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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호

청석고등학교 교사

'청주토요산악회'에서 만난 그녀는 명물(名物)이다. 아니 명품(名品)이라 할 만하다. 오십을 갓 넘긴 중년의 여인, 약간 작은 키에 쌍꺼풀이 선명한 자연산이며, 특히, 우히힛, 쬐끔(?) 돌출한 입모양 탓인지 말도 걸쭉하고 욕도 시원시원하게 잘한다. 얼핏 불량한 인성의 소유자인 듯 들릴 수 있으나 전혀 밉지 않은, '야산'이란 닉네임의 여인이다.

야산과 가깝게 지내는 산우(山友)들 얘기를 들어보면, 시부모 잘 모시고, 남편 잘 섬기며 직장 생활 틈틈이 경운기며 트랙터를 상머슴처럼 능숙하게 부리면서 시댁 농사를 도맡아 해치운단다. 여기까지만 해도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 쉬이 만나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런데 그녀는 명확히 그런 인물과도 차별화된다. 산행지로 가는 버스 안에서 그녀는 김밥이나 달걀, 주먹밥 등 손수 만든 음식을 자주 나누어준다. 어느 날인가는 새벽 2, 3시쯤부터 일어나 먹거리를 준비했다니, 부족한 잠도 아랑곳하지 않은 그 일, 그게 어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가. 오로지 회원들을 위한 귀한 마음씀인 것이다. 산행지를 향해 차가 출발하고 얼마쯤 지나면,

"×팔, 내 팔자가 이게 뭐여. 이렇게 살다가 지레 죽을 겨!"

음식까지 준비해 나눠주는 쑥스러움을 짐짓 감추려는 듯 한바탕 욕설부터 날린다. 그러면서도 다른 회원들과 함께 통로를 오가며 싸온 음식을 나누고 커피를 나르느라 분주해진다.

그녀와 동행하는 등산로엔 시끌벅적한 언어유희와 함께 웃음꽃이 피어난다. 아슬아슬한 오르막에서조차 그 걸쭉한 입담으로 회원들의 발걸음에 스카이콩콩을 매달아준다.

점심을 먹을 때면, 집에서 식구들을 위해 상을 차리듯 이것저것 준비하며 또 맛난 말 반찬까지 곁들인다. 그러니 저마다 준비해온 밥과 반찬에 풍성하고 푸짐한 잔칫상이 마련되는 셈이다.

점심 후의 산행은 회원들에겐 포만감과 함께 다소 걸음이 무거워지는 때이다. 그런데 하산 길로 접어들면 어느 지점에선가부터 그녀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이윽고 목소리도 모습도 일행에서 사라져버린다.

하산지점에 도착해 보면 그녀는 산악회에서 마련해 온 음식을 차려내느라 또 바쁘다. 다들 피곤할 무렵인데 누가 시키지 않은 일을 매번 기꺼이 나서서 도맡아주는 것이다. 잔칫집에서 일을 추어내는 이장 마누라마냥 그 큰 목청을 유감없이 날리면서, 그 잔칫상의 기름진 음식에 고상치 못한 패설(稗說)도 고명처럼 뿌려가면서…. 뒷마무리까지 확실히 하고 나서야 귀갓길 버스 속에서 곯아떨어진다.

배려란 남에게 관심을 가지고 염려해 주는 마음을 말한다. 자신이 아닌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다. 자신의 욕심을 위한 일엔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지만, 남에게 베푸는 일엔 즐거움과 행복만이 남는 법이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배려는 인간답고 향기 나는 삶으로 이끌어주는 힘이다. 결국 배려는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결이 아닐까.

"김기사님! 차 좀 세워 줘유, 나 오줌 싸것슈~!"

다들 노곤해진 몸으로 까물까물 잠에 빠져들 때쯤 저 뒷자리에서 느닷없이 다급한 소리를 던지는 여인은 야산이다. 남들 챙기느라 정작 자신의 급한 용무를 잊어버렸던 야산,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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