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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호

청석고등학교 교사

버스 안에 문득 게으른 소요가 일어난다. 기지개 켜는 소리, 하품 하는 소리, 잠을 깨우는 소리 등 잠시 눈을 붙였던 회원들이 새벽 참새들처럼 부스스 깨어난다.

운영총무 종이학이 밝고 쾌활한 목소리로 오늘의 일정을 간략히 소개한다. 늘 겸손한 사과꽃 회장이 함께하게 된 산행에 대한 기쁨과 고마움, 안전 산행을 당부한다. 산행대장 송계가 미리 나눠준 개념도를 펼쳐들고 오늘의 행선지에 대해 구수한 경상도 억양으로 안내를 마친다. 다시 한 번 종이학이 오늘의 산행을 무사히 매조지해 줄 것을 당부하며 오리엔테이션을 마친다. 산행 시작점에 도착하여 월매서방의 주도하에 몸풀기 체조를 끝내고 나면, 저 멀리 우뚝 솟은 산이 기다렸다는 듯 휘파람을 불며 손짓한다.

지금의 '청주토요산악회'에 가입하기 전, 산행을 함께 하던 동행들 중 무릎관절이 아프 네, 허리가 결리네 하는 친구들이 나오면서 원행(遠行)이 뜸해졌다. 가까운 산으로 행선지가 축소되었다. 게다가 정상 부근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며 가볍게 목을 축이던 술자리가 급기야는 하산 후 2차, 3차로 이어지곤 했다. 산행이 주행(酒行)으로 바뀐 셈이다. 서서히 회의감이 밀려왔다. 나에겐 아직도 가보지 못한 산, 가보고 싶은 산이 많았다. 언젠가 직장 선배가 들려주었던 산악회를 다시 확인한 후 그 날로 인터넷에 들어가 아예 정회원으로 가입하였다. 작년 8월 말 무렵의 일이었다. 그 날 이후 토요일은 내게 허기를 채우고, 갈증을 해소하는 각별한 날이 되었다.

나는 산행이 좋았다. 지인들과 함께 맑은 바람을 쐬며 신선한 땀을 흘리고, 갈 때마다 새로운 얼굴로 다가오는 아름다운 풍광을 누릴 때면 어김없이 터져 나오는, 진부하지만 더할 수 없는 탄성, '아, 좋다!' 그 짧은 환호성 외에 달리 무슨 수식이 더 필요하랴!

그런데 가끔 누군가를 만나 근황을 나누다 보면 뜻밖의 당황스러운 일이 생기곤 한다. 산악회에 가입하여 매주 산행을 즐기고 있노라는 대목에 이르면 상대는 갑자기 능청맞은 눈빛을 쏘아대곤, 흉물스럽게 웃고 나서, 이내 느물거리는 목소리를 날린다.

"거기 이쁜 아줌마들 많이 있지?"

하아, 나는 상대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대뜸 짐작한다.

"고롬고롬, 아조아조 많지. 자네도 시간 되면 짐밥 싸 가지고 얼핏 와 봐. 내가 죄다 소개해 줄 테니깐!"

이따금 산악회를 빙자해 부적절한 행동을 야기(惹起)한 사람들의 얘기가 매스컴을 통해 뿌려진다. 그러면 많은 이들이 건전하고 건강한 동호인 활동마저 싸잡아 매도하며 즐기고 싶어 한다. 오해와 불신의 장벽이 높아진다. 파급력 강한 매스컴이 만든 역기능의 소산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우리는 하나의 진실을 깨달아야 한다. 너나없이 정신적 여유 없이 살다 보니 너무나 쉽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해란 어떤 대상이나 현상에 대한 성찰의 부족에서 생긴 진실의 왜곡이 아닐까?

오늘도 많은 산우들이 시산제(始山祭) 축문의 내용처럼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함부로 하지 않고 자연을 사랑하게 해 달라'고 마음속으로 뇌며 산을 오르고 계곡을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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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