녀들도 험악해진 분위기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끝내야 되겠다고 생각한 나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성숙해지고 사람다운 참된 사람으로 거듭나지, 그렇기 때문에 용서와 화해가 필요한 것 아닐까. 이젠 이해하고 받아들여 우리 일도 아니잖아".

이쯤이면 끝이 나는 줄 알았다. 한데 아내의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을 몰랐다. 그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예요. 이건 어디까지나 도덕에 관한 문제이지 삶에 철학적 차원의 애기가 아니에요. 더 얘기하다 보면 과거 내 젊은 시절의 여성편력으로 주제가 바뀌고 궁지에 몰릴 것 같아 더 이상 그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끝내 아내와 나는 화해로운 결말에 이르지 못했다. 별거 아니라고 아내를 설득하려 했던 내가 너무 어리석었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 여정에서 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위태로운 순간순간들을 넘기며 아슬아슬하게 삶을 이어간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의 내면을 알고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힌 사람이라도 그 사람 나름의 고민이 있을 수가 있다. 무조건 나와 다르다고 내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하지만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문제가 있다. 그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혹 그렇게 보일지라도 그 내면은 고통과 번뇌가 그를 괴롭히게 될 것이다. 내가 뿌리는 모든 씨앗은 모두 나에게서 나온다. 모든 종교가 천국과 지옥을 설정하고 올바른 길을 인도하려는 것도 그 인과의 법칙 때문이다. 나와 아내의 휴일 아침을 망치게 한 그도 남에겐 성공한 인생으로 비춰 질지 모르지만 내면의 고통은 평범한 우리네 삶보다 심각할 수 있다. 그의 기억 속에 반추되는 지난 일을 별거 아니라고 하면 할수록 더욱더 오버랩되어 그를 괴롭힐 것이다.

조선시대 남명(南明) 조식(曹植) 선생은 늘 허리춤에 성성자(惺惺子)라는 방울을 차고 다녔다고한다. 무당처럼 허리에 방울을 차고 다니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우습게 보였겠지만 남명선생은 방울 소리를 들으며 스스로 자신을 삼가고 절제하는 생활을 했다.

나도 이제 나에게 방울 소리를 들려주며 나 스스로를 깨우쳐 나갈 연륜이 되었다. 마음속에 방울소리를 들으며 안으로 밝은 마음으로 채워 나가고 밖으로 중심을 잡아 부박한 세태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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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나은숙 한국건강관리협회 충북·세종지부 본부장

[충북일보] 한국건강관리협회 충북·세종지부(이하 건협 충·세지부)가 현재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에 자리를 잡은 지 2년여가 지났다. 그동안 도민의 건강을 공공(公共)의 이름 아래 책임지던 건협이 나은숙(여·57·사진) 신임 본부장 체제로 바뀌면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나 본부장은 지난 1일자로 건협 충·세지부 신임 본부장으로 부임했다. 전북 전주 출신인 나 본부장은 1978년 건협의 전신인 한국기생충박멸협회 시절 입사한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건협의 역사를 모두 겪은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협은 1964년 한국기생충박멸협회로 창립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기생충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던 가난한 나라였다. 기생충박멸협회의 창립 이유는 기생충으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것이었다. 이때만 해도 의료 선진국이었던 일본에서 기술 지원 등을 받아 왔다. 나 본부장이 건협에 처음 입사한 것도 이때다. 기생충박멸협회의 노력 덕분일까. 1980년대에 들어서자 우리나라 기생충감염률은 '0(제로)'에 가까워졌다. 상급기관이었던 보건복지부는 1982년 임무를 완수한 기생충박멸협회의 이름을 한국건강관리협회로 개칭하고, 본격적인 건강검진 업무로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